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구에 사는 이모(55)씨는 요즘 조직 생활과 관련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다니는 회사를 언제 그만둬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못하기 일쑤다. 조직의 위아래에서 받는 압력은 갈수록 심해진다. 인공지능(AI) 등 급변하는 환경 탓에 마음의 고통이 크다.
아직 돈을 쓸 데가 너무 많은 50대 중반의 가장인 이씨. 그는 갑자기 배가 아프거나 소화가 잘 안되고 속이 더부룩하면 광고에서 많이 본 소화불량 약을 사먹곤 한다. 급한 증상이 가라앉으면 그냥 또 하루를 넘긴다.
이런 소화불량 환자를 겨냥한 제약회사들의 광고 마케팅 공략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부채표가 없는 것은 활명수가 아닙니다”라거나 “그 정도가 딱! 겔포스엘 먹을 정도” 등 각종 광고 문구가 고통받는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 든다.
소화불량 약 광고는 약국에서 살수 있는 소화효소제와 위장운동촉진제 2종이 주류를 이룬다. 통상 소화효소제 광고는 탄수화물·단백질·지방 등 3대 필수 영양소의 분해를 돕는 성분을, 위장운동촉진제 광고는 위장 운동의 조절 기능을 강조한다.
특히 스트레스와 잦은 외식 등 소화불량의 원인을 나름대로 짚고 증상에 걸맞은 약 선택의 중요성에 중점을 둔다. 제약회사는 비교적 인지도가 높고 참신한 느낌을 주는 연예인을 모델로 삼아 소화불량 환자들을 공략한다.
호주 비영리매체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에 따르면 소화불량 증상은 누구나 겪을 수 있으며 특히 50세 이상의 약 3분의 1이 이를 호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위장관은 상부와 하부로 나뉜다. 상부 위장관에는 입, 인두, 식도, 위, 작은창자(소장)의 첫 부분인 십이지장이 포함된다. 이 부위에서 많이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가 소화불량이다.
복부 팽만감, 트림, 메스꺼움, 포만감 등과 함께 역류(위 내용물이 위로 올라오는 느낌)나 위산 역류(위산이 목 뒤에 닿아 쓴맛이 나는 증상) 등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영국 브리스톨대 댄 바움가르트 박사(신경과학)는 “약국에서 파는 각종 소화불량 약은 증상을 누그러뜨릴 수 있지만, 장기간 복용하면 다른 심각한 병의 진단과 치료를 지연시킬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화불량의 일반적인 원인은 기름지거나 매운 음식, 커피 등 카페인 음료, 음주, 과식, 임신, 비만, 흡연 등이다. 우울증 약이나 해열진통제, 염증치료제, 철분제 등 일부 약물도 소화불량을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소화불량 증상이 끊이지 않고 계속되면 반드시 다른 심각한 병을 의심해봐야 한다.
소화불량을 유발하는 식도·위·십이지장의 염증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위 점막에 살고 궤양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는 특정 세균(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도 여기에 속한다. 이 감염은 위궤양으로 진행될 수 있으며, 출혈이나 장 천공 위험을 높인다. 심한 소화불량은 상부 위장관 암(위암·식도암·위식도연결부암)이나 췌장암·난소암 등이 일으키는 것일 수 있다. 허혈성 심장병도 소화불량과 비슷한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바움가르트 박사는 “섣불리 자가 진단하지 말고, 내과 전문의 등을 찾아 진료를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영국 보건의료우수성연구소(NICE)의 지침에 의하면 까닭을 알 수 없는 체중 감소나 소화불량 등과 함께 상복부 통증이 나타나면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게 좋다. 배에 큰 혹(종괴)이 생기거나 삼킴장애(연하곤란)를 겪는 환자는 특히 그렇다.
암에 걸릴 위험이 높은 50대 이상은 소화불량에 적극 대처할 필요가 있다. 소화불량 약을 먹어도 썩 효과가 없는 사람, 철분결핍성빈혈이 있거나 위궤양에 걸린 적이 있는 환자, 부모·형제자매 등 가족 중에 상부 위장관암을 앓은 사람이 있는 경우에는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