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보름 호두 막 먹으면 안돼요”
서너개 정도 적당… “비만-고콜레스테롤 환자 주의”
28일은 정월대보름. 대보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 ‘부럼’ 즉 견과류다.
한 해 동안 각종 부스럼을 예방하고 이를 튼튼하게 하기 위해 호두 은행 잣 등 견과류를
자기 나이 수대로 어금니로 깨무는 풍속 때문이다. 견과류를 즐겨먹지 않았던 사람들도
이 날 만큼은 견과류를 많이 먹기 쉽다.
호두로 대표되는 견과류에는 우리 몸에 유익한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 기본적으로
건강식으로 통한다. 필수지방산 중 하나인 리놀렌산이 심장동맥질환 예방, 혈압강하
효과와 함께 두뇌회전에도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수험생 영양식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는다.
하지만 호두를 포함한 견과류에는 지방이 워낙 많아 열량이 높고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불포화지방산이라도 지방은 지방이기 때문. 대보름을 대표하는
음식 호두는 많이 먹으면 오히려 몸에 안 좋을 수 있다. 적당히 먹어야 한다.
▶ 비만, 다이어트 중이라면 조금만 드세요
전문의들은 비만이거나 콜레스테롤이 높은 사람은 견과류를 절대 한꺼번에 많이
먹지 말라고 입을 모은다. 지방함량이 많고 열량도 높기 때문이다. 호두 한 알의
열량은 52kcal, 땅콩은 10개 정도가 각각 75kcal에 이른다. 호두를 10개 정도 먹으면
여기에 함유돼 있는 지방은 50g을 넘어서고 한국인 평균 일일 지방권장량에 맞먹는다.
▶ 콜레스테롤 수치 높으면 호두 서너 개 정도만
고지혈증 환자 같이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사람도 많이 먹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호두 안에 들어있는 불포화지방산이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춰주는 데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지만 아주 적게 먹었을 때 뿐이다. 정월대보름에는 그 동안 안 먹던
견과류를 한꺼번에 먹게 되는데 오히려 체내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인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강희철 교수는 “불포화지방 적당량은 몸 속
나쁜 지방을 중화시키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기도 하지만, 어차피 지방이기
때문에 5개 이상 먹으면 콜레스테롤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땅콩, 아몬드 등
견과류도 많이 먹어선 안된다.
▶소화기 약한 어린이, 설사 주의
음식을 소화할 능력이 부족한 어린이나 평소 소화불량이 잘 오는 사람이면 견과류는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설사를 유발한다. 적은 양에도 단백질과 지방이 많아 먹을수록
소화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은행, 지방은 적지만 과식하면 독성 있어
은행도 무조건 몸에 좋지는 않다. 은행은 열량이 10알에 20kcal 정도로 다른 견과류에
비해 아주 낮은 수준이고 지방함량도 비교적 적다. 그렇다고 마음 놓을 수 없다.
은행 열매 안에는 청산가리 독 성분인 시안화합물이 있기 때문에 조리를 충분히 하지
않거나 너무 많이 먹을 경우 독성으로 중추신경 마비 같은 부작용이 올 수 있다.
껍질을 벗기고 프라이팬에 볶거나 쪄서, 3~5개 정도만 먹는 게 적당하다.
▶무리해서 세게 깨물지 않는다.
호두나 땅콩처럼 단단한 음식을 무턱대고 깨물면 치아 결을 따라 금이 갈 확률이
높다. 치주 조직에 염증이 생기기도 쉽다. 금니 레진 크라운 같은 치과 치료를 이미
받은 사람이라면 더욱 조심할 일.
서울대 치과대 치주과학교실 김태일 교수는 “이를 튼튼히 하려면 어느 정도 자극은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호두 껍질처럼 딱딱한 것을 깨문다고 치아가 튼튼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고 말했다. 사각사각 씹을 수 있는 채소, 과일 등 섬유질이 풍부한
식품이 치아를 튼튼하고 깨끗하게 해준다는 것이 김교수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