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9일 (목)

고기 좋아하니 인간은 육식동물?…치아 화석이 보여준 뜻밖의 사실

[송무호의 비건뉴스] 135. 인간은 잡식동물인가-인류학적 고찰 ④

숯불 위에서 익어가는 고기가 탐스럽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인간은 동물이다. 인간의 동물적 본성을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어느 누구도 동물적 본성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기를 먹을 수 있다고 육식동물이나 잡식동물이 되는 건 아니다. 육식을 할수록 병이 많이 생긴다는 건, 인간이 육식하도록 진화하지 않았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다 [1, 2].

몸에 맞지 않는 ‘연료’ 넣으면 무슨 일 생길까?

‘혼유(混油) 사고’라는 말이 있다. 휘발유 차에 경유를 넣거나 경유 차에 휘발유를 넣어 문제가 생긴 것을 의미한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연료는 음식이기에 인체에 맞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

인간에게 가장 좋은 연료는 자연 상태의 탄수화물이다. 지방과 단백질도 연료가 될 수 있지만, 지방은 분해할 때 ‘케톤’이라는 산성 물질이 나오고, 단백질은 분해할 때 ‘암모니아’라는 독성 물질이 나와 몸에 해롭다.

그에 반해 탄수화물을 분해할 때 나오는 포도당은 대사 과정에서 물과 이산화탄소 외에 다른 부산물을 남기지 않아 몸에 해가 없는 깨끗한 청정 에너지원이다. 그래서 인간이 본능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연료다 [3].

따라서 단 것, 즉 탄수화물이 많이 든 과일을 좋아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며 자연의 섭리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인간의 본성을 왜곡하고 세뇌시켜 몸에 해로운 육식을 권한다. 여러 가지 복잡한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휘발유 차에 경유를 넣으면 탈이 나듯이, 인체에 맞지 않는 연료를 넣으면 여러 가지 대사질환, 즉 당뇨병·고혈압·고지혈증·비만·동맥경화증 등이 생긴다. 이런 대사질환들을 통틀어 독일에서는 ‘문명병’이란 용어를 사용하는데, 문명의 발전에 따라 생겨난 음식들이 인간의 본성에 맞지 않아 병이 생겼다는 뜻이다.

채식으로 바꾸자 심장병 위험이 줄었다?

반면, 대사질환의 원인은 잘못된 연료이기에, 올바른 연료로 바꾸어 주면 대부분의 대사질환은 쉽게 치료된다. 심장병 전문 병원인 미국 클리블랜드클리닉의 닥터 에셀스틴은 198명의 관상동맥질환자, 즉 협심증 등 심장혈관에 생긴 죽상동맥경화증으로 인한 심장병 환자에게 채식 교육을 한 후 평균 3.7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채식을 하지 않은 그룹 21명의 62%에서 심근경색 또는 뇌경색이 발생한 반면, 채식을 한 그룹 177명에서는 0.6%만이 발병했다. 인간에게 올바른 연료인 채식은 혈관을 청소하고 깨끗하게 만들어 심장병의 진행을 막을 뿐 아니라, 말기 심장병 환자를 완치하기도 했다.

아래 사진은 채식 후 불과 3주 만에 심장 근육의 혈액순환이 회복된 PET/CT 사진과, 막혔던 관상동맥이 고지혈증 약 사용 없이 채식 후 완전히 회복된 관상동맥조영술 사진이다 [4].

그림 1. 채식 후 불과 3주 만에 심장 근육의 혈액순환이 회복된 PET/CT 사진. 그림 2. 막혔던 관상동맥이 고지혈증 약 사용 없이 채식 후 완전히 회복된 관상동맥조영술 사진. 자료=CB Esselstyn Jr, et al. J Fam Pract 2014

2018년 하버드대 의대 발표에 따르면 육식을 채식으로 전환하면 연간 조기사망자 수의 3분의 1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연간 전 세계 사망자 중 약 3000만 명은 조기사망이니, 식사만 바꾸어도 무려 약 1000만 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얘기다 [5].

육식 vs. 초식 vs. 잡식 경계는 정말 명확할까?

우리가 육식동물, 잡식동물, 초식동물이라 쉽게 말하지만 사실 명확한 구분은 어렵다. 육식동물에도 여러 분류가 있다. 육식동물이 주로 고기를 먹지만 대부분은 고기뿐 아니라 식물도 먹는다. 초육식동물(hypercarnivore)은 식사량의 70%를 고기로 채우고, 중육식동물(mesocarnivore)은 50%, 저육식동물(hypocarnivore)은 30%다 [6].

초식동물도 주로 먹는 식물 부위에 따라 씨앗이나 곡식을 먹는 종자식동물(granivore), 잎을 먹는 엽식동물(folivore), 과일을 먹는 과일식동물(frugivore)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소나 양처럼 섬유질이 많은 식물을 먹고 되새김질하는 동물은 반추동물(ruminant)이라고 한다. 잡식동물은 그 중간 어디쯤에 속하는데, 분류자에 따라 달라진다.

자연은 복잡하고 예외도 많다. 판다곰은 모양이나 계통학적으로 육식동물에 속하지만 하루 종일 대나무만 먹는 초식동물이다. 육식하는 식물도 600여 종이나 존재한다 [7].

인간은 어디에 속할까? 고기를 전혀 먹지 않고도 잘 살아가는 사람도 있고, 고기를 어느 정도 먹고 사는 사람도 있고, 고기만 먹고 사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고기를 많이 먹을수록 콜레스테롤 과잉으로 심장병이 생기고, 섬유질 부족으로 변비로 고생한다. 고기를 많이 먹을수록 먹는 약의 수가 늘어나고, 고기를 적게 먹을수록 약의 수도 줄어든다. 먹는 약이 많아진다는 건 그만큼 병이 많다는 의미다 [8]. 인간에게 고기는 맞지 않는 음식이고, 많이 먹을수록 병이 생겨 빨리 죽는다.

그에 반해 과일이나 채소는 많이 먹을수록 심장병 및 각종 암 발생을 줄여 오래 산다 [9]. 왜 채식을 하면 혈관이 깨끗해지면서 건강해질까? 기나긴 인류 진화의 역사 속에서 인간이 먹어 왔고 적응된 것이 바로 채식이기 때문이다. 빙하기의 극한 환경에 따라 생존을 위해 육식도 하였지만, 인간은 고기를 먹어도 문제가 없게 진화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인간의 소화기관은 어떤 식단에 가까울까? 인간의 소화기관이 어떤 부류의 동물인가를 연구한 프랑스 논문에 따르면, 인간은 고기를 먹기에 적합한 동물이 아니라 과일을 먹는 동물(frugivore)에 가깝다(“The dietary status of the human species is that of an unspecialized frugivore.” [10])고 했다.

350만 년 전 인류 치아에는 어떤 식사 흔적 남아 있었나?

2025년, 독일의 막스플랑크연구소 고고학자들도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인간의 선조들이 어떤 음식을 먹었는가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막스플랑크연구소는 독일의 과학 진흥을 목적으로 1948년 설립된 곳으로, 단일 기관으로는 노벨상 수상자 32명을 가장 많이 배출한 기초연구기관이다.

치아 법랑질(tooth enamel)은 포유류 신체에서 가장 단단한 조직이며 수백만 년 동안 식단의 동위원소 지문을 보존할 수 있다. 오래전에 어떤 동물이 무엇을 먹었는지 연구할 때 질소 동위원소는 귀중한 답을 제공한다. 이는 가벼운 질소 동위원소와 무거운 질소 동위원소, 각각 질소-14와 질소-15의 비율이 그 동물이 섭취하는 음식의 종류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350만 년 전에 살았던 인류의 초기 조상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치아에서 발견되는 질소 동위원소를 분석한 결과, 그들은 대부분 또는 완전히 초식성이었다. 이 놀라운 연구는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Newsweek)’에 기사로도 나왔다 [11].

고기 좋아한다고 인간이 육식동물 되는 것은 아니다

인류의 조상은 잡식인이 아니라 채식인이었다. 사실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저탄고지’를 권하는 분들은 “인간은 육식동물”이라고 주장하고, 대중들은 자신이 고기를 좋아하니 육식동물이 맞다고 환호한다.

최근 한 유튜버는 인간이 육식동물 중에서도 가장 고기를 많이 먹는 초육식동물(hypercarnivore)이라고 주장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인간의 몸 어디에 사자나 호랑이의 날카로운 이빨과 길고 강한 발톱이 있던가?

황당한 세상이다. 어처구니없는 이들의 주장 뒤엔 저탄고지로 해결이 안 되는 많은 영양소들을 영양제로 팔아 이익을 얻으려는 숨은 의도가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그들의 홈페이지에서 파는 각종 영양제를 먹지 않고서는 건강을 유지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의 주장에 세뇌된 대중들은 사람은 고기를 먹어야 하고 영양제는 필수라고 생각한다.

현대인의 다수가 고기를 좋아하고, 고기를 많이 먹는다고 인간이 육식동물로 변하는 건 아니다. 인간의 본성에 맞지 않는 식사는 훗날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 심근경색, 뇌졸중, 암 등 심각한 병이 조용히 찾아와 목숨을 노린다.

인간의 유전자는 바뀌지 않았다. 본성에 맞는 식사를 해야 건강하게 오래 산다. 진실은 항상 불편하다. '저탄고지'를 주장하는 분들의 감언이설에 속지 않으시길 빈다.

송무호 의학박사, 정형외과·생활습관의학 전문의

참고문헌

R Kay. Diets of early Miocene African hominoids. Nature 1977;44:628–630.

K Milton. Nutritional characteristics of wild primate foods: do the diets of our closest living relatives have lessons for us? Nutrition 1999;15:488–498.

M Dashty. A quick look at biochemistry: carbohydrate metabolism. Clinical Biochemistry 2013;46(15):1339-1352.

CB Esselstyn Jr, G Gendy, J Doyle, et al. A way to reverse CAD? J Fam Pract 2014;63(7):356-364b.

ScienceAlert. https://www.sciencealert.com/third-of-early-deaths-could-be-prevented-with-diet-change-vegetarian

National Geographic. https://education.nationalgeographic.org/resource/carnivore/

Natural History Museum. https://www.nhm.ac.uk/discover/carnivorous-plants-meat-eaters-of-the-plant-world.html

HD Santos, J Gaio, A Durisic, et al. The Polypharma Study: Association Between Diet and Amount of Prescription Drugs Among Seniors. American Journal of Lifestyle Medicine 2021;15598276211048812.

D Aune, E Giovannucci, P Boffetta, et al. Fruit and vegetable intake and the risk of cardiovascular disease, total cancer and all-cause mortality—a systematic review and dose-response meta-analysis of prospective studies. Int J Epidemiol 2017;46:1029–56.

CM Hladik, P Pasquet. The human adaptations to meat eating: a reappraisal. Human Evolution 2002;17:199-206.

T Lüdecke, JN Leichliter, D Stratford, et al. Australopithecus at Sterkfontein did not consume substantial mammalian meat. Science 2025;387(6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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