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식이 몸에 미치는 영향은 사람마다 다르다. 같은 음식을 먹어도 몸속에서 일어나는 반응은 제각각이다. 최근 발표된 연구 결과는 아침마다 마시는 오렌지주스 한두 잔도 체중에 따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와 브라질 상파울루대 공동 연구팀은 건강한 성인 20명에게 60일 동안 매일 500mL의 100% 오렌지주스를 섭취하게 한 뒤, 혈액 속 면역세포의 유전자 활동을 전사체 분석으로 추적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오렌지주스를 규칙적으로 두 달간 마시면 1700개가 넘는 유전자가 크게 변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체중이 정상인 사람에게는 염증과 관련된 유전자 경로가 약화되는 반응이 나타났고 과체중인 사람에게는 지방 대사 및 지방세포 분화와 관련된 유전자가 활성화하는 반응이 관찰됐다. 연구팀은 같은 주스라도 체중에 따라 전혀 다른 유전자 스위치가 켜지고 꺼지며, 오렌지주스 속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이러한 변화를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오렌지주스 좀 마셔도…정상체중은 ‘염증’에, 과체중·비만은 ‘지방대사’에 큰 영향”
이번 연구에서는 유전자 발현 변화를 관찰했으며 체중이나 혈압, 염증 수치 등 임상 지표는 측정하지 않았다. 이 연구 결과(A Global Transcriptomic Analysis Reveals Body Weight-Specific Molecular Responses to Chronic Orange Juice Consumption in Healthy Individuals)는 국제 학술지 《분자 영양학 및 식품 연구(Molecular Nutrition & Food Research)》에 실렸다.
오렌지주스가 대사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임상 연구 결과는 앞서 나온 바 있다. 그리스에서 진행된 무작위 대조시험에서는 비타민D와 프로바이오틱스를 강화한 오렌지주스를 8주간 섭취한 과체중 성인에게서 평균 1.4kg의 체중 감소와 LDL 콜레스테롤 7mg/dL 감소, 인슐린 저항성 개선이 관찰됐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저칼로리 식단과 함께 오렌지주스를 섭취한 비만 참가자들이 12주 후 평균 6.5kg의 체중을 감량하고 염증 지표와 혈당 조절 능력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오렌지주스 속 플라보노이드 성분, 백색지방을 갈색지방으로 바꿔주는 등 좋은 효과”
오렌지주스 속 플라보노이드 성분은 지방 합성을 억누르고 미토콘드리아 생합성을 촉진하며 백색 지방을 갈색 지방으로 바꾸는 데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헤스페리딘·나린게닌 등 성분이 특정 경로(AMPK 경로)를 활성화해 지방 연소와 염증 억제를 돕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팀은 같은 식단의 음식을 섭취해도 체중과 대사 상태에 따라 염증과 지방 대사 유전자의 반응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연구에서는 개인별 유전자 변이가 지방과 탄수화물 대사에 큰 차이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 타이페이대 의대 연구에서는 장내 미생물이 음식 속 폴리페놀이나 식이섬유를 어떻게 분해하느냐에 따라 염증 억제와 지질 대사 개선 효과가 달라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영양학의 미래는 맞춤형 식단에 있다”…이 전망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 속속 보고돼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팀은 동일한 고지방 식단을 섭취한 암수 생쥐에서 유전자 반응이 달랐음을 확인했다. 수컷에서는 지방 산화 관련 유전자가 억제되고 암컷에서는 염증 관련 유전자가 더 강하게 활성화하는 차이를 보였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쌍둥이를 대상으로 한 식단 비교에서 같은 음식이라도 나이에 따라 염증 억제 유전자와 노화 관련 유전자의 반응이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엽산·비타민B12·폴리페놀 등 성분이 DNA 메틸화와 히스톤 변형을 통해 유전자 발현을 조절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런 연구 결과는 영양학의 미래가 맞춤형 식단에 있음을 시사한다. 지금까지는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식단 권고가 내려졌다. 앞으로는 체중과 대사 상태, 유전자와 후성유전학적 특성, 장내 미생물과 성별·나이에 따라 식단 권고가 달라질 수 있다. 오렌지주스 연구는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며, 영양학적 조언의 맞춤화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자주 묻는 질문]
Q1. 오렌지주스를 매일 두 잔 마시면 체중이 줄거나 염증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나요?
A1. 이번 연구에서는 유전자 발현 변화만을 관찰했으며 체중, 혈압, 염증 수치 같은 임상 지표는 직접 측정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체중 감소나 염증 완화 효과를 단정할 수는 없고, 이는 가능성을 시사하는 수준입니다.
Q2. 왜 같은 오렌지주스를 마셔도 정상 체중과 과체중에서 다른 반응이 나타나나요?
A2.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체중과 대사 상태가 유전자 경로 활성화에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정상 체중군에서는 염증 관련 유전자 경로가 약화되는 반응이 나타났고, 과체중군에서는 지방 대사와 지방세포 분화 관련 유전자가 활성화되는 반응이 관찰되었습니다.
Q3. 오렌지주스를 건강 관리 차원에서 매일 마셔도 괜찮을까요?
A3. 오렌지주스에는 플라보노이드 등 유익한 성분이 있지만 동시에 당분과 열량도 많습니다. 장기간 매일 섭취할 경우 긍정적 효과와 함께 당 섭취 증가에 따른 부담이 있을 수 있으므로, 개인의 식단과 건강 상태를 고려해 적정량을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