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7일 (화)

고지방 식단 단 사흘만에 노년층 기억력 저하 유발 가능성

美 연구팀 "뇌 염증과 관련…식단 관리가 치매 예방에 중요"

단기간의 고지방 식단도 노년기의 뇌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한국인의 식단이 서구화하면서 지방 섭취량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고지방 식단이 노년층 뇌 건강에 예상보다 빠르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주의가 요구된다.

질병관리청의 2023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지방을 통한 에너지 섭취 비율은 2023년 남성 26.2%, 여성 26.5%로 전년 대비 각각 0.5%포인트 상승했다. 2016년(남성 22.2%, 여성 21.2%) 이후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지난해 1인당 육류 소비량이 사상 처음으로 60kg을 넘어선 반면, 쌀 소비량은 감소하면서 우리 식단이 전통적인 탄수화물 중심에서 지방 섭취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연구진이 최근 발표한 연구는 고지방 식단이 노령층 뇌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빠르고 심각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연구진은 노령 쥐를 대상으로 단 3일간 고지방 식단을 제공한 결과, 기억력 저하와 함께 뇌 염증 반응이 급격히 증가하는 현상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젊은 쥐(3~5개월)와 노령 쥐(22~24개월)에게 고지방 식단을 3일 또는 3개월간 제공한 뒤 신체와 뇌의 변화를 비교 분석했다. 놀랍게도 단 3일간의 고지방 섭취만으로도 노령 쥐에서는 기억력 저하가 뚜렷하게 나타났으며, 뇌에서 염증 관련 단백질(사이토카인)의 변화가 관찰됐다. 반면 대사적 변화는 거의 관찰되지 않았다. 젊은 쥐에서는 같은 기간 동안 대사적 변화와 기억력 저하 모두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맥락적 공포 조건화(Contextual Fear Conditioning)’ 실험을 이용해 쥐들의 해마와 편도체의 장기기억 기능을 평가했다. 이 실험에서 고지방 식단을 먹은 고령 쥐들은 젊은 쥐나 사료를 먹은 고령 쥐들보다 유의미하게 낮은 기억력을 보였다.

연구를 주도한 루스 바리엔토스 교수는 “기존 연구에서는 고지방·고가공 식품이 비만을 유발해 뇌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고 여겨졌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비만이 나타나기 전에 이미 뇌에서 강한 염증 반응이 시작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고지방 식단과 비만은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반드시 동시에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노화한 뇌는 고지방 식단에 훨씬 취약한 반응을 보인다”고 했다.

3개월간의 장기적인 고지방 식단은 모든 연령대의 쥐에서 체중 증가와 인슐린 저항성, 지방 조직 염증 등 대사 문제를 유발하고 장내 미생물 환경을 변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젊은 쥐의 경우 기억력과 뇌 기능에는 큰 영향을 받지 않은 반면, 노령 쥐는 뇌 기능 저하가 지속적으로 관찰됐다.

연구진은 이러한 차이에 대해 젊은 개체는 염증을 억제하는 보상 기능이 활성화할 수 있지만, 노령 개체는 이러한 보호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뇌 기능 저하가 더 심각하게 나타난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바리엔토스 교수는 “이번 연구는 고지방 식단이 뇌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직접적으로 보여준다”며 “특히 노년층에서는 식단 관리가 기억력 유지와 치매 예방에 중요한 요소임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연구에서 연구진이 쥐들에게 급여한 고지방 식단은 지방을 통한 에너지 섭취 비율이 60% 정도인 식단이다. 일반적으로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쿼터파운드치즈버거와 감자튀김 등이 이러한 영양 비율을 가졌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면역과 노화(Immunity & Ageing)》에 최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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