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스트레스 받는 노인이 건강하다" (연구)

근육에 대한 스트레스가 운동, 정신에 대한 스트레스가 인지력 강화

경증에서 중간 정도의 적정 규모의 스트레스는 신체기능의 건강한 유지에 필수적이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부정적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단어로 스트레스(stress)만한 것이 있을까? 스트레스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업무 마감일, 지불되지 않은 청구서, 시험 압박, 명절에 가족을 대할 일 등…. 많은 사람들은 노년이 되면 스트레스에서 해방된 삶을 꿈꾼다.

스트레스가 사라진 삶은 생각보다 좋지 않다. 몸과 마음에 모두 부정적 결과를 초래한다. 매일 적절한 스트레스가 있는 삶이 우리의 면역 체계를 강화하고, 우리의 인지 능력 유지에 좋다. 변덕스러운 삶을 항해하는데 필요한 회복력을 갖추는 데도 도움을 준다고 영국 가디언의 주말판인 '옵저버'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 전환점이 된 연구가 2019년 7월 《스트레스: 스트레스에 대한 생물학 국제 학술지》에 발표된 미국 마이애미대 의대의 피르다우스 다바르 교수(정신과)의 논문이다. 1990년대 중반 당시 미국 록펠러대 연구원이었던 그는 스트레스와 면역체계의 연관성을 연구하면서 스트레스가 우리에게 나쁘다는 통념에 반기를 들게 됐다. 다윈의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우리 조상은 반복된 위험을 겪으며 진화해왔기에 “스트레스가 항상 나쁘고, 해롭고, 부정적인 실체여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는 “생존하기 위해 ‘투쟁 아니면 도피’의 스트레스 반응이 필수적”이라며 사자가 가젤을 사냥하기 위해서 필요한 만큼 가젤이 사자의 이빨과 발톱을 피하기 위해서도 스트레스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대자연은 우리를 죽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생존하고 번영하도록 돕기 위해 이런 반응을 우리에게 줬습니다.”

다바르 교수와 동료들은 지난 20여 년 간 단기적 스트레스가 우리의 생존을 위해 필수적임을 보여 줬다. 예를 들어 경주를 앞두고 생기는 긴장감은 최적의 경기력을 위해 운동선수의 심혈관계와 근골격계의 준비를 돕는다. 또 육아와 일을 병행해야 하는 부모가 독신남녀보다 더 생산적인 재택근무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중간 정도의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는 인터류킨이라고 불리는 혈액 속의 화학물질 생성을 자극해 면역 체계를 활성화시키고 감염을 퇴치할 수 있게 만든다. 또 스트레스는 아기가 태어나기 전의 발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임신 중 가벼운 일상적 스트레스를 경험한 엄마에게서 태어난 아기는 스트레스 없이 지낸 엄마에게서 태어난 아기에 비해 두 살 때까지 발육상태가 더 좋다.

근육, 쓸 것인가 잃을 건인가?

스트레스를 다르게 간주할 필요도 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압력과 긴장만 스트레스가 아니다. 운동을 근육에 대한 스트레스로, 다양한 인지적 도전 역시 정신에 대한 스트레스로 간주할 수 있다.

2017년 1월 연령대별 사이클 세계신기록을 세운 프랑스 사이클선수 로베르 마르샹은 한달 전 105세가 됐다. 그는 스스로의 노력으로 심혈관 건강을 개선시킨 최초의 100세 노인이 됐다. 그가 본격적으로 사이클을 타기 시작한 것은 68세의 나이로 은퇴한 이후였다. 하지만 당시 그의 유산소운동 능력은 42세~61세 남성에 필적했다.

건강한 노화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우리의 근육, 혈관, 심장에 감당할 수 있는 스트레스를 가하는 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에 대한 지표로 마르샹의 예를 든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이 다 마르샹 같을 순 없다. 하지만 우리의 근육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면 그 섬유질은 서서히 위축되고 우리는 점점 더 약해진다. 신경계와 근육 사이의 상호 작용은 또한 정기적인 사용 없이는 효율성이 떨어지며, 우리의 반응 시간을 늦추고 우리를 넘어지게 만든다.

호주 100세연구소의 노화 생물학 프로그램 책임자인 앤디 필립 박사는 성인 남성이 병원 침대에 5일에서 7일을 비활성 상태로 누워 지내게 되면 그들은 약 0.5㎏의 근육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30세와 80세의 차이는 그렇게 잃어버린 근육을 얼마나 빨리 회복하고 재생할 수 있느냐의 차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덴마크 코펜하겐대의 캐스퍼 쇠넨브로 교수는 근육량 보존에 있어 운동 스트레스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밝혔다. 나이가 들면 근육약화는 불가피하지만 마르샹의 예가 보여주듯 상황을 역전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최선의 방법은 무거운 것을 들거나 밴드로 근육을 단련하는 저항력 기반운동을 하는 것이다. 사이클링 역시 저항력 기반운동으로 간주된다. 쇠넨브로 교수는 “근육의 크기와 근력 증강에 있어 저항력 기반운동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나이 먹어도 인지력 역전 가능

운동은 근육에만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다. 그것은 중추신경계와 인지력에게도 자극을 준다. 척수 밖으로 뻗어 나가는 근육과 신경 사이에는 양방향의 상호작용이 있다. 근육이 수축할 때 길고 가는 운동신경세포에도 신호를 보내 활동적이고 효율적으로 기능하게 한다. 또 그를 통해 증가된 혈류는 뇌와 뇌척수액에서 알츠하이머병 관련 인자인 타우 단백질을 제거하는 것을 돕는다. 뿐만 아니라 신경세포를 자극해 뇌에서 파생된 신경영양인자라고 불리는 화학물질을 생성해 이웃 뇌세포까지 보호한다.

우리의 뇌 크기는 40세 이후 10년간 약 5%가 준다. 또 70세가 지나면 그 감소율이 증가한다. 그러나 빨리 걷기, 달리기, 수영, 자전거타기 같은 유산소운동을 정기적으로 하는 노인의 뇌는 그런 노화로 인한 뇌수축이 4년 정도 느려진다.

마르샹이 신체적 쇠퇴와 허약이 반드시 나이와 함께 오는 것은 아님을 보여줬듯이 100세 이상 센티네리언과 110세 이상의 슈퍼센티네리언에 대한 연구는 인지적 쇠퇴도 나이와 무관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미국 워싱턴대의 조이스 쉐퍼 교수(정신과 및 행동과학)는 100세~118세 노인들 중에 평균 50세~60세와 같거나 심지어 더 우수한 인지 능력을 보여주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연구들은 일상생활에 상당한 양의 정신적 자극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의 중요성을 밝혀냈다. 예를 들어 50대와 60대에 걸쳐 정상적인 근무를 하는 사람은 조기 퇴직자보다 인지력 저하에 대해 더 강한 회복력을 보였다. 은퇴 후에도 아르바이트를 계속하거나 자원봉사를 하거나 80, 90대에도 새로운 기술을 배우려고 시도하는 것을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뇌를 젊게 유지하기 위한 노력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고 향후 수십년간 더 악화될 치매 발병률을 고려할 때 긍정적인 스트레스와 노년기의 건강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관심은 증가할 것이다. 물론 너무 적은 스트레스와 너무 많은 스트레스 사이에는 미세한 차이가 있다. 만성적인 스트레스로 인한 지속적인 염증 발생은 무엇보다도 비만, 심장병, 당뇨병, 우울증, 천식, 알츠하이머병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경증에서 중간 정도의 적정 규모의 스트레스는 신체기능의 건강한 유지에 필수적이다. 필립 박사는 “생각해보면 우리의 모든 시스템은 휴식 상태에 있다가 약간의 스트레스(뇌로 가는 혈류를 바꾸거나 근육을 수축시키는 것)로 인해 다른 분자 경로를 활성화시키게 된다”면서 “우리는 활동적이고 다양한 자극에 반응하도록 진화했기에 그것을 제거하게 되면 부정적인 과정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바르 교수의 테드 강연은 다음 링크(https://www.youtube.com/watch?v=nsc83N-Q1q4)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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