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16일 (일)

방에서 자던 4살 여아 덮친 ‘이 벌레’… 8곳 물리고 알레르기 쇼크

대부분 통증·부기에 그치지만 드물게 아나필락시스… 국내서도 여름철·야간 물림 주의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일본에서 4세 여아가 자다가 지네에게 8곳을 물려 심각한 전신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난 사례가 보고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집에서 자던 4살 어린이가 지네에게 8곳을 물린 뒤 전신에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난 사례가 학계에 보고됐다.

일본 구마모토현 아마쿠사 의료센터 소아과 의료진은 집에서 자다가 지네에 8곳을 물린 4살 여아의 진료 사례를 국제 학술지 《미국 케이스 리포트 저널(American Journal of Case Reports)》에 최근 공개했다.

의료진에 따르면 평소 건강했던 이 여아는 집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당시 가족은 지네가 아이를 무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고 했다.

아이는 가슴 2곳, 배 3곳, 등 2곳, 코 1곳 등 모두 8곳을 물렸다. 약 10분 뒤 얼굴과 눈꺼풀을 비롯해 가슴, 배, 등, 팔, 허벅지에 두드러기가 퍼졌다. 지네에게 물리지 않은 부위까지 피부 증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후 얼굴이 붓고 피부가 창백해졌다. 숨쉬기 불편하다고도 호소했다. 부모는 즉시 구급대에 연락했다.

다행히 병원에 도착했을 때 혈압과 산소포화도 등은 안정적이었다. 증상도 병원으로 이동하는 동안 저절로 좋아지기 시작했다. 아이는 몇 시간 동안 상태를 지켜본 뒤 별다른 합병증 없이 퇴원했다.

아이가 지네에 물린 부위와 전신 피부 증상의 분포. 십자(X) 표시는 코, 가슴, 배, 등처럼 지네에게 실제로 물린 자리를 의미한다. 빗금 친 영역은 물리지 않은 위팔이나 허벅지까지 두드러기와 부종(부어오름)이 퍼진 범위를 보여준다. 사진=미국 케이스 리포트 저널(American Journal of Case Reports)

물린 곳 아닌 팔·허벅지까지 두드러기… 왜?

지네에게 물리면 일반적으로 물린 자리가 아프고 붓거나 빨갛게 변한다. 지네 독에 함유된 여러 물질이 피부에 염증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사례처럼 드물게 온몸에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의료진은 이번 사례를 지네 독의 단순 자극이 아닌, 몸의 면역계가 과도하게 반응한 '아나필락시스(전신 중증 알레르기 반응)'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지네에 물린 자국과 떨어진 팔다리까지 생긴 두드러기는 독이 퍼진 결과가 아니라 전신 알레르기 반응이라고 풀이했다.

의료진은 정확한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몇 주 뒤 혈액 검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아이에게서 벌 독에 반응하는 항체(면역 물질)가 약하게 발견됐다. 아이는 벌에 쏘인 적이 없었지만, 지네 독과 벌 독 속에 서로 비슷한 성분이 들어있어 몸이 반응한 것으로 추정됐다.

의료진은 "어린이는 어른보다 피부 면역 세포의 밀도가 높고 혈관 반응이 민감하다"며 "지네 독이나 알레르기 반응이 훨씬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증상이 스스로 좋아졌더라도 나중에 다시 지네에 물렸을 때 더 위험해질 수 있다"며 "응급상황에 대비해 스스로 주사할 수 있는 '에피네프린 자동주사기(응급 알레르기 치료 주사)'를 처방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도 지네 있어… 특히 여름밤 주의

국내에서도 지네 물림 사고는 실제 발생한다. 국내에서 지네에 물려 응급실을 찾은 환자 179명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지네 물림은 주로 봄부터 가을 사이에 발생했고 69.3%는 밤에 일어났다.

대부분 통증이나 부기, 피부가 붉어지는 정도에 그쳤지만 3명은 아나필락시스로 입원했다. 연구진은 농촌이나 섬 지역에서 여름철, 특히 밤에 지네 물림이 비교적 흔하다고 설명했다.

지네는 밤에 활동하고 어둡고 습한 곳을 좋아한다. 이번 사례가 발생한 일본 지역에서도 따뜻하고 습한 시기에는 지네가 집 안으로 들어오는 일이 흔하다고 의료진은 설명했다. 잠을 자는 동안 지네가 피부에 오래 닿아 있으면서 여러 차례 물릴 수도 있다.

지네 물림 사고를 예방하려면 집 안의 습기를 줄이고 환기를 자주 하는 것이 좋다. 벽이나 문 주변 틈을 막고, 집 주변의 낙엽이나 잡동사니처럼 지네가 숨기 좋은 곳도 치운다. 어둡고 습한 공간을 정리할 때는 맨손이나 맨발로 접근하지 않는 것이 좋다.

지네에게 물렸다면 우선 비누와 물로 상처를 씻고, 천으로 감싼 냉찜질을 하면 통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물린 자리와 상관없는 곳까지 두드러기가 퍼지거나 얼굴·입술·목이 붓고, 숨쉬기 어렵거나 어지러운 증상​이 나타나면 단순한 피부 반응으로 여기지 말아야 한다. 아나필락시스일 수 있어 즉시 119에 신고하고 의료기관에서 치료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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