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동을 썩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갑자기 고강도 운동을 하다가 근육이 녹는 ‘횡문근융해증’에 걸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 하지만 운동을 무리하게 하지 않았는데도, 그럴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특별한 병을 앓은 적도 없고 무리한 운동이나 외상, 약물 복용 경험도 없는 44세 남성이 정기 검사에서 콩팥(신장) 기능이 뚝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 병원에 입원했다. 환자는 얼굴과 눈 주위가 퉁퉁 붓고, 행동과 말이 눈에 띄게 느려졌으며, 만성 변비 증상을 겪고 있었다. 근육통이나 소변이 콜라색으로 변하는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입원 직후 실시한 혈액 검사 결과, 근육 세포가 얼마나 파괴됐는지 엿볼 수 있는 크레아틴키나제(CK) 수치가 기준치의 50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육 세포가 파괴돼 혈액으로 방출되는 병인 횡문근융해증이 심각하다는 뜻이다. 환자는 횡문근융해증에 따른 급성 콩팥 손상(2기)과 심한 단백뇨가 동반된 상태였다.
호르몬 검사에서는 갑상선자극호르몬(TSH) 수치가 급증해 기준치를 한참 초과했고 유리 티록신(FT4) 수치는 뚝 떨어져 있었다. 연구팀은 뚜렷한 이유 없이 근육이 녹아내리고 콩팥이 망가진 원인으로 ‘만성 자가면역성 갑상선염(하시모토 갑상선염)에 의한 중증 갑상선기능저하증’을 꼽았다. 콩팥 조직 검사에서도 녹아내린 근육 단백질(미오글로빈)이 콩팥 세뇨관을 막고 있고, 세뇨관-간질이 손상된 것으로 드러났다.
치료 방법은 썩 어렵지 않았다. 연구팀은 신장투석 대신 생리식염수 수액을 하루 3L씩 투여해 콩팥을 씻어내고, 갑상선호르몬제(레보티록신)를 하루 12.5µg부터 5일마다 점차 늘려가는 방식의 호르몬 대체요법을 시행했다. 이후 콩팥 기능과 근육효소 수치는 모두 정상을 회복했고, 환자는 건강하게 퇴원했다.
모로코 모하메드6세 대학병원 등 공동 연구팀이 분석한 이 사례 연구 결과(Severe Hypothyroidism Presenting as Rhabdomyolysis and Acute Kidney Injury: A Report of a Rare Case)는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실렸다.
횡문근융해증은 강도 높은 운동을 하거나 사고로 근육이 짓눌렸을 때 발생하는 병으로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횡문근융해증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는 과도한 신체활동이나 물리적 외상과 감염증, 전해질 불균형, 약물 오남용 등이 꼽힌다. 또한 이 사례 속 환자처럼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주요 원인일 경우, 이렇다 할 외상이나 과로가 없어도 근육이 녹을 수 있다.
갑상선호르몬은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신진대사를 조절하는 스위치 역할을 한다. 이 호르몬이 극심하게 고갈되면 근육 세포가 에너지를 쓰고 대사하는 기능(글리코겐 분해 및 미토콘드리아 산화 대사)에 제동이 걸린다. 세포를 유지할 에너지가 부족해지면 근육 세포막이 버티지 못하고 터지면서 세포 안의 효소와 단백질이 혈액 속으로 쏟아져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콩팥 합병증이다. 근육이 파괴될 때 대량 방출되는 거대 단백질인 미오글로빈은, 콩팥에서 찌꺼기를 걸러낼 때 필터 역할을 하는 사구체를 통과해 소변이 지나가는 길인 세뇨관으로 흘러 들어간다. 이때 몸에 수분이 부족하면 미오글로빈이 끈적하게 뭉치면서 세뇨관을 꽉 막는다. 또한 미오글로빈의 독성이 콩팥 세포를 직접 공격하고, 콩팥 내부 혈관을 수축시키면서 사구체 여과율이 급격히 떨어져 콩팥이 급격히 손상된다.
이 사례는 몇 가지 교훈을 던진다. 첫째, 횡문근융해증의 3대 증상인 근육통, 근력 저하, 콜라색 소변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 가운데 근육이 파괴될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 몸이 붓고 심각하게 둔해지는 증상을 단순한 만성 피로나 노화 탓으로 돌려 방치해선 안 된다. 겉으로 드러나는 수치는 콩팥과 근육의 손상을 가리키더라도, 실제의 주된 위험 요소는 갑상선일 수 있다. 까닭 모를 콩팥·근육 이상이 나타나면 반드시 호르몬 검사를 받아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래야 신장투석 위험을 막을 수 있다.
[자주 묻는 질문]
Q1. 운동을 전혀 안 해도 횡문근융해증이 생길 수 있나요?
A1. 네, 흔치 않지만 가능합니다. 과도한 운동이나 외상 외에도 중증 갑상선기능저하증, 전해질 불균형(저칼륨혈증 등), 약물 중독, 중증 감염 등 대사성·내분비성 원인으로 근육 세포가 파괴될 수 있습니다.
Q2. 갑상선기능저하증 환자는 모두 근육 파괴를 걱정해야 하나요?
A2. 그렇지는 않습니다. 일반적인 수준의 갑상선기능저하증에서는 가벼운 근육통이나 쥐가 나는 정도의 증상이 흔히 나타납니다.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의 중증 횡문근융해증과 급성 신장 손상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치료를 전혀 받지 않고 오랜 기간 방치돼 호르몬이 고갈된 상태에서 발생합니다.
Q3. 콩팥까지 망가졌는데 수액과 호르몬제만으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나요?
A3. 예, 가능합니다. 콩팥 자체의 영구 손상이 아니라 근육 부산물이 길을 막아 생긴 급성 손상이기 때문입니다. 수액을 많이 투여해 세뇨관을 막은 미오글로빈을 빠르게 씻어내 배출시키고, 근본 원인인 갑상선호르몬을 보충해 근육세포의 파괴를 멈추면 콩팥 기능과 근육 수치를 모두 빠르게 정상화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