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부 수술을 받은 적이 없고 평소 건강하게 잘 지내던 20대 남성이 갑작스러운 복통·구토 등 증상으로 응급실을 찾았다. 사흘 전부터 배가 쥐어짜듯 아프기 시작하더니 음식물을 토하고 배가 더부룩해지는 복부팽만, 방귀와 대변이 전혀 나오지 않는 ‘완전 변비’ 증상까지 나타났다.
사우디아라비아 아세르 중앙병원 연구팀에 의하면 이 24세 환자는 염증성 장 질환이나 만성 위장병을 앓은 적이 없었다. 특히 떫은 감이나 질긴 채소 같은 것을 과식하거나 소화되지 않는 이물질을 삼킨 이력이 전혀 없었다. 환자가 토한 물질은 담즙이 섞인 녹색 액체였다.
환자가 입원할 당시의 혈압·체온 등 활력징후는 안정적이었다. 혈액 검사상 백혈구 수치가 약간 높은 수준이었으나, 패혈증이나 장기부전 징후는 없었다. 연구팀은 복부와 골반 컴퓨터 단층촬영(CT) 검사를 했다. 그 결과 작은창자(소장)의 일부가 최대 4.2cm 굵기까지 심하게 부풀어 있었고 작은창자의 말단에서 장이 갑자기 막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막힌 부위 바로 앞쪽에는 장 내용물이 정체돼 대변 찌꺼기와 가스 방울이 뭉친 ‘소장 대변 징후’가 나타났다.
연구팀은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서둘러 개복 수술을 했다. 그 결과 뜻밖의 물질을 발견했다. 장기의 유착(달라붙음)이나 염전(꼬임)은 없었다. 하지만 작은창자 벽에 선천적으로 형성된 곁주머니(메켈 게실) 안에 소화되지 않은 섬유질 찌꺼기 덩어리인 ‘식물성 위석(위장관 가짜 돌)’이 단단히 뭉친 채 박혀 있었다. 이 식물성 위석이 통로를 완전히 가로막아 갑자기 장폐색을 일으킨 것이다.
연구팀은 위석 덩어리와 작은창자 약 30cm를 제거하고 장을 연결하는 시술을 했다. 환자는 장의 괴사나 천공 등 합병증 없이 건강하게 퇴원했다.
이 사례 연구 결과(Phytobezoar Impaction Within Meckel's Diverticulum Causing Distal Small Bowel Obstruction: A Case Report With Characteristic Computed Tomography Small Bowel Feces Sign)는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실렸다.
몸에 좋다는 채소나 과일이 모든 사람에게, 모든 상황에서 다 좋은 것은 아니다. 개인의 소화력, 장 구조 등에 따라 채소·과일이 ‘섬유질 돌’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석은 위장관 내에서 소화되지 않은 물질들이 엉겨 붙어 이뤄진 단단한 이물질 덩어리다.
위석에는 머리카락이 뭉친 모발성 위석, 약물이 뭉친 약물성 위석 등이 있으나, 임상에서 발견되는 위석의 70% 이상은 질긴 채소나 과일의 섬유질로 이뤄진 식물성 위석(Phytobezoar)이다. 작은창자가 막히는 소장 폐색은 응급 외과 입원의 12~16%, 급성 복부 수술의 최대 20%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응급병이다. 과거 복부 수술로 인한 장 유착이 전체 사례의 60~75%를 차지한다. 하지만 위석으로 인한 장폐색도 기계적인 작은창자 폐색 원인의 약 1~4%나 된다.
태어날 때부터 작은창자 벽에 곁주머니 있는…메켈 게실 환자, 전체 인구의 2%나 돼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와 과일은, 위장관에 구조적으로 이상이 있거나 운동 기능이 떨어진 사람에게는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 분해되지 않은 섬유질이 장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이 사례처럼 특별히 과식하지 않았더라도 전체 인구의 약 2%가 지닌 선천성 ‘작은창자 벽 곁주머니’(메켈 게실)가 있는 사람은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특히 복부 수술 후 정체된 부위에 미세한 섬유질이 조금씩 쌓이면 덩어리가 눈사람처럼 커져 장을 틀어막을 수 있다.
식물성 위석을 일으키기 쉬운 대표적인 과일로는 탄닌 성분이 풍부한 감과 덜 익은 바나나, 무화과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 식품에 들어 있는 탄닌 성분은 위산과 결합하면 끈적한 성질로 변해 다른 음식물과 쉽게 뭉친다. 빈속에 이 성분을 많이 섭취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 밖에 위에서 잘 분해되지 않는 질기고 단단한 식이섬유를 가진 채소도 조심하는 게 바람직하다. 세로로 긴 실 모양의 섬유질이 많은 셀러리와 미나리·부추를 비롯해 조직이 단단한 죽순, 브로콜리 줄기, 양배추 겉잎 등이 이에 해당한다. 수분이 빠져나가 섬유질이 촘촘한 건포도나 푸룬 같은 말린 과일류와 포도 껍질, 감귤류의 하얀 속껍질, 식물의 씨앗 등도 조심해야 할 대상이다. 위벽의 운동만으로는 소화되지 않고 위 속에서 엉겨 붙기 쉽기 때문이다.
식물성 위석의 예방을 위해서는 특히 위산 분비가 활발한 공복 상태에서 감이나 말린 과일을 많이 섭취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줄기가 질긴 채소를 조리할 때는 긴 섬유질을 끊어줄 수 있도록 가로 방향으로 잘게 썰어서 요리하는 것이 좋다. 단단한 채소는 생으로 먹기보다 물에 푹 삶거나 데쳐서 성질을 부드럽게 만든 뒤 섭취하고 입안에서 충분히 씹어서 삼켜야 안전하다. 자신의 소화 기능과 신체 상태에 맞게 조리하고 섭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자주 묻는 질문]
Q1. 몸속에 생긴 위석은 담석이나 요로결석과 어떻게 다른가요?
A1. 담석이나 요로결석은 칼슘이나 콜레스테롤 같은 무기질·화학 성분이 체액 속에서 결정화해 생기는 결석입니다. 반면 위석은 위장관 내부에서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 섬유질(식물 위석), 털(모발 위석), 약물 찌꺼기 등이 물리적으로 엉켜 붙어 굳어진 유기물 덩어리입니다. 두 가지의 생성 경로와 성분이 완전히 다릅니다.
Q2. 채소나 과일을 많이 먹지 않았는데도 위석이 생길 수 있나요?
A2. 가능합니다. 이 사례처럼 작은창자에 선천적인 곁주머니(메켈 게실)가 있거나 위장 운동 기능 저하, 과거 위 수술 이력 등 때문에 음식물 찌꺼기가 배출되지 못하고 장기간 정체될 수 있습니다. 그럴 경우 평범하게 먹은 식사 속 미세한 섬유질이 서서히 뭉쳐 단단한 위석으로 커질 수 있습니다.
Q3. 뱃속에 위석이 생겼을 때 나타나는 초기 경고 증상은 무엇인가요?
A3. 위석의 크기가 작을 때는 소화불량, 상복부 팽만감, 메스꺼움, 조기 포만감 등이 나타납니다. 위석이 위를 빠져나와 소장을 막으면 배가 심하게 불러오고 쥐어짜는 듯한 극심한 복통과 녹색 담즙 구토, 완전 변비가 발생합니다. 서둘러 병원을 찾아 영상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