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16일 (일)

러닝머신 후 발목 통증 30대女…잘 못 걷게 된, 충격적인 이유는?

“응급실 등 오진 탓”...단순 삠(염좌) 오진·소염진통제 처방→족저근막염 오진·스테로이드 처방→심부정맥혈전증→패혈성관절염→골수염→만성 보행장애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젊은 여성이 러닝머신(트레드밀) 위에서 뛰고 있다. 33세 미국 여성이 러닝머신에서 운동한 뒤 오른쪽 발목에 심한 통증을 느껴 병원을 찾았다. 이 환자는 잇따른 ’응급실 오진’으로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만성 보행장애로 큰 고통을 겪게 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33세 미국 여성은 평소처럼 헬스장 러닝머신(트레드밀)에서 뛴 뒤 오른쪽 발목에 심한 통증을 느꼈다. 이 환자는 넘어지거나 발을 헛디뎌 외상을 입지는 않았다. 그러나 운동을 마친 지 몇 시간 만에 통증이 다리를 디딜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해졌고, 39.1도의 높은 열과 오한이 온몸을 덮쳤다.

환자는 곧바로 병원 응급실을 찾아 엑스레이 검사를 받았다. 의사는 골절이나 탈구가 보이지 않는다며 단순 삠(염좌)으로 판단하고, 소염진통제만 처방해 돌려보냈다. 하지만 다음 날에도 통증은 가라앉지 않았다. 환자는 같은 병원 응급실을 다시 찾았으나 “별 문제없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위로의 말을 듣고 귀가했다.

환자는 지속되는 통증 때문에 족부 전문 클리닉을 방문했다가 족저근막염이라는 엉뚱한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염증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먹는 스테로이드(메틸프레드니솔론)를 처방하고, 오른쪽 다리에 에어 캐스트를 착용시킨 뒤 발을 딛지 말라고 했다. 에어 캐스트는 플라스틱과 공기 패드로 만들며 찍찍이(벨크로)로 쉽게 신고 벗을 수 있다. 깁스를 푼 뒤나 가벼운 골절·인대 부상 때 쓴다.   

그러나 세균이 한창 번식 중이던 관절에 면역억제 효과를 내는 스테로이드가 투여되자, 불과 사흘 만에 오른쪽 다리는 걷잡을 수 없이 부어올랐다. 9일째에 세 번째로 응급실을 찾았을 때, 환자 상태는 이미 엉망진창이었다. 오른쪽 다리는 무릎 아래 전체가 검붉게 붓고 물집이 잡혔고, 반대편 왼쪽 어깨는 극심한 통증과 함께 관절이 굳어 움직일 수 없었다.

혈액 검사 결과 염증 지표인 C-반응성 단백질(CRP) 수치가 정상치의 약 100배인 298mg/L까지 치솟았고, 백혈구 수치도 3만5620/µL(정상치 4000~1만/µL)로 폭증했다. 다리의 정맥 혈관이 막히는 심부정맥혈전증까지 나타났다.

연구팀은 정밀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와 응급 관절 절개수술을 통해, 관절 안에 고름이 차는 ‘다관절 패혈성 관절염’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관절에서 뽑은 액체와 혈액에서는 화농성 연쇄상구균이 검출됐다. 연구팀은 발목과 발등의 고름을 빼냈지만 통증은 가라앉지 않았다.

16일째에 시행한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에서는 종아리 깊숙한 근육까지 고름집(농양)이 퍼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목뼈(거골두)가 썩어 들어가는 무혈성 괴사까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환자는 종아리 근육을 절개해 고름을 빼내는 배농술을 다시 받고 배액관을 삽입했다. 이후 2주간 입원 치료를 받은 뒤 퇴원했다.

그러나 악몽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환자는 퇴원 12일 만에 까치발처럼 발끝이 굳는 변형과 통증으로 재입원했다. 골 조직검사 결과 정강뼈(경골), 목말뼈(발목뼈, 거골), 주사위뼈(입방골) 등에 균이 침범한 골수염 진단을 추가로 받았다.

환자는 6주간의 고용량 정맥 항생제 투여와 장기간의 재활 끝에 골수염 완치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발병 10개월이 지난 뒤에도 관절 운동 범위가 50%에 그쳤고 만성 보행장애를 안고 살게 됐다.

미국 플로리다 국제대 의대 등 연구팀이 이 사례를 연구한 결과(An Uncommon Presentation of Polyarticular Septic Arthritis Following an Atraumatic Treadmill Run: A Case Report)는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실렸다.

“아토피·비만 환자…혈관 타고 침투하는, 세균 감염에 각별히 조심해야”

이번 사례는 의료진의 안일한 문진과 운동 후 통증은 단순 근육통·스포츠 손상이라는 식의 확증 편향이 빚은 대표적인 오진 사례다. 단순 염좌나 족저근막염에서는 39.1도에 달하는 고열과 오한이 발생하지 않는다. 환자가 첫날부터 명백한 감염 신호인 고열을 호소했는데도, 엑스레이상 뼈 이상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세균 감염을 무시한 것이 1차 패착이었다.

이어 세균 감염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처방된 경구 스테로이드는 환자의 국소 면역을 무너뜨려 세균이 온몸의 관절과 근육, 뼈로 급속히 번져 나가게 만든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초기 진료 현장에서 기초적인 병력 청취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 큰 문제점으로 분석된다. 연구팀도 “환자의 과거 치료력과 피부 병변 상태에 대한 상세한 기록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논문의 한계점을 솔직히 인정했을 정도다.

패혈성(화농성) 관절염은 세균이 관절 활막에 침투해 연골과 뼈를 파괴하는 정형외과적 응급병이다. 인구 10만 명당 2~10명꼴로 발생하는 이 병은 하나의 관절에 생길 경우 조기 치료하면 사망률이 5% 미만에 그친다. 하지만 이 환자처럼 발목과 어깨 등 여러 관절로 균이 동시에 번지는 ‘다관절 패혈성 관절염’은 항생제 치료를 적절히 받더라도 사망률이 최대 32%나 된다.

이 환자가 세균에 감염된 것은 아토피 피부염과 고도비만(BMI 40kg/m²) 때문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아토피 피부염으로 손상된 피부 장벽을 뚫고 들어간 세균이 비만으로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의 혈관을 타고 관절로 침투하는 혈행성 전파를 일으켰다. 비만 환자는 만성 염증 때문에 세균 잡는 백혈구(호중구·대식세포)의 기능이 뚝 떨어져 피부 및 연조직 감염 위험이 정상인보다 2.4배 이상 높다.

질병 초기의 단순 엑스레이 촬영으로는 뼈의 미세한 변화나 세균 감염을 잡아낼 수 없다. 따라서 피부병, 비만 등 위험 인자를 가진 사람이 운동 후 뚜렷한 외상 없이도 극심한 관절 통증과 함께 발열, 오한, 발을 디딜 수 없는 증상(체중 부하 불능 증상)을 보이면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엑스레이 결과가 정상이더라도, 즉시 혈액 염증 검사(CRP)나 MRI 검사를 요청하는 것이 좋다. 세균 감염 여부를 감별한 뒤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1. 운동 후 관절이 아플 때 단순 삠(염좌)과 세균 감염은 어떻게 구별하나요?

A1.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발열과 오한의 유무, 체중 부하 가능 여부입니다. 단순 삠의 통증은 찜질과 휴식으로 점차 가라앉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균이 침투한 패혈성 관절염은 38도 이상의 열이 나면서 다리를 땅에 조금도 디딜 수 없을 만큼 극심한 통증과 부종을 급격히 일으킵니다.

Q2. 피부에 상처가 없는데도 관절에 고름이 찰 수 있나요?

A2. 눈에 띄는 큰 상처가 없더라도 아토피 피부염, 건선, 습진 등으로 피부 보호막이 약해진 곳을 통해 피부 표면의 세균이 미세 혈관으로 침투할 수 있습니다. 혈액을 타고 돌아다니던 세균이 혈류가 풍부한 관절 활막에 안착해 번식하는 혈행성 감염이 발생합니다.

Q3. 관절이 붓고 아플 때 스테로이드 처방을 주의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3. 스테로이드는 염증을 강력하게 억제하지만 면역 반응도 함께 떨어뜨립니다. 만약 통증의 원인이 단순 염증이 아니라 세균 감염인 상태에서 항생제 없이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면, 면역 방어벽이 무너지며 균이 전신 관절과 뼈로 엄청나게 퍼져 관절을 파괴하고 패혈증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열감이 있는 관절 통증이 나타나면 반드시 감염 여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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