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7일 (화)

전당뇨인 사람에게 월 6만원씩 주며 ‘과채 처방’했더니…이런 변화가?

약 대신 ‘과일·채소 처방전’과 월 6만원씩 6개월 지원…이후 환자 식탁, 크게 바뀌었다

요즘엔 보기 드문 3대 가족이 함께 식사하고 있다. 전당뇨인 사람과 당뇨병 환자에게 약 대신 ‘과일·채소 처방전’과 월 40달러(약 6만원)의 쿠폰을 과일과 채소의 구매 지원금으로 6개월간 제공한 결과, 환자들의 식탁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는 연구 결과가 미국에서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동양에는 식약동원(食藥同源)이라는 말이 있다. '음식과 약은 그 근원이 같다'는 뜻이다. 서양에도 ‘음식이 곧 약이다’(Food as medicine 또는 Food is medicine)이라는 개념이 있다. 이런 개념을 당뇨병 환자의 삶에 적용한 사례가 최근 미국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가 전당뇨인 사람과 당뇨병 환자에게 약 대신 ‘과일·채소 처방전’과 월 40달러(약 6만원)의 쿠폰을 과일과 채소의 구매 지원금으로 제공한 결과, 이들의 식탁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단순한 권고가 아니라 실제로 과일·채소를 살 수 있는 돈을 처방전과 함께 지급하자, 이후 과일·채소 섭취량이 늘고 건강한 식품에 대한 접근성(영양 보안)도 크게 개선됐다는 것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 공중보건국은 지역 내 3개 연방공인보건센터(FQHC)와 함께 ‘농산물 처방전(Produce Prescription)’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대상자들은 저소득층 의료보장(메디케이드)의 혜택을 받는 전당뇨인 사람과 당뇨병 환자 1309명이었다. 보건 당국은 이들에게 6개월에 걸쳐 매달 40달러가 충전되는 디지털 형태의 직불카드(전자 데빗카드)를 지급해 신선한 과일·채소를 사먹을 수 있게 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프로그램 참여자의 영양 즉 건강 식품에 대한 접근성, 즉 영양 보안이 약 23%에서 약 39%로 16%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평가됐다. 의사들의 강력한 권고에도 좀처럼 바뀌지 않던 식단이 부쩍 좋아졌다는 뜻이다.

식품 보안(Food Security)은 배고픔을 해결하는 문제, 영양 보안((nutrition security)은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가의 문제다. 라면을 먹으면 배는 채울 수 있어 식품 보안은 높아도, 영양 보안은 낮을 수 있다. 건강한 식품을 사먹을 수 있는 능력 자체가 건강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연구를 이끈 LA 카운티 공중보건국의 줄리아 콜드웰 박사는 “과일·채소 처방전은 단순한 복지 프로그램이 아니라 질병 관리 전략”이라며 “경제적 접근성을 높이면 당뇨병 환자 스스로 식단을 바꾸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Nutrition Security Among Medicaid Patients With Diabetes or Prediabetes After Completing a Produce Prescription Program)는 《가정의학연보(Annals Of Family Medicine)》 2026년 1월호에 실렸다.

당뇨병 관리의 약 50%, 식탁에서 결정…음식의 양질 따지고, 운동 수면에 관심 가져야

이번 연구는 보건의료계가 말하는 '약 대신 사과와 브로콜리를 처방하는 시대'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실제 효과를 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당화혈색소(HbA1c) 수치나 체중 변화 등 임상 지표를 직접 측정한 연구는 아니다. 하지만 식단 개선이 혈당 조절의 선행 요인이라는 점에서 나름대로 큰 의미를 갖는다. 특히 저소득층 당뇨 환자에게는 건강 식품을 먹고 싶어도 살 수 없는 구조적 문제가 존재하는데, 이번 실험은 그 장벽을 낮추는 것만으로도 식탁이 바뀔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당뇨병 관리의 약 50%는 식탁에서 결정된다. 어떤 음식을 얼마나 먹느냐가 약보다 훨씬 더 큰 영향을 혈당에 미치는 경우도 많다. 특히 탄수화물의 양과 질은 혈당에 직접 영향을 미치며, 흰빵·면·밥 등 정제된 탄수화물은 혈당을 급격히 올린다.

반면 통곡물·채소·과일(특히 혈당지수가 낮은 과일)·단백질은 혈당 상승을 누그러뜨린다. 식습관을 바꾸면 약을 늘리지 않고도 혈당 수치가 좋아지는 사례가 많고, 체중이 5~10%만 줄어도 인슐린 저항성이 개선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하지만 식습관이 나쁘면 어떤 약을 써도 혈당이 안정되지 않는다.

혈액투석 환자의 연간 진료비 3조원 육박…혈당 관리로 당뇨 합병증 콩팥병 줄여야

전당뇨, 당뇨병 환자에 대한 관리는 국가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국내에선 혈액투석 환자의 진료비 중 10%를 본인이 부담하고 나머지 90%를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한다. 혈액투석과 관련해 건강보험공단이 지출하는 돈은 2023년 기준 약 2조 6000억 원이나 되며, 혈액투석 환자 1인당 연간 총진료비는 약 2736만 원이다.

혈액투석 환자는 5년 전 7만1710명이었지만 현재는 8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혈액 투석 환자의 대부분은 당뇨병 합병증으로 콩팥(신장)에 이상이 생겨 고통받는다. 정부 및 공공기관의 당뇨병 환자에 대한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자주 묻는 질문]

Q1. 과일·채소 처방전이 왜 필요한가요?

A1. 당뇨병 환자의 혈당은 약보다 식습관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제 탄수화물 중심의 식단은 혈당을 급격히 올리는 반면, 통곡물·채소·과일·단백질 중심의 식단은 혈당 상승을 완만하게 만듭니다. 특히 저소득층 환자일수록 건강한 식품이 비싸 접근이 어려운데, 과일·채소 처방전은 이러한 장벽을 낮춰 실제 식단을 바꾸도록 돕는 ‘질병 관리 전략’으로 기능합니다.

Q2. 영양 보안(nutrition security)은 무엇이며 왜 중요한가요?

A2. 영양 보안은 “건강한 음식을 실제로 먹을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단순히 배를 채울 수 있는지를 묻는 식품 보안과는 다릅니다. 라면으로 배는 채울 수 있어 식품 보안은 높아도, 건강한 식품을 살 수 없다면 영양 보안은 낮은 상태입니다. 이번 연구에서 영양 보안이 23.2%에서 38.7%로 크게 개선된 것은 경제적 지원이 환자들의 식탁을 실질적으로 바꿨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Q3. 당뇨병 환자의 식단 등 관리가 왜 중요한가요?

A3. 당뇨병은 국내 혈액투석 환자의 가장 큰 원인입니다. 혈액투석 환자 1인당 연간 진료비는 약 2736만 원이며,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하는 비용만 연간 약 2조 6000억 원에 이릅니다. 식습관 개선은 당뇨병 악화를 막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이며, 장기적으로는 투석 환자 증가를 억제해 사회·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과일·채소 처방전 같은 프로그램은 예방적 관점에서 큰 의미를 갖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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