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섬망 환자는 밤엔 각성도가 높아져 매우 흥분하지만, 낮엔 심하게 졸려 침착한 태도를 보인다. 어젯밤의 일도 잘 기억하지 못하고, 병원이 아니라 집에 있다고 생각하고, 무질서하고 일관성이 없는 언어를 쓰는 등 인지기능에 각종 문제를 일으킨다. 환각 증상과 초조함, 갑작스럽고 예측하기 힘든 기분 변화를 겪을 수도 있다.
흔하고 무서운 증후군인 섬망은 치매처럼 보이지만 치매는 아니다. 치매는 주의력, 집중력, 방향감각, 문제해결 능력 등 인지기능이 '점진적으로' 상실된다. 오랜 기간에 걸려 점차적으로 자율성과 일상활동의 수행능력에 장애를 일으킨다. 이에 비해 섬망은 증상이 ‘갑작스럽게’ 나타난다. 노인 입원 환자가 섬망을 일으키는 큰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 약물의 동시 복용, 특정 약물의 복용, 급성병으로 인한 강한 스트레스, 수술 등을 꼽을 수 있다. 다른 환자의 이상한 언행으로 숙면에 방해를 받는 등 병원 환경적 요인도 섬망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치매와 섬망은 몇 가지 특징을 공유하지만 임상적으로 같지 않다. 하지만 치매와 섬망이 함께 발생할 수 있기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실제로 치매 진단을 받은 환자는 입원 기간 동안 섬망 증상을 보일 확률이 더 높다. ‘인지 예비력’이 낮아져 스트레스 상황에 대처하는 데 쓸 수 있는 뇌 자원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섬망은 치료할 수 있다. 치료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섬망의 가장 큰 위험은 증상 자체를 가족 등이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것이다. 치매는 각성 수준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 이 때문에 치매 환자에겐 이런 위험이 더 클 수 있다. 섬망이 특정 약물에 대한 반응이라면 약을 중단하고, 감염이 원인이라면 이를 치료해야 한다. 특정 약물로 치료해야 할 수도 있다. 섬망의 발생을 애초에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는 조치도 있다. 미국의 일부 병원에선 수면 관리, 조기 거동, 감각 장치(안경 또는 보청기 등) 사용, 수분 보충, 소화기 건강 증진 등 조치를 취한다.
간병인은 입원 중인 노인 환자의 섬망을 관리하거나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간병인은 환자의 낮과 밤 일정을 규칙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낮엔 커튼을 열어 햇빛이 들어오도록 하고, 밤엔 소음을 줄이고 조명을 꺼서 환자가 숙면을 취하게 돕는다. 환자가 최대한 편안하게 지낼 수 있게 병실을 조용하게 해준다. 짧고 간단한 문구를 써서 기본적인 대화를 계속하고, 환자가 응답할 수 있게 시간을 충분히 준다. 환자가 혼란스러움을 느끼거나 겁을 먹으면 현재의 위치와 상황을 상기시켜 준다. 환자가 많이 흥분하거나 짜증을 내면 침착함을 유지하고 논쟁을 피한다. 이야기의 주제를 바꾸면 도움이 될 수 있다. 환자가 환각 증상을 보여도 이를 무시하거나 이의를 제기해선 안 된다. 환자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부드럽게 진정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섬망은 공공의료 시스템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또한 환자 개인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섬망의 예방과 조기 발견 및 치료는 매우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