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7일 (화)

“슬리퍼 신고, 카페 가고 쇼핑”… ‘슬세권’ 살면 건강 쑥?

걷기 좋은 동네로 이사하면…하루 평균 약 1100보 더 걷게 돼/보행 편의성, 녹지 환경, 소음 등 세 가지도 건강 수명에 큰 영향

지하철역과 아파트 단지, 식당가, 학원가에 모두 가까이 있는 서울의 한 대규모 공원 속 걷는 길. 역세권에 있고 슬리퍼 등 간편한 차림으로 집 근처의 카페, 음식점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슬세권(슬리퍼와 역세권의 합성어)이 최근 관심을 끌고 있다. 이처럼 걷기 좋은 곳으로 이사한 사람은 이전보다 하루 평균 1100보를 더 걷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김영섭 기자

새해를 맞아 이사 계획을 세우는 이들이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지표는 가격이나 학군만이 아니다. 동네의 걷기 좋은 환경이 건강과 수명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최근 호주 비영리 매체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에 따르면 보행 여건이 우수한 동네로 이사한 사람들은 이전보다 하루 평균 약 1100보를 더 걷게 되며 이는 심혈관병, 당뇨병, 조기 사망 등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스탠퍼드대, 워싱턴대 등 연구팀은 이사 사례 200만 건 이상을 분석한 이 같은 결과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또한 항공기 비행 경로 아래에 위치해 야간 소음이 55데시벨(dB) 이상인 지역에 사는 사람은 수면 장애와 심장병 발생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음은 아동의 주의력 및 학습 능력 발달에도 나쁜 영향을 미쳤다. 반면 가로수 그늘이 풍부한 지역은 무더운 여름철 기온을 주변보다 섭씨 5~10도 낮춰 주민의 열 스트레스를 줄이고 실외 활동을 촉진하는 효과를 내는 것으로 조사됐다.

호주 멜버른대 압바스 라자비파드 교수(지리정보학 및 공간정보시스템)는 ‘더 컨버세이션’에 쓴 칼럼을 통해 “주거지의 보행 편의성과 주거지의 소음, 녹지 환경 등 세 가지는 건강과 행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세 가지 주거 환경 중 보행 중심의 주거 환경은 국내에서도 ‘슬세권’이라는 용어와 함께 주택 시장의 핵심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슬세권, 슬리퍼와 역세권의 합성어...지하철역에서 가깝고 걷기 좋은 곳

슬세권은 슬리퍼와 역세권의 합성어다. 지하철역에서 가까운 곳에 살면서 슬리퍼 등 편한 복장으로 집 인근의 카페, 편의점, 쇼핑몰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권역을 뜻한다. 슬세권은 대중교통이 편리하고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걷기 운동을 실천하게 함으로써 주민의 전반적인 건강 수준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슬세권의 가치는 국내 정책과 시장 지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전라남도는 ‘만원주택’ 사업 부지를 선정하면서 청년과 신혼부부의 정주 여건을 극대화하기 위해 슬리퍼 차림으로 모든 생활 편의시설을 누릴 수 있는 ‘슬세권’ 입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했다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슬세권 입지는 강한 프리미엄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경기도 동탄이나 부산 서면 등 주요 상권과 인접한 아파트 단지들은 도보로 모든 쇼핑과 문화생활이 가능하다는 점 덕분에 높은 선호도를 보인다.  

실제로 카드 결제 데이터 분석 결과를 보면 자택 반경 500m 이내의 슬세권 영역 내 소비 비중이 과거보다 크게 높아지는 등 생활 패턴의 무게 중심이 집 주변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이사를 고려하고 있고 경제적 여력이 좀 있다면 이사할 동네가 걷기에 안전한지, 충분한 녹지를 갖췄는지, 소음에서 자유로운지를 꼼꼼히 따져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자주 묻는 질문]

Q1. 보행 편의성이 좋은 동네로 이사하면 실제 활동량이 얼마나 늘어나나? 

A1. 호주 멜버른대 연구팀에 따르면 보행 여건이 우수한 지역으로 옮기면 하루 평균 약 1100보를 더 걷게 된다. 이는 심혈관 질환과 당뇨병 위험을 유의미하게 낮추는 효과가 있다.

Q2. ‘슬세권’이라는 용어는 부동산 시장에서 어떤 의미로 쓰이나? 

A2. 슬리퍼와 역세권을 합친 말로, 집 근처에서 가벼운 차림으로 쇼핑, 카페, 금융 등 필수 편의시설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주거지를 뜻한다. 최근 1인 가구와 청년층 사이에서 주거지 선택의 핵심 기준이자 집값 형성에 큰 영향을 주는 요소로 평가받는다.

Q3. 거주지의 기온과 녹지 환경이 왜 건강과 직결되나? 

A3. 가로수 그늘이 풍부한 동네는 여름철 온도가 주변보다 5~10도 낮게 유지돼 열 스트레스를 줄이고 숙면을 돕기 때문이다. 반면 녹지가 부족하고 소음이 심한 지역은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고 장기적으로 심장 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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