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31일 (금)

"살균 서비스 받았는데도 또 곰팡이?"…얼음정수기 위생 논란, 왜 반복되나

SNS에 내부 오염 후기 잇따라…결로·습기 관리가 관건, 제품 구조·세척 방식 따져봐야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얼음정수기는 냉각기를 실온보다 차갑게 유지해야 하는 구조상 내부 곰팡이 문제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사진=AI 생성

얼음정수기를 설치한 가정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기적으로 관리 서비스를 받아온 제품인데도 내부에서 곰팡이로 보이는 오염을 발견했다는 소비자 후기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최근 X(옛 트위터)와 스레드 등 소셜미디어(SNS)에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는 표현과 함께 얼음정수기 내부를 공개한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 제품을 분해해보니 곰팡이로 의심되는 검은 얼룩이나 이물질이 있었다는 내용이다. 이 가운데 일부 게시자는 제조사로부터 3~6개월 간격으로 살균·세척 관리 서비스를 받아왔다고 전했다.

다만 SNS 사진만으로는 해당 물질이 실제 곰팡이인지, 얼음이나 마시는 물이 닿는 부분까지 오염됐는지를 확인하기 쉽지 않다. 제품 내부의 오염과 음용수 오염 여부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최근 X 등 SNS에 게시된 정수기 내부 곰팡이.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얼음정수기에 따라다니는 ‘곰팡이 딜레마’

얼음정수기는 제빙과 냉각 기능이 들어가는 만큼 일반 정수기보다 결로와 습기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얼음을 만들려면 제빙기와 냉각부를 주변보다 낮은 온도로 유지해야 한다. 이때 차가운 부품이 따뜻하고 습한 공기와 만나면 표면에 물방울이 맺히는 '결로'가 생길 수 있다.

아무래도 물기가 오래 남아 있으면 곰팡이가 자라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도 곰팡이 관리의 핵심으로 습기 조절을 꼽고, 차가운 표면에 생기는 결로를 주요 관리 대상으로 설명한다.

냉각부 주변에는 외부 열이 전달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단열재가 사용된다. 이 주변에 결로가 반복되고 물기가 충분히 마르지 않으면 오염에 취약해질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도 과거 냉수 기능이 있는 직수형 정수기의 외부 단열재에서 곰팡이 등이 발생한 문제와 관련해 제조·판매업체들과 특별점검을 진행한 바 있다.

최근에는 얼음이 닿는 부품에 스테인리스를 사용하거나 자외선(UV) 살균, 자동 세척 기능 등을 적용한 제품도 나오고 있다. 스테인리스는 표면이 매끄럽고 세척·관리에 유리하지만 이런 기능만으로 결로나 내부 습기까지 모두 없앨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제빙부와 얼음 저장부를 어떻게 관리하도록 설계했는지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살균 서비스 받아도 '관리 끝' 아냐

기자가 취재 과정에서 방문한 가전제품 판매장 두 곳(서울 1곳, 경기도 1곳)에서는 고객들에게 얼음정수기 구매를 적극적으로 권하지 않는 정황이 포착됐다.

한 매장 직원은 “본사나 제조사 차원에서 어떤 지침이 내려온 것은 아니다. 다만 매장이나 직원에게 항의 차원의 문의가 너무 자주 접수되다 보니, 현재는 굳이 얼음정수기를 원한다면 매장이 아닌 제조사를 통해 구매하라고 안내 중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의 진단도 비슷했다. 정기적인 관리 서비스를 받더라도 서비스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곳이 있거나 결로와 습기가 반복되는 환경이라면 오염이 다시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요즘 구독 서비스나 렌털 케어를 통해 몇 개월마다 정기적으로 살균 서비스를 받는 사람들이 많다”며 “그렇더라도 결로가 심한 환경에서는 다시 오염이 생길 수 있어 내부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위생에 매우 민감하고 얼음 기능을 꼭 사용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얼음 제조 기능이 없는 직수형 정수기를 고려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얼음정수기 위생 논란은 최근에 처음 나온 이야기는 아니다. 2021년에도 정기 방문 관리를 받은 지 약 두 달 된 제품의 얼음 틀에서 이물질이 발견됐다는 소비자 사례가 보도됐다. 당시 전문가도 제빙부와 주변의 온도 차로 결로가 생기면서 내부가 습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런 사례를 근거로 모든 얼음정수기에 같은 문제가 생긴다거나 정기 살균 서비스가 효과가 없다고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제품 구조와 설치 환경, 습도, 관리 범위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다.

특히 소비자가 임의로 제품 깊숙한 곳까지 분해하면 고장이나 안전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제조사가 안내한 범위를 넘어서는 오염이 의심된다면 공식 점검을 요청하는 편이 낫다.

곰팡이 보였다고 식중독 단정은 금물…호흡기 민감자는 주의

제빙기와 얼음 저장부는 위생관리가 필요한 곳이다.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미생물에 오염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제빙기와 얼음 저장고를 정기적으로 청소·소독하고 제조사의 관리 지침을 따르도록 권고한다.

그렇다고 얼음정수기 내부에서 곰팡이로 보이는 물질이 발견됐다는 이유만으로 장염이나 식중독 위험이 높아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실제 어떤 미생물이 있는지, 오염된 위치가 얼음이나 물과 접촉하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곰팡이 노출은 일부 사람에게 코막힘이나 기침, 눈·피부 자극 등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고 천식이 있는 사람은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면역기능이 떨어진 사람이나 만성 폐질환자는 곰팡이 노출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다만 현재 SNS에서 제기된 얼음정수기 사례와 특정 질환 사이의 인과관계가 확인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얼음이나 물이 닿는 부분에서 눈에 띄는 오염을 발견했다면 그대로 사용하기보다 제조사에 점검을 요청하고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얼음 기능을 거의 사용하지 않거나 제빙부 관리가 부담스럽다면 얼음 제조 기능이 없는 직수형 정수기를 선택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물을 대량으로 저장하는 저수조가 없어 구조가 상대적으로 단순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다고 직수형이라고 해서 세균이나 물때 걱정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한국소비자원이 가정용 정수기 사용 가구를 조사했을 때도 물이 나오는 부분인 코크의 위생관리가 중요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실제 한 직수형·자가관리 정수기에서는 총대장균군이 검출됐지만 코크를 살균한 뒤에는 검출되지 않았다.

직수형 제품은 상황에 따라 한 번에 나오는 물의 양이 적을 수 있고, 설치 장소의 수압이나 배관 상태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사용자가 직접 관리하기 쉬운 제품을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최근에는 물이 나오는 입구인 코크나 물이 지나는 내부 관 등 일부 부품을 소비자가 직접 분리·세척하거나 교체할 수 있도록 설계한 제품도 있다.

다만 자가관리형 제품이라도 어떤 부품까지 직접 관리할 수 있는지는 제품마다 다르다. 필터와 교체 부품은 제조사가 안내한 주기를 지키고, 분리한 부품을 세척했다면 충분히 말린 뒤 다시 조립해야 한다.

결국 얼음정수기를 고를 때 ‘자동 살균’이나 ‘정기 방문관리’ 문구만 보고 결정할 일은 아니다.

구체적으로 구입하거나 렌털 서비스를 받기 전에 제빙부와 얼음 저장부를 분리해 세척할 수 있는지, 정기 관리 때 어디까지 분해·세척하는지, 결로로 생긴 물은 어떻게 빠지는지, 소비자가 직접 청소하거나 교체할 수 있는 부품은 무엇인지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미 사용 중이라면 얼음 저장부와 출구 주변에 물때나 변색, 냄새가 생기지 않는지도 수시로 살펴보자. 눈에 띄는 오염이 발견되거나 내부 상태를 확인하기 어렵다면 무리하게 직접 분해하기보다 얼음 사용을 멈추고 제조사에 점검을 요청하는 편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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