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성 염증은 현대인의 주요 질병인 암, 당뇨, 심혈관 질환의 근원으로 꼽힌다. 하지만 우리가 먹는 항염증 식품의 실질적인 생물학적 효과는 그간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았다.
최근 일본 연구팀은 비교적 흔히 접하는 식재료 속 성분이 만났을 때 발생하는 항염 시너지 가능성을 확인했다. 도쿄과학대 연구팀은 배양된 면역 세포를 활용해 식물 유래 화합물이 서로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조사했다. 연구팀은 고추의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과 민트(박하)의 시원한 성분인 멘톨이나 유칼립투스에 함유된 특정 성분(1,8-시네올 성분)을 조합해 세포에 적용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캡사이신을 멘톨이나 1,8-시네올과 함께 쓰면 각 성분을 따로 쓸 때보다 항염증 반응이 눈에 띄게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들 성분이 서로 다른 세포 경로를 통해 작용하면서 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과정에서 시너지를 일으킨다는 점을 알아냈다. 이는 식품 속 분자 조합이 면역 반응 조절에 더 효과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 연구 결과(Unveiling powerful synergies between plant compounds that dramatically reduce inflammation)는 최근 국제 학술지 《영양소(Nutrients)》에 실렸다.
이번 연구에서 다룬 고추·민트 식재료 조합은 이미 국내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활용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베트남·타이 음식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스다. 피쉬소스(액젓의 일종)에 청양고추와 신선한 민트를 섞은 소스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칼칼함에 민트의 화한 맛을 더해 음식의 풍미를 높여준다.
베트남 식당에서는 액젓(느억맘)에 고추, 민트, 라임 등을 섞어 먹기 좋게 가공한 소스를 ‘느억참’이라고 부른다. 이 소스는 분짜를 찍어 먹는 데 쓰인다. 분짜는 느억참 소스에 숯불 돼지고기, 쌀국수, 신선한 채소를 적셔 먹는 베트남 요리다.
또한 최근 서울 성수동이나 한남동 등의 퓨전 레스토랑에서는 깻잎 대신 민트를 쓰고 청양고추를 더해 한국식으로 재해석한 ‘민트 고추 페스토 파스타’를 선보였다. 이는 젊은 층 사이에서 이색적인 메뉴로 주목받고 있다. 여름철 브런치 카페에서는 수박이나 참외 같은 국산 과일에 다진 민트와 얇게 썬 고추를 곁들인 샐러드를 내놓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민트가 생소하다면 우리나라의 방아잎(배초향)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경상도 지방에서 추어탕이나 매운탕에 방아잎과 고추를 듬뿍 넣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방아잎에도 멘톨과 비슷한 성분이 들어 있어 고추의 캡사이신과 향미적으로 뛰어난 조화를 이룬다.
[자주 묻는 질문]
Q1. 고추와 민트를 단순히 같이 먹기만 해도 염증 억제 효과를 볼 수 있나요?
A1. 이번 연구는 배양된 면역 세포를 대상으로 성분 간의 상호작용을 확인한 기초 연구입니다. 실제 인체 섭취를 통해 동일한 수준의 항염 효과가 나타나는지 확인하는 추가 연구가 필요합니다. 특정 질환의 치료 목적으로 과도하게 섭취하기보다는, 균형 잡힌 식단의 일부로서 즐기는 것이 좋습니다.
Q2. 한국 전통 음식 중에는 이런 조합이 전혀 없나요?
A2. 과거에는 박하(민트)를 주로 약재나 차로 마셨고 고추는 김치나 장류에 주로 사용했습니다. 이 때문에 두 식재료를 한 그릇에 담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박하 겉절이에 고춧가루를 가미하는 등 향미를 돋우기 위한 새로운 시도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Q3. 민트 대신 우리나라 식재료로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A3. 민트 대신 방아잎(배초향)을 쓰면 고추와 아주 잘 어울립니다. 방아잎에도 멘톨과 비슷한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방아잎이 고추의 캡사이신 성분과 만나면 풍미가 배가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