"배 나오고 혈당 오르고"...혼밥, 여성이 더 건강 취약해
5가지 요인 중 남성은 1가지, 여성은 모두 해당
‘혼밥’이란 국립국어원 우리말샘 사전에 등재된 신조어로 ‘혼자서 밥을 먹음. 또는 그렇게 먹는 밥’이라는 뜻의 단어다. 혼자 식사하는 것은 영양 위험을 증가시켜 신체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성인을 대상으로 혼밥과 연관된 요인을 확인한 연구에서는 나이가 많고, 배우자가 없고, 소득이 낮고, 삶의 질이 낮고, 우울한 사람들이 혼자 식사할 가능성이 더 높다.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가정의학과 연구팀(이정민, 현민우, 서영성, 김대현, 홍승완)이 대한임상건강증진학회가 발행하는 《한국건강증진학회지(Korean Journal of Health Promotion》에 게재한 ‘혼밥과 대사증후군의 관계성’ 연구 논문에 따르면, 남녀 모두에서 혼밥을 하는 경우 대사증후군의 위험이 올라가며, 여성의 경우 그 정도가 남성에서보다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에서 대사증후군은 허리둘레(남자 90cm 이상·여자 80cm 이상), 혈청 중성지질(110 mg/dL이상), 혈청 HDL 콜레스테롤 농도(남자 40mg/dL 미만·여자 50mg/dL 미만), 혈압(수축기 혈압 130mmHg 이상 또는 이완기 혈압 85mmHg 이상), 공복 혈당(100mg/dL 이상) 등 5가지 위험 요인이 각각 질병 상태는 아니지만 3가지 이상의 요인이 기준을 초과한 경우로 설정했다.
연구팀은 2017∼2019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20∼65세 1만 717명의 성인을 최종 대상으로 ‘최근 1년 동안 아침, 점심, 저녁 식사를 할 때, 가족 및 가족 외 사람과 동반하는가?’를 묻는 설문조사를 했다. 하루 한 끼 이상 다른 사람과 함께 식사한다고 응답한 9763명을 동반식사 집단으로, 두 끼 이상을 혼자 먹는 964명을 혼밥 집단으로 분류했다.
인스턴트 식품 위주, 많이·빨리 먹는 게 문제
대사증후군 5가지 위험 요인의 분석 결과, 남성은 중성지방 수치에서만 혼밥 집단과 동반식사 집단 간에 유의한 차이가 생긴 것에 반해 여성은 모든 지표에서 유의한 차이를 보인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혼자 식사하는 경우 라면이나 빵, 샌드위치, 김밥 등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단품 위주의 식사를 선호하고 인스턴트 식품을 주로 먹으면서 많은 양을 빨리 먹는 등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진료통계를 보면, 대사증후군으로 진료받은 환자 수는 2018년 약 1120만명에서 매년 꾸준히 늘어나 2022년에는 약 1360만명에 이르렀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복부비만의 증가와 함께 이 같은 증가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은 한국대사증후군포럼이 제시한 ‘대사증후군 예방 10계명’이다.
하나, 복부비만 경계하고 팔다리를 튼튼히 = 대사증후군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은 인슐린저항성을 유발하는 부비만이다. 수시로 허리둘레를 측정하여 철저히 관리한다. 팔다리가 가늘고 배가 나온 사람은 십중팔구 대사증후군이다.
둘, 규칙적인 생활 운동 습관화 = 규칙적인 운동은 체내 에너지대사를 활성화하고 면역력을 향상한다. 일주일에 3회, 하루 30분 이상, 약간 빠른 속도의 만 걸음 걷기 등은 복부비만 예방을 위하여 권장되는 운동이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거나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좌식 대신 입식으로 생활 방식을 전환하는 것 등이 이에 해당한다.
셋, 탄수화물을 줄이고 단백질 섭취 늘리기 = 고탄수화물 식품과 단순당 및 설탕 등은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다.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남은 탄수화물은 혈당을 높이거나 복부에 지방으로 저장되기 때문이다. 또한 과량의 유지를 사용하는 튀김, 볶음요리보다 찜, 굽기 등의 조리법을 이용하면 지방 섭취를 줄일 수 있다.
넷, 생선과 견과류 섭취를 늘리기 = 육류는 좋은 단백질 급원이지만 포화지방, 트랜스 지방, 콜레스테롤이 많이 함유된 고지방 식품이기도 하므로 많이 섭취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등푸른생선과 견과류에는 오메가-3 불포화지방산이 많이 함유되어 항염증 및 항혈소판응집 효과가 있으며 혈중 지질개선에 도움이 된다.
생활 운동, 금연 금주, 뱃살 빼기 등 신경 써야
다섯, 식이섬유소 많이 섭취하기 = 채소와 과일에 함유된 식이섬유소는 탄수화물 및 콜레스테롤의 배설을 촉진하여 혈당과 LDL 콜레스테롤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곡류의 식이섬유소는 포만감 증대 및 장 통과시간 단축 효과로 열량섭취가 감소하므로 비만을 예방할 수 있다.
여섯, 비타민과 미네랄 섭취하기 = 대사성 산화물질의 축적을 억제하는 항산화제(비타민 E, 비타민 C, 카로티노이드, 나이아신, 셀레늄 등)는 거의 매일 섭취해야 한다. 특히 비타민 D와 칼슘이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인슐린 이용의 효율성을 높인다. 칼륨은 나트륨을 배설시켜서 혈압을 조절하므로 짜고 맵게 먹는 식습관을 교정하는 데 도움이 되며, 마그네슘은 심근경색 및 뇌졸중의 위험을 낮춘다.
일곱, 금주와 절주 = 과음하면 중성지방을 합성하여 지방간을 유발하고 복부비만을 심화시키는 등 대사증후군을 악화시킨다. 금주가 제일이지만 부득이한 경우 하루 소주 1~2잔(30g) 미만이 적절하다.
여덟, 금연하기 = 담배가 해롭다는 것은 백번 이야기해도 부족하지 않다. 담배에 들어있는 여러 위해(危害) 성분들은 혈관을 수축시키고 혈관 벽에 상처를 내어 만성 염증 질환을 유발하여 대사증후군을 악화시킨다.
아홉, 충분한 수면으로 피로·스트레스 해소 = 피로와 스트레스는 암이나 심장병을 비롯한 만병의 근원이 된다. 긍정적인 사고방식, 지나친 걱정이나 집착 내려놓기 등 스트레스를 피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아울러 충분한 수면으로 올바른 생활 리듬을 유지하는 것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중요한 방법이다.
열, 정기적으로 건강검진 받기 =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공하는 국가건강검진에는 대사증후군 여부를 진단할 수 있는 항목은 모두 포함되어 있다. 정기적인 검진을 통하여 전문가로부터 대사증후군에 대한 평가를 받는 것은 중요한 예방법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