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약 위고비 韓상륙 '태풍의 눈' 되나...벌써 오남용 주의보

처방대상 "고도비만 및 고혈압·당뇨 동반 환자"...개인간 온라인 판매 금물

[이미지 편집=코메디닷컴]

평균 15%에 달하는 강력한 체중감량 효과로 유명한 비만 치료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가 오늘부터 국내 판매를 시작한다. 배나 허벅지에 주 1회 피하주사하는 방식으로, 2018년 국내 첫선을 보인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타이드)'보다 주사 횟수가 적고 감량 효과도 더 커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미 미국 등 해외에서는 2021년 제품 출시 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품귀현상을 빚을 정도로 물량 공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국내 역시 지난해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으나 이번 제품 출시까지는 18개월이 걸린 셈이다.

의료 전문가들은 벌써부터 약물 오남용을 걱정하는 눈치다. 위고비는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서, 단순 미용 목적의 체중 감량을 위해서라면 부작용 관리 등 신중한 사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위고비가 '고도비만' 환자나 '고혈압, 당뇨병 등 동반질환을 가진 비만' 환자 치료제로 허가를 받은 이유기도 하다.

제약업계와 의료계에 따르면 위고비의 국내 유통을 담당하는 쥴릭파마코리아는 15일부터 병의원과 약국을 상대로 위고비 물량 주문을 받는다. 위고비는 펜 형태의 주사제(프리필드펜)로 한 펜당 0.25mg, 0.5mg, 1.0mg, 1.7mg, 2.4mg 5개 용량으로 구성됐다. 제품 출하가격(공급가격)은 모든 용량 동일하게 37만2025원으로 책정됐으며, 한 개 펜으로 4회 주사(한달 사용 분량)가 가능하다.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가 개발한 위고비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약물로 분류된다. 이미 혈당개선과 체중감량 효과를 인정받아 당뇨약으로 먼저 허가를 받았다.

GLP-1 치료제는 우리 몸에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호르몬(GLP-1)과 유사한 성분으로, 뇌 시상하부를 자극해 배고픔을 느끼게 하는 신호전달을 늦추고 포만감을 유발해 식욕을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실제로 68주간 진행된 임상시험에서 위고비를 비만 환자에 주 1회 투여했을 때 체중이 평균 14.9%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국내 허가사항을 보면, 고도비만 환자가 치료 대상으로 잡혔다. 비만도 평가기준이 되는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인 성인 비만 환자' 또는 'BMI가 27㎏/㎡ 이상 30㎏/㎡ 미만이면서 고혈압 등 1개 이상의 체중 관련 동반 질환(이상혈당증 등)이 있는 성인 비만 환자'에게 사용이 가능하다.

비만 치료제로 부작용 관리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임상 결과에 따르면, 위고비를 허가 범위 내에서 사용해도 두통 및 구토, 설사, 변비, 담석증, 모발손실, 급성췌장염 등 이상반응이 관찰됐다. 더욱이 탈수로 인한 신기능 악화, 급성 췌장염, 당뇨병(제2형) 환자에서의 저혈당과 망막병증 등도 보고돼 질환을 가진 환자라면 신중히 투여해야 한다.

식약처는 제품 출시에 앞서 보도자료를 통해 “비만에 해당하는 환자의 경우에만 의료 전문가의 처방에 따라 허가된 용법대로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온라인 등을 통한 개인 간 판매나 구매하지 않도록 당부에 나선 것이다.

일단 의료계에서는 비만 치료에 사용할 새로운 약물 선택지가 생겼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대한가정의학회 이사장)는 "기존 비만 치료제들은 약효가 상대적으로 약해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았다"며 "효과가 좀 더 강한 약물이 나왔기 때문에 비만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 입장에서는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약물 처방에 있어서도 금기사항은 오히려 적은 편이다. 기존 식욕억제제는 심혈관질환이나 정신과 약물을 복용 중인 환자에서는 사용이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삭센다나 위고비 등 GLP-1 계열 약물은 이러한 환자에서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약물의 오남용과 관련해서는 주의를 당부했다. 강 교수는 "체중감량에 관심이 많아지다 보니 환자들의 요구에 의해 오남용 우려가 있을 수 있다"며 "의료진이 치료 가이드라인에 맞게 처방에 각별히 신경써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이철진 비만연구의사회 회장(좋은가정의원)은 "위고비 사용에 제일 중요한 기준은 비만도 감소를 통해서 기타 동반 질환에 얼마나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라며 "BMI 비만도 기준에 부합하고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이 있는 환자에 우선적으로 사용을 추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위고비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의약품이라 병의원마다 실제 처방 가격은 차이를 보일 전망이다. 제품 공급가는 37만원 수준으로 정해졌지만, 향후 유통비용을 포함한 병의원 마진 등이 붙게 되면 최종 가격은 80만원을 넘길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강 교수는 "비만약은 급여가 안 되기에 전액 본인 부담으로, 소득이 높지 않은 환자에겐 부담이 되는 가격일 수 있다"며 "해외 판매가보다는 저렴하게 들어와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럼에도 취약계층이나 저소득층에는 여전히 너무 높은 가격이다. 현재 대부분의 비만약들도 같은 숙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원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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