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큰한 국물이 좋아” vs “건더기 위주로 드세요”
“비가 오면 얼큰한 국물이 생각납니다.”
긴 장마가 이어지면서 국물 음식을 찾는 사람이 많다. 얼큰한 국물 한 사발은 무더위와 코로나19의 시름을 덜어주는 듯하다. 식당에서 짬뽕이 나오면 국물부터 들이키는 사람도 있다. “국물이 최고!”라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하지만 건강을 생각하면 국물을 마시다가 멈칫하는 경우가 있다.
국물은 ‘참을 수 없는 유혹’일까? 건강을 위해 건더기 위주로 먹어야 할까?
◆ 된장국의 딜레마, “몸에 좋은데” vs “염분 과다 섭취”
오늘도 된장국이나 된장찌개를 먹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된장(국)은 몸에 좋은 대표적인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된장은 콩이 발효되면서 만들어지는 발효 생성물로 암 예방 효과가 콩보다 더욱 크다. 게다가 된장국은 비타민 C, 베타카로틴, 식이섬유가 많은 배추, 콩나물, 시금치, 두부, 호박, 풋고추 등도 들어가 건강에 좋은 식품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발효된 된장에는 염분, 질산염 등이 많이 들어 있다. 된장이 발효되면서 소금 자체의 산화성을 누그러뜨리지만 염분 함량은 대부분 남아 있다. 짠 음식을 오랫동안 즐기면 고혈압을 유발해 대사질환, 심장병으로 이어질 수 있고 위암, 비후두암 등의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 염분이 장기간 위 점막을 자극해 염증을 일으키고 결국 위암으로 발전한다.
된장은 끓여도 항산화 물질이 거의 남아 있어 된장국, 된장찌개도 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된장(국)을 과도하게 짜게 먹는 것이 문제다. 대한암협회-한국영양학회는 된장찌개, 된장국 등에 포함된 발효 된장 섭취를 주당 570그램 이하, 즉 하루 81그램(된장 4큰술) 이하로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된장국도 싱겁게 먹는 시대가 된 것이다.
◆ 위암 환자 3만여 명 시대, “짠 음식이 최대 위험요인”
2019년에 발표된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의하면 위암은 남녀를 합쳐서 2만 9685건 발생해 전체 암의 12.8%로 1위를 차지했다. 환자의 남녀 성비는 2대1로 남자에게 더 많이 발생했다. 남성의 암 중 1위, 여성의 암 중 4위였다. 50-60대 환자가 53.5%로 가장 많지만 최근 30-40대 환자도 크게 느는 등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짠 음식을 많이 섭취한 사람은 적게 먹은 사람보다 위암 발병 위험도가 4.5배 더 높다(국가암정보센터).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은 위에 염증을 일으켜 위축성 위염, 장상피화생 등 위암의 전단계로 진행한다. 헬리코박터에 감염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위암에 걸릴 확률이 2-3배 높다. 흡연, 가족력 등도 위험요인이다.
◆ 외식 국물 음식, “건더기 위주로 먹어라”
외식 메뉴 가운데 염분(나트륨) 함량이 가장 높은 음식은 짬뽕, 우동 등 국물 음식이다. 나트륨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무기질 영양소이지만 과잉 섭취 시 각종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조사에 따르면, 짬뽕 1000그램에는 4000밀리그램의 나트륨이 들어 있다. 이어 우동 3396밀리그램, 간장게장(250그램) 3221밀리그램, 열무냉면(800그램) 3152밀리그램, 김치우동(800그램) 2875밀리그램의 순이었다.
식약처는 “국물 음식의 나트륨 함량이 높기 때문에 건더기 위주로 먹는 등 나트륨 섭취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우리나라 국민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세계보건기구(WHO) 권고량의 2배에 이른다. WHO의 하루 평균 나트륨 권고량은 2000밀리그램이지만 한국인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4027밀리그램이나 된다.
◆ 그래도 국물이 좋은데.... “칼륨이 많은 채소를 먹어라”
짠 음식은 국물 뿐 아니라 절임 음식, 젓갈 등도 해당한다. 짜게 먹는 식성을 고치지 않으면 고혈압이나 위암 예방에 불리하다. 면 국물에 밥을 말아 먹는 식습관은 비만도 유발해 생활습관병의 원인이 된다. 짠 음식을 좋아한다면 채소와 과일을 자주 먹으면 도움이 된다. 특히 채소에는 칼륨이 많아 체내의 염분을 배출하는데 도움이 된다.
나트륨 섭취량이 증가할수록 소변으로 빠져나가는 칼슘량이 증가해 골다공증이나 신장-요로결석이 나타날 수 있다. 천식 환자가 나트륨 섭취량을 줄이면, 폐 기능이 호전되고 기관지 과민성이 감소해 증상이 개선된다. 건강수명을 위해 미각을 자극하는 국물도 절제할 때다. 특히 우리 아이들이 짠 음식에 길들여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