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흡연을 얼마나 오래, 얼마나 많이 했는지만큼이나 언제부터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는지도 심혈관질환 위험을 크게 좌우한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20세 이전에 흡연을 시작한 사람은 같은 양을 피웠더라라도, 늦게 흡연을 시작한 사람보다 심근경색과 뇌졸중, 사망 위험이 현저히 높았다.
서울대 의대, 중앙대 의대, 숭실대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를 비롯한 국내 다기관 연구진이 실시한 이번 연구는 흡연 시작 연령이 단순히 누적 흡연량에 반영되는 지표가 아니라, 독립적인 건강 위험 요인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언제 흡연 시작했느냐도 중요한 위험 요인
흡연은 전 세계적으로 예방 가능한 주요 사망 원인 가운데 하나로, 심근경색과 뇌졸중 등 심혈관질환의 핵심 위험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의 연구들은 흡연량이 많을수록 심혈관질환 위험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반복적으로 보여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흡연의 해로움이 단순히 흡연량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가벼운 흡연만으로도 심혈관 위험이 크게 증가할 수 있어, 갑년으로 표현되는 누적 흡연량만으로 흡연의 피해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갑년은 장기간에 걸친 흡연량을 나타내는 지표로, 하루에 피운 담배 갑 수에 흡연 기간(년)을 곱해 산출한다. 하루 한 갑씩 1년간 흡연하면 1갑년에 해당하며, 하루 한 갑을 20년간 피웠다면 20갑년이 된다.
이에 연구진은 흡연 시작 시기 자체가 장기적인 심혈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국민건강보험 자료로 929만 명 추적
연구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이용한 후향적 코호트 분석으로 수행됐다. 연구진은 2009년 국가건강검진에 참여한 20세 이상 성인 929만 5979명의 자료를 분석했으며, 연구 시작 시점에 뇌졸중, 심근경색, 말기 신장질환 병력이 있는 사람은 제외했다.
흡연 관련 정보는 설문을 통해 수집됐다. 자가 보고한 흡연 시작 연령과 현재 또는 과거 흡연 여부, 하루 흡연량과 흡연 기간을 곱한 누적 흡연량(갑년)을 토대로 연구진은 흡연 시작 나이와 누적 흡연량에 따라 참가자들을 분류했다.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 당뇨병 여부, 음주 습관, 신체활동, 사회경제적 수준 등 주요 심혈관 위험 요인도 함께 보정했다. 연구진은 이들을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이 발생하거나 사망할 때까지, 또는 2018년 말까지 평균 9년간 추적 관찰했다.
흡연자 372만 명 중 23.5%가 20세 이전 시작
전체 흡연자는 372만 4368명이었다. 이 가운데 87만 6740명(23.5%)은 20세 이전에 흡연을 시작했고, 7만 5299명(2.0%)은 15세 미만에 흡연을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모든 흡연자 그룹은 비흡연자보다 심혈관질환과 사망 위험이 높았다. 특히 20세 이전에 흡연을 시작했고 누적 흡연량이 20갑년 이상인 그룹에서 위험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
같은 양을 피워도 시작이 빠르면 더 위험
비흡연자와 비교했을 때, 20갑년 이상 흡연자 가운데 20세 이전에 흡연을 시작한 그룹은 심근경색 위험이 2.43배, 뇌졸중 위험이 1.78배, 심근경색 또는 뇌졸중 위험이 2배,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1.82배 높았다. 이러한 위험은 같은 흡연량을 가진 흡연자라도 흡연 시작 연령이 20세 이상인 경우보다 유의하게 높았다.
분석 결과, 흡연 시작 시점이 빠를수록 총 흡연량을 보정한 뒤에도 심근경색과 뇌졸중, 사망 위험이 단계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흡연 시작 나이와 총 흡연량 사이에는 유의한 상호작용이 확인됐다. 즉, 흡연량이 증가할수록 나타나는 위험 상승 효과는 흡연을 더 어린 나이에 시작한 사람일수록 더 크게 나타났다.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과의 연관성도 방향성은 유사했으나, 심혈관질환에서 관찰된 것보다는 그 크기가 작았다. 연구진은 이에 대해 사망률을 평가하기에는 추적 기간이 충분히 길지 않았기 때문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청소년기와 성인기 초기 흡연 노출이 심혈관계에 특히 취약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관찰연구인 만큼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900만 명이 넘는 대규모 표본과 장기간 추적 관찰, 임상적·행동적·사회경제적 요인을 폭넓게 보정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반면 자가 보고에 의존한 흡연 정보로 인해 기억 편향 가능성이 있고, 시간 경과에 따른 흡연 습관 변화나 금연 기간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 식습관이나 가족력, 유전 요인과 같이 측정되지 않은 교란 요인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됐다.
연구진은 이번 분석이 젊은 연령층, 특히 20세 미만의 흡연 시작을 막는 것이 인구 수준에서 장기적으로 심혈관질환과 조기 사망을 줄이는 데 큰 효과를 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Early age at smoking initiation is associated with elevated cardiovascular disease and mortality risk in a nationwide population-based cohort’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자주 묻는 질문]
Q1. 흡연을 적게 피워도 일찍 시작하면 위험한가요?
A. 그렇다. 연구 결과, 누적 흡연량이 같더라도 20세 이전에 흡연을 시작한 사람은 심근경색과 뇌졸중 위험이 더 높았다. 이는 흡연의 해가 단순히 ‘양’이 아니라 ‘시작 시점’에 따라 추가적으로 커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Q2. 왜 어린 나이에 흡연을 시작하면 더 위험한가요?
A. 청소년기와 성인 초기에는 혈관과 대사 체계가 완전히 성숙하지 않아 담배 독성에 더 취약할 수 있다. 또한 이른 흡연은 니코틴 의존을 강화해 장기간 흡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Q3. 이번 연구 결과는 인과관계를 의미하나요?
A. 아니다. 이번 연구는 관찰연구로, 흡연 시작 나이가 직접적으로 심혈관질환을 유발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대규모 인구를 장기간 추적해 두 요인 사이의 강한 연관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