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7일 (화)

“깊이 자면 몸에서 무슨 일이?”…근육 만들고 지방 태우는 뇌 회로 찾았다

수면 중 성장호르몬 분비 조절하는 뇌 회로 규명…잠과 호르몬이 서로 영향 주고받는 원리 밝혀

깊은 잠에 들면 근육과 뼈의 성장을 돕고 지방을 태우는 성장호르몬이 분비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잠을 푹 자는 것의 효과는 단순히 피로를 풀어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깊은 잠에 들면 근육과 뼈의 성장을 돕고 지방을 태우는 성장호르몬이 분비된다. 운동선수들이 회복을 위해 숙면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청소년의 성장에 충분한 수면이 필요한 이유다.

성장호르몬 수치가 잠을 자는 동안, 그중에서도 깊은 비렘수면(non-REM sleep) 단계에서 높아진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뇌가 이 과정을 정확히 어떻게 조절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신경과학과 및 헬렌 윌스 신경과학연구소의 연구진은 수면 중 성장호르몬 분비를 조절하는 뇌 회로를 규명하고, 깊은 수면과 성장호르몬이 서로를 조절하며 균형을 유지하는 새로운 피드백 체계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신루 딩 박사후연구원과 대니얼 실버먼 박사후연구원으로 구성된 연구진은 이 결과를 국제학술지 《셀(Cell)》에 최근 발표했다.

신루 딩 박사후연구원은 "사람들은 성장호르몬 분비가 수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잠을 자는 동안 혈액을 채취해 성장호르몬 수치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이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연구에서는 생쥐의 신경 활동을 직접 기록해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관찰했다"며 "향후 다양한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한 기본적인 신경 회로를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성장호르몬은 포도당과 지방 대사 조절에도 관여한다. 따라서 지속적인 수면 부족은 비만과 당뇨병,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잠자는 동안 뇌는 어떻게 성장호르몬을 조절할까

성장호르몬 분비를 조절하는 신경세포는 뇌 깊숙한 곳에 위치한 시상하부에 있다. 시상하부는 포유류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오래된 뇌 영역이다. 이곳에는 성장호르몬방출호르몬(GHRH) 뉴런과 서로 다른 두 종류의 소마토스타틴 뉴런이 존재한다.

성장호르몬이 분비되면 뇌간에 위치한 청반(locus coeruleus)의 뉴런이 활성화된다. 청반은 각성과 주의력, 사고, 새로운 경험에 대한 반응 등에 관여하는 뇌 영역이다. 청반의 이상은 여러 신경계 및 정신질환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실험 쥐를 대상으로 뇌 회로를 분석했다. 실험 쥐의 뇌에 전극을 삽입한 뒤 빛으로 시상하부 뉴런을 자극하면서 신경 활동을 기록했다. 생쥐는 낮과 밤에 걸쳐 몇 분씩 짧게 잠을 자는 특성이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수면 패턴을 이용해 여러 차례 반복되는 수면과 각성 주기 동안 성장호르몬 활동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관찰했다.

첨단 신경 회로 추적 기술을 이용해 분석한 결과, 성장호르몬 분비를 조절하는 두 펩타이드 호르몬은 수면 단계에 따라 서로 다르게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GHRH는 성장호르몬 분비를 촉진하고 소마토스타틴은 이를 억제한다.

렘수면 중에는 GHRH와 소마토스타틴의 활동이 모두 증가하면서 성장호르몬 분비가 늘었다. 비렘수면 중에는 소마토스타틴 수치가 감소하고 GHRH는 완만하게 증가해 렘수면과는 다른 방식으로 성장호르몬 분비가 조절됐다.

잠들면 성장호르몬 분비되고, 늘어난 성장호르몬은 다시 잠 깨워

연구진은 청반과 관련된 새로운 피드백 체계도 발견했다. 잠을 자는 동안 성장호르몬이 점차 증가하면 청반을 자극해 각성을 촉진했다. 그런데 청반의 활동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예상과 달리 다시 졸음을 유도했다. 수면이 너무 부족하면 성장호르몬 분비가 감소하고, 성장호르몬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뇌를 각성 상태로 이끌 수 있다는 의미다.

수면은 성장호르몬 분비를 촉진하고 성장호르몬은 다시 각성 상태를 조절한다. 이러한 균형은 성장과 신체 회복, 대사 건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성장호르몬은 낮 동안 각성 상태를 유지하는 청반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이 시스템이 주의력을 비롯한 인지기능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신루 딩 연구원은 "성장호르몬은 근육과 뼈의 성장을 돕고 지방 조직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며 "잠에서 깨어났을 때 전반적인 각성 수준을 높이는 등 인지기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성장호르몬 분비를 조절하는 신경 회로를 이해하면 향후 수면의 질을 개선하거나 정상적인 성장호르몬 균형을 회복하는 새로운 호르몬 치료법을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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