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20일 (월)

“근친혼이 부른 비극”…희귀병에 시달리는 ‘이 나라’에 무슨 일이?

사촌끼리 결혼하는 나라… 아이들에게 찾아온 '호르몬 유전병'의 눈물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서로 사촌 관계인 부모 밑에서 태어난 15세 소녀의 척추 엑스레이 사진. 등과 허리 부위가 옆으로 가볍게 휜 척추측만증(왼쪽), 허리가 앞쪽으로 너무 들어간 허리 전만증과 뼈가 약해진 골감소증(오른쪽)이 확인됐다. 사진=큐레우스(Cureus)

가까운 혈연 관계의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어린이들에게 나타난 희귀 내분비 질환 사례들이 논문으로 보고됐다.

국제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는 최근 근친혼이 자녀의 희귀 유전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관계를 분석한 증례 연구가 게재됐다.

영국 리즈대학교병원, 바레인 킹 하마드 대학병원, 바레인 왕립외과대학 등 공동 연구진은 바레인에 거주하는 어린이 2명을 분석했다. 두 어린이 모두 사촌 관계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이들에게서 성장 장애, 생식기관 이상, 호르몬 이상 등 다양한 내분비 질환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가까운 혈연 관계에서는 부모가 같은 유전자 변이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이 경우 자녀가 양쪽 부모에게서 같은 이상 유전자를 물려받아 희귀 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바레인에서 이어진 사촌 간 결혼 문화… 유전질환 위험 높이는 이유

근친혼은 가까운 친척 사이에서 이뤄지는 결혼을 말한다. 논문에 따르면 바레인은 역사적으로 가족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전통을 이어가기 위한 이유 등으로 친척 간 결혼이 이어져 온 지역이다. 1990년 조사에서는 바레인 젊은 세대의 약 39.4%, 부모 세대의 약 45.5%가 친척 간 결혼 사례가 있다고 보고됐다. 이 가운데 약 21%는 사촌 간 결혼이었다.

연구진은 근친혼 자체가 질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가까운 혈연일수록 부모가 같은 유전자 변이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상염색체 열성 질환은 이런 상황에서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부모는 증상이 없어도 같은 이상 유전자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 아이가 양쪽 부모에게서 모두 물려받으면 부모에게는 없던 질환이 나타날 수 있다. 사촌은 유전자의 약 12.5%를 공유한다. 연구진은 사촌 간 결혼에서 태어난 자녀는 일반적인 경우보다 열성 유전질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첫째 사례: 15세 소녀의 무월경과 다발성 장기 이상

첫 번째 사례는 사촌인 부모 밑에서 태어난 15세 소녀다. 이 소녀는 사춘기 나이가 됐지만 생리를 아예 하지 않는 '무월경'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

정밀 검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소녀는 아기를 가지는 방인 자궁과 질이 아예 만들어지지 않은 채 태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여성 호르몬을 만드는 난소도 없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생명 유지에 꼭 필요한 호르몬을 만드는 '부신'이라는 기관도 망가져 있었다. 또한, 몸속의 전해질 균형이 깨져 신장이 제 기능을 못 하는 '신세뇨관 산증'까지 겹쳤다. 이 때문에 뼈가 약해지고 심각한 칼륨 부족 상태에 빠졌다. 결국 이 소녀는 평생 호르몬 약과 영양제를 먹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의료진은 “이 환자는 생식기관뿐 아니라 호르몬과 신장 관련 기능까지 영향을 받은 복합적인 내분비 질환 사례였다”고 설명했다.

둘째 사례: 또래보다 작은 6세 소년, 성장호르몬 부족 진단

두 번째 사례는 사촌끼리 결혼한 부모에게서 태어난 6세 11개월 된 남자아이다. 이 아이는 키가 또래 중 하위 3%에 속할 정도로 자라지 않는 '저신장증'을 겪고 있었다. 정밀 검사를 해보니, 뇌 속에서 성장 호르몬을 만드는 기관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했다. 유전자 검사 결과, 몸의 중심을 발달시키는 '소닉 헤지혹(SHH) 유전자'에 변이가 생긴 것으로 밝혀졌다.

이 소년은 매일 성장 호르몬과 치료제를 주사 맞기 시작했다. 다행히 치료 한 달 만에 키가 2cm 자랐지만, 평생 치료를 받아야 한다. 주목할 점은 아이의 어머니도 같은 유전자 변이를 가지고 있었지만 아무 증상이 없었다는 것이다. 같은 나쁜 유전자를 물려받아도 자녀 세대에서 훨씬 심각한 병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희귀질환, 가족력 확인과 조기 검사가 중요

근친혼 가정에서 태어났다고 해서 모두 질환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어떤 유전자 변이를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하지만 성장 지연, 사춘기 발달 이상, 원인을 알 수 없는 전해질 이상 등이 있다면 유전질환 가능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연구진은 “근친혼 비율이 높은 지역에서는 유전 상담과 조기 검진이 중요하다”며 “희귀질환을 적절하게 치료하고 관리하려면 조기에 발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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