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이 기회…우리 아이 올바른 구강관리 습관 만들기
지난 6일부터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시작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종료되고, ‘생활 속 거리두기’가 새롭게 시행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어린이들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교에 가지 못하고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어린이들이 집에 오래 머무르는 지금이 오히려 올바른 구강관리 습관을 형성해주는 데 있어 가장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세계소아치과학회에서는 가정 내 어린이들의 건강한 구강관리 습관을 위해 올바른 식습관과 양치질 그리고 치아 외상의 방지와 대응방법에 대한 3가지 인포그래픽을 소개했다.
한창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이 실내에만 있다 보면 운동량이 부족해지고, 이로 인해 수분 섭취가 부족해지기 쉽다. 하지만 체내 수분이 부족하면 침 분비량이 감소하여 치아우식증(충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침은 치아우식을 유발하는 세균이 생성하는 산(Acid)을 중화시켜서 치아우식의 발생을 감소시키며 칼슘, 불소, 인 등의 성분을 함유하여 치아 표면을 단단하게 만들어 준다. 또한 남아 있는 음식찌꺼기 등을 제거하는 자정작용에 도움을 주어 입 안을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침이 충분히 나올 수 있도록 식사 사이사이에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필요하다.
종종 물 대신 주스나 요구르트 등으로 수분을 섭취하는 아이들이 있다. 하지만 주스나 요구르트는 당분이 많이 포함되어 치아우식을 유발할 수 있다. 당분은 치아우식을 유발하는 세균의 탄수화물 대사에 의해 젖산으로 변하게 되고, 젖산은 치아 표면을 산성으로 만들어 치아우식을 유발한다.
우유는 주스와는 달리 그 자체가 치아우식을 유발하는 식품은 아니며, 칼슘과 인을 비롯한 무기질과 단백질이 치아를 우식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우유나 모유, 분유에 함유된 젖당(Lactose)이 치아 주위에 오래 머무르면 치아우식 유발 세균에 의해 발효되면서 치아우식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모유와 분유는 우유에 비해 젖당이 많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치아우식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섭취하는 음식의 종류도 중요하다. 가공되거나 조리되지 않은 신선한 야채류나 과일 그리고 식이섬유를 다량 함유한 음식은 씹는 과정에서 치아 표면을 물리적으로 세정하기 때문에 청정식품으로 분류되며, 치아의 구성요소인 단백질과 칼슘을 포함하고 있는 육류, 생선, 콩류, 계란, 치즈 등의 음식은 치아 표면을 단단하게 하는 기능을 하므로 다량 섭취하는 것이 구강 건강에 좋다.
하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의 대다수는 당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특히 일반적으로 pH가 2~4정도인 탄산음료나 스포츠음료는 치아 우식을 야기할 수 있는 기준인 pH 5.5에 비해 산도가 높은데다가 당분까지 많이 함유하고 있어 치아우식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사탕이나 초콜릿 등 과자류에도 당류 함량이 높고 점착성으로 인해 치아 표면에 오래 남아있기 때문에 구강 건강에 좋지 않다. 따라서 탄산이나 스포츠음료, 과자류 등은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
다음으로 올바른 양치질 방법과 관련한 자료에서는 양치 전 손을 깨끗하게 씻는 것과 불소가 함유된 치약으로 최소 하루 2회 이상 양치할 것을 권장한다. 특히 미취학 어린이는 소근육 발달이 미숙하여 세밀한 손동작이 어려우므로 보호자가 직접 닦아주는 것이 좋다.
불소는 치아우식 유발 세균의 대사 활성에 영향을 주어 치아우식의 진행을 억제한다. 더욱이 불소가 국소적으로 도포될 경우 플라그와 침의 불소 농도가 높아지는데 이는 치아 표면에서 칼슘과 인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주며, 치아 표면에 재침착되는 것을 돕는다.
따라서 불소를 함유하고 있는 치약을 매일 사용한다면 구강 내 불소농도를 유지할 수 있어 보다 건강한 구강을 만들 수 있다.
치약에 함유된 불소농도가 높을수록 치아우식 예방효과도 높기 때문에 최소 1000ppm의 고농도 불소치약을 사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다만, 어린이들은 치약을 삼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용하는 치약의 양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일반적으로 만 3세 미만의 어린이는 쌀알 크기의 치약을 아주 얇게 펴 바르는 형태로 사용해야하고, 만 3세에서 6세 미만의 어린이는 콩알 크기 정도로 사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서울대치과병원 소아치과 송지수 교수(소아치과 전문의)는 “첫 이가 날 때부터 올바른 구강관리 습관을 통해 치아우식을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아이가 아프다고 말하는 때는 이미 충치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돌 무렵부터는 정기적으로 치과를 방문하여 검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 인포그래픽은 치아 외상을 방지하기 위해 피해야 할 행동과 외상의 종류별 대응 방법에 대한 것이다.
세계소아치과학회에서는 치아 외상을 방지하기 위해 집 안에서 뛰어다니는 것, 침대나 소파위에서 뛰는 것, 장난감이나 물체를 던지는 것, 입 안에 장난감이나 물체를 물고 있는 것 등 4가지 행동을 피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칫솔을 물고 다니다가 넘어져서 다치는 일이 흔하므로 주의가 필요하며, 몸놀림이 아직 미숙한 어린 아이들은 침대나 소파에서 떨어져 다칠 수 있기 때문에 보호자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만약 치아 외상이 발생했다면, 외상의 종류에 따라 아래의 대응 방법을 권장한다.
첫째로 혀, 볼, 잇몸이나 입술에서 출혈이 발생했을 때에는 먼저 물로 깨끗이 씻고 젖은 거즈 등으로 출혈이 있는 곳을 압박하여 지혈한다. 상처 입은 곳의 바깥쪽에서 아이스팩 등 차가운 물체를 이용하여 압박을 지속하는 것이 도움이 되며, 출혈이 멈추지 않을 경우 치과에 전화하여 대처 방법을 상의한다.
둘째로 치아가 깨졌을 때에는 깨진 조각을 찾아 마르지 않도록 물이나 우유에 담아 보관해두었다가 치과에 내원할 때 가져가는 것이 좋다. 치료 전까지 부러진 치아는 양치질을 통해 깨끗하게 유지하며 부드러운 음식을 섭취해야 한다. 차갑고 뜨거운 음식을 피하는 것이 치아의 안정에 도움이 되며 부러진 부위를 진단·회복을 위해 치과 의사와 상의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치아가 빠진 경우에는 빠진 치아가 유치인지 영구치인지에 따라 다른 대처가 필요하다. 유치라면 별도의 처치가 필요하지 않으며 빠진 유치를 원래 자리로 위치시키지 않는다.
하지만 영구치인 경우에는 다시 원래 자리로 위치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빠진 영구치의 뿌리부분(잇몸 속에 위치해 있던 부분)은 만지지 말아야하며, 머리 부분을 손으로 잡고 이물질이 묻었다면 물로 가볍게 헹구되 문지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후 수 분 이내에 빠진 치아를 어린이 입 안의 원래 위치에 앞·뒤가 바뀌지 않도록 가벼운 압력을 이용하여 밀어 넣어준다. 만약 원래의 위치에 넣을 수 없다면, 차가운 우유가 든 작은 용기에 빠진 치아를 넣고 즉시 치과를 방문해야 한다.
서울대치과병원 소아치과 김영재 진료처장(소아치과 전문의)은 “코로나19로 인한 ‘생활 속 거리두기’ 상황 속에서 식습관과 양치질, 치아 외상관리를 통해 어린이들의 올바른 구강관리 습관을 형성하고, 건강한 구강 상태를 유지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