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7일 (화)

혈압도 정상인데, 출산 앞둔 27세女...발작 후 두 눈 안 보여, 무슨 일?

혈관 취약성과 자가면역반응으로 인한 ‘후방 가역성 뇌병증 증후군’ 진단...서둘러 혈관성부종 치료해야 뇌경색 막을 수 있어

태아의 움직임에 부부가 밝은 웃음을 짓고 있다. 건강했던 20대 후반 임신부가 온몸 발작 후 두 눈이 보이지 않는 증상을 보였다. 혈관성 부종이 원인으로 드러났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임신 36주차로 출산을 약 한 달 앞둔 20대 후반의 임신부가 온몸에 발작을 일으킨 뒤, 두 눈이 전혀 보이지 않는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

인도 ESIC 모델 병원 및 의과학연구대학원(PGIMSR) 연구팀은 혈압이 정상(110/60 mmHg)이고 특별한 병도 앓지 않았던 27세 임신부가 갑자기 전신 발작 후 양쪽 눈의 시력을 잃는 증상을 보인 사례를 학계에 보고했다.

이 환자는 안과 검사에서 빛을 조절하는 동공이나 눈 안쪽의 망막이 모두 정상이었지만, 빛을 감지하지 못하는 피질성 실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피질성 실명은 눈이나 시신경은 정상이지만,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대뇌의 후두엽 시피질(시각 겉질)이 손상돼 앞을 보지 못하는 상태다.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결과, 시각을 맡는 뇌 부위인 후두엽을 중심으로 양쪽 대뇌에 혈관성 부종이 확인됐다. 대뇌는 뇌 전체 무게의 약 80%를 차지하며 학습, 기억, 추리 등을 담당하고 감각의 인지, 수의적 운동의 조절, 언어와 감정을 주관하는 중추 기관이다. 혈관성 부종은 혈관 밖으로 액체가 흘러나와 뇌가 붓는 증상이다.

연구팀은 출산을 앞둔 이 환자에게 ‘후방 가역성 뇌병증 증후군(PRES)’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태아의 상태가 나빠지고 있음을 발견한 뒤, 임신부에게 전신 마취를 하고 제왕절개 수술을 했다. 산모는 1.65kg의 남아를 안전하게 분만했다.

연구팀은 발작을 억누르는 황산마그네슘을 주사로 투여하고, 정밀 검사에서 발견된 기저 자가면역 성향을 조절하기 위해 약물 치료를 병행했다. 환자는 수술 후 3일째에 시력을 완벽히 회복했다.

이 사례 연구 결과(Acute Bilateral Vision Loss in Pregnancy: A Case of Posterior Reversible Encephalopathy Syndrome)는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실렸다.

이 환자의 ‘후방 가역성 뇌병증 증후군(PRES)’은 두통, 발작, 시각 장애 등 급격한 신경 이상과 함께 주로 머리 뒷부분(후두엽)의 뇌가 붓는 병이다. 제때 신속히 치료하면 정상을 회복할 수 있다.

이 병을 앓는 환자의 대부분은 임신중독증(자간증)으로 혈압이 머리끝까지 치솟을 때 뇌 혈관이 버티지 못하고 터져 나가듯 부종이 생긴다. 하지만 환자의 20~30%는 이 사례처럼 혈압이 정상인 상태에서 발생한다. 이때의 주요 발병 원인은 고혈압이 아니라, 혈관 자체의 취약성과 자가면역 반응이다. 몸속의 자가면역 항체가 혈관 벽을 보호하는 내피세포를 공격해 느슨하게 하고, 이로 인해 혈액 속 수분과 단백질이 뇌 조직으로 새어 나가면서 정상 혈압에서도 뇌가 심하게 붓는다.  

이 환자는 눈의 망막이나 신경 자체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도 양쪽 눈으로 볼 수 없었다. 눈으로 받아들인 빛 신호를 최종 해석하는 뇌 뒷부분(일차 시각 피질)에 부종이 집중적으로 생겼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눈이 멀쩡한데 빛 신호를 받아들이는 뇌의 스위치가 꺼진 상태로 볼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안과 검사만으로는 원인을 찾기 어렵다. 임신부나 산모가 혈압이 정상이고 안과 검사에서 이상이 없는데도, 갑자기 앞이 잘 안 보인다고 호소하거나 발작을 일으킨다면, 즉시 뇌 MRI 검사를 해야 한다. 적절한 검사와 판단으로 이 병을 제때 발견하면, 뇌경색을 예방할 수 있다. 산부인과, 신경과 등이 유기적으로 협진하면 임산부와 태아를 모두 안전하게 살릴 수 있다.

[자주 묻는 질문]

Q1. 임신 전이나 임신 중에 고혈압이 전혀 없던 산모도 안심할 수 없나요?

A1. 네, 안심할 수 없습니다. ‘후방 가역성 뇌병증 증후군(PRES)’ 환자 4명 중 1명은 혈압이 정상인데도 발병합니다. 임신 후기나 출산 전후에 돌연 심한 두통이나 시야가 흐려지는 증상이 나타나면 서둘러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Q2. 눈이 잘 안 보이는데도 안과 검사에서 정상이 나올 수 있나요?

A2. 그렇습니다. 눈의 수정체(사진기의 렌즈에 해당)나 망막(필름에 해당)은 완벽히 정상이어도, 그 신호를 받아서 화면을 띄워주는 뇌의 시각 회로에 부종이 생기면 컴퓨터 모니터가 꺼진 것처럼 앞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안과에서 이상이 없다고 안심할 것이 아니라, 즉시 큰 병원 응급실을 찾아 MRI를 찍어봐야 합니다.

Q3. 이 환자처럼 시력이 며칠 만에 돌아온다면, 뇌에 흉터나 후유증은 안 남나요?

A3. 제때 발견해 뇌의 부기(부종)를 가라앉히고 원인을 없애면, 뇌 세포가 죽지 않고 원래 상태로 깨끗하게 회복됩니다.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쳐 부종이 심해지면 뇌경색으로 이어져 영구적인 실명이나 마비 등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습니다. 신속한 대처가 매우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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