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 치료제, 수면무호흡 치료 효과도?
설티암, 위약 대비 수면무호흡증 40~50% 감소시켜줘
알약으로 복용하는 뇌전증 치료제가 수면무호흡 치료효과가 있다는 새로운 임상시험 연구결과가 나왔다. 10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린 유럽호흡기학회(ERS) 연례 회의에서 발표된 스웨덴 예테보리대 살그렌스카 의대 연구진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보도한 내용이다.
임상시험 대상이 된 약물은 뇌전증 치료제는 설티암(sultiame)이다. 페니토인이라는 기존 항경련제의 혈중 농도를 증가시켜 발작을 진정시키는 약이다. 이 약물은 상부기도 근육을 자극하는 탄산탈수효소(carbonic anhydrase)라는 효소를 억제함으로써 호흡기 체계를 안정시킨다.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이 있으면 종종 큰 소리로 코를 골다 갑자기 숨을 멈추는 시간이 지속되기도 하고 잠에서 깨기도 한다. 이는 피로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고혈압, 뇌졸중, 심장병 및 제2형 당뇨병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치료를 위해선 지속기도양압(CPAP)기를 착용하는데 불편하다고 착용을 꺼리는 사람이 많다.
살그레슨카 의대의 얀 헤드너 교수(호흡기내과)가 이끄는 연구진은 벨기에, 체코, 프랑스, 독일, 스페인에서 지속기도양압기를 사용하지 않는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환자 약 300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을 실시했다.
환자를 네 그룹으로 나눠 4분의 3설은 설티암을 다양한 용량으로 복용하게 했고, 나머지 4분의 1은 위약을 복용했다. 실험 시작 시점과 4주 후, 12주 후에 환자의 호흡, 산소 수준, 심장 박동, 안구 운동, 수면 중 뇌 및 근육 활동을 측정했다.
12주 후 설티암을 복용한 사람들은 수면 중 호흡이 멈추는 횟수가 40~50% 감소하고 혈중 산소 수치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효과는 가장 높은 용량의 설티암을 복용했을 때 가장 두드러졌다.
설티암을 복용한 환자들은 낮 동안에도 졸음을 덜 느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헤드너 교수는 “이는 설티암이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에 효과적인 치료법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특히 지속기도양압기와 같은 기존의 기계적 치료법을 사용할 수 없는 환자에게는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부작용으로는 콕콕 찌르는 듯한 두통, 피로 및 메스꺼움이 중등도로 발생했다. 헤드너 교수는 설티암이 수면 무호흡증 치료제로 널리 채택되기 전에 이러한 이점을 확인하기 위해 추가 임상 시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