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화하는 고압산소치료… ‘젊음의 샘’ 될 수 있을까

[고압산소와 건강 #1] 병원에서 사용되던 HBOT, 외국 고급 미용 관리숍에서 사용

산소 부족은 우리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고압산소치료(HBOT)가 노화생물학의 ‘성배(聖杯)’가 될 수 있을까?

2기압 이상의 압력이 가해진 밀폐된 공간 안에서 100%에 가까운 고농도 산소를 흡입하도록 하는 HBOT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1940년대 미국 해군이 감압명(잠수병)을 치료하기 위해 도입했던 HBOT는 1960년대 일산화탄소 중독 치료에도 사용됐다. 도입 뒤 80년 넘는 세월이 흐르면서 HBOT 활용 범위는 나날이 넓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2020년 이스라엘 텔 아비브 대학교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 결과는 단번에 전세계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HBOT가 혈액 세포의 노화를 멈추고 노화 과정을 되돌릴 수 있다는 게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연구에 참여자의 염색체 끝에 있는 텔로미어가 세포 유형에 따라 20~38%의 비율로 짧아지지 않고 더 길어졌다. 또 전체 세포 집단에서 노화 세포의 비율은 세포 유형에 따라 11~37%까지 크게 줄어들었다.

당시 연구를 이끌었던 이스라엘 텔 아비브 대학 사골(Sagol) 고압산소의학센터의 샤이 에프라티 교수는 “텔로미어 단축 (방지 연구는) 노화생물학의 ‘성배’라고 할 수 있다”면서 “수많은 연구자들이 텔로미어 연장의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우리의 HBOT 프로토콜은 이를 달성해내면서 실제로 세포 분자 수준에서 노화 과정을 되돌릴 수 있음을 증명해냈다.”라고 설명했다.

텔로미어 길이는 오랫동안 수명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예를 들어, 100세 이상 살면서 비교적 건강한 사람은 건강이 좋지 않은 100세 노인보다 텔로미어 길이가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고압산소치료 원리. 노화하거나 문제가 생긴 혈관(1)에 고농도의 산소를 공급하면 손상 조직이 회복된다. [이미지=H리버스에이징 센터]
산소는 인간에게 어떤 존재일까? 

HBOT는 정상보다 최대 3배 높은 대기압에서 순도 100%의 산소를 공급한다. 혈류의 산소량을 크게 증가시킨다.

그렇다면 산소는 인간에게 어떤 존재일까? 충분한 산소가 공급되지 않는다면 우리 몸은 심대한 타격을 받는다. 세포가 정상적으로 활동하는 데 사용되는 에너지가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백혈구가 제대로 활동을 못하면서 면역력이 악화하고, 노폐물 분해도 원활하지 않다.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불리는 코르티솔, 몸으로 들어오는 중금속 등을 분해는 것도 산소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결국 독성이 쌓이며 만성피로를 비롯 우울증, 비만 등 다양한 질병이 생길 수 있다.

독일의 생화학자인 오토 바르부르크 박사는 이미 1930년대 몸 속 산소 부족이 정상 세포를 돌연변이, 즉  암 세포를 만든다는 것을 증명했다. 바르부르크 박사는 암은 산소 부족으로 생기기 때문에 몸에 충분한 산소를 공급할 경우 암세포 성장이 억제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2019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윌리엄 케일린 하버드 의대 교수 등 의학자 3명은 산소가 부족하면 암세포가 잘 퍼지고 항암제에 대한 내성도 생기지만, 반대로 산소가 충분히 공급할 경우 암 치료가 수월해진다고 발표했다.

보통 공기 중 들어있는 산소의 비중은 21% 정도다. 다만 대도시의 밀폐된 사무실이나 아파트 등 공간은 19%로  낮다.

HBOT를 받으면 혈장에 고농도의 산소가 녹아 들어간다. 그렇게 되면 모세혈관까지 산소가 충분하게 전달되며, 혈액순환도 원활해진다. 산소의 원활한 공급은 세포 조직의 활성화를 촉진해 다양한 질병 치료에도 도움을 준다. 대표적인 것이 상처 치료다.

미국전문상처치료협회(American Professional Wound Care Association·APWCA) 회장이자 1998년부터 상처치료에 HBOT를 도입해 온 제프리 니에즈고다 박사(Dr. Jeffrey Niezgoda)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고압산소치료는 손상된 조직을 재건하는 데 매우 강력한 효과를 보인다”라면서 “미국 전역에 전문 상처 및 고압산소 치료 센터가 증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화상, 당뇨병성 족부궤양, 가스괴저증, 버거씨병, 수지접합 수술 후, 식피술 및 피판술 후, 방사선 치료 후 발생한 조직괴사(합병증), 일산화탄소 중독,시안화물 중독, 감압병, 가스색전증,돌발성 난청 등 치료에 사용될 경우 고압산소치료는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받을 수 있다.

미국 고급 미용 관련 센터에서 고압산소챔버를 구비하는 경우가 많다. 사진은 미국 L.A 비버리힐즈에 위치한 옥시너지2 롱지비티 스파의 홍보 사진.  [사진=OXYNERGY2 LONGEVITY SPA]
왜 유명인들은 HBOT 챔버에 들어갈까?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은 HBOT와 관련해 “치유되지 않는 상처, 산소가 부족한 조직의 감염 치유를 빠르게 하는 데 도움을 주며, HBOT의 목표는 세포 조직을 복구하고 정상적 신체 기능을 회복하기에 충분한 산소를 혈액에 채우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경우 전국적으로 약 1800~2000개의 병원에서 고압산소 치료를 제공하고 있으며, 약 500~700개의 비병원 기반 프로그램에서 치료를 제공한다. 

최근 HBOT가 화제가 된 것은 유명인들을 통해서였다. 특히 스포츠 스타나 할리우드 배우들이 사용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스포츠 활동으로 연부 조직이 손상될 경우 미세순환 장애나 각종 염증이 생길 수 있다. 상처 치료에 효과 있는 HBOT는 통증이나 붓기 등을 억제해 손상 부위의 빠른 회복을 돕는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레알 마드리드 소속의 브라질 축구선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를 비롯해 NBA 전설로 불리는 르브론 제임스와 같은 이들이 체력 회복을 위해 고압산소실을 애용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HBOT는 주류 스포츠를 통해 폭발적으로 확산됐다.”고 보도했다.

운동에 따른 신체 손상을 빠르게 회복시키는 것은 물론 피부 관리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들이 발표되면서 이미 미국에서는 뉴욕, L.A와 같은 거대 도시에서는 HBOT 기계를 설치한 고급 미용 관리숍들이 생겨나고 있다.

미국 뉴욕과 L.A 할리우드에 분점을 가지고 있는 유명 웰니스 스파인 레메디 플레이스(Remdedy Place)는 HBOT를 비롯한 다양한 첨단 장비를 이용해 피부와 건강을 관리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레메디 플레이스의 경우 한달 비용은 최소 495~2500달러(약 66~335만원)에 달한다. 이외에도 영국 런던에서도 고급 쇼핑가가 즐비한 서부 켄싱턴 지역에 위치한 더바디랩은 (The Body Lab) 역시 고압산소챔버를 도입한 대표적인 시설이다. 과학과 기술이 5성급 피트니스와 웰빙의 사치를 만나는 곳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는 이 곳의 회원비는 연간 6800~2만1800 달러에 달한다.

손상된 피부가 재생한 효과를 확인한 후 피부 역노화에 응용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하나이비인후과병원의 H리버스에이징 센터의 김태림 과장은 “HBOT는 혈관 재생을 통해 혈액 순환을 원활히 하면서, 일반적인 상태보다 15배 이상 더 많은 산소를 혈액 속에 공급할 수 있다”면서 ” 산소는 우리 몸의 에너지 재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신진대사 기능을 높이는 결과를 낳고 세포 단위의 재생 효과도 촉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온라인 매체 인사이더(INSIDER)를 비롯해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용건강 잡지인 얼루어(Allure) 등에서도 치료 목적이 아닌 건강과 미용 목적을 위해 설치된 HBOT 기계 체험기가 몇 년 전부터 올라오고 있다.

문제는 역시 비용이다.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분야에서 HBOT 기계를 이용하는 것은 아직 여전히 비싸다. 데일리메일은 “높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유명인이 아닌 일반인들 중에서도 노화 방지를 위해 수천 달러를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하기도 했다.

    윤은숙 기자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