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리마다 캐럴이 울려 퍼지고 화려한 조명이 도시를 수놓는 크리스마스 시즌이다. 하지만 축제 분위기가 짙어질수록 오히려 마음 한구석에 울적함을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른바 ‘연휴 우울증(Holiday Blues)’이다.
22일(현지 시간) 메디컬익스프레스 등 외신에 따르면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온 지금, 연휴 우울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미국 심리학회(APA)의 최근 조사 결과, 미국 성인의 89%가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 동안 스트레스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물 준비 등에 따른 재정적 부담, 가족 간의 해묵은 갈등, 먼저 세상을 떠난 이에 대한 그리움 등이 주된 원인으로 꼽혔다.
연휴 우울증은 추석부터 새해 첫날까지 이어지는 연휴 기간 동안 발생하는 우울증을 말한다. 주요 증상으로는 우울감, 좋아하는 일에 대한 흥미나 즐거움 상실, 불안감, 초조함 등이 있다.
로리 크레이머 노스이스턴대 응용심리학 교수는 “사람들은 흔히 연휴에 ‘완벽하게 행복해야 한다’는 이상을 품지만, 현실에서 이를 매번 충족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연말연시를 즐겁게 보내야 한다는 기대와 현실 사이의 괴리가 우울감을 낳는다는 것이다.
그는 “연휴는 우리 삶의 현재 위치를 과거와 비교하게 만드는 일종의 이정표 역할을 한다”며 “과거의 행복했던 기억이나 겪었던 트라우마가 현재 상황과 대비되면서 상실감과 스트레스를 유발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접하는 타인의 화려한 일상은 상대적 박탈감을 심화시킨다. 비현실적인 이상을 좇을수록 현실과의 괴리는 커질 수밖에 없다.
연휴 우울증의 또 다른 큰 원인은 ‘죄책감’이다. 힘든 시간을 보내는 가족이나 친구가 곁에 있을 때, 나 혼자 즐겁게 지내는 것이 이기적인 행동처럼 느껴지기 쉽다. 우울한 기분 때문에 명절 분위기를 망치는 것 같다는 생각, 속은 우울한데 억지로 즐거운 척해야 한다는 부담 역시 큰 스트레스가 된다.
또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처럼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상실을 겪는 사람들, 이혼이나 자녀의 사망처럼 깊고 누적된 슬픔을 안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연휴에는 즐거워야 한다”는 말이 오히려 더 큰 압박과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다.
연휴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대치를 재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크레이머 교수는 "완벽한 휴가를 보내야 한다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며 "거창한 파티나 화려한 장식 대신, 어떻게 하면 오늘 하루를 마음 편히 마무리할 수 있을지에 집중하라"고 강조했다.
주변에 연휴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도와야 할까. 크레이머 교수는 “상황을 피하기보다, 오히려 분명하게 말로 짚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지금이 당신에게 심리적으로 힘든 시기라는 걸 알고 있어요”와 같은 한마디 공감이, 상대가 마음을 열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내가 스스로 우울감을 느끼고 있다면, 고립되고 싶어지는 마음을 그대로 따르기보다는 의식적으로 벗어나려고 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가족·친구·이웃 등으로 이루어진 사회적 지지망,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는 스트레스를 막아주는 가장 강력한 방어 수단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크레이머 교수는 “모두가 행복해 보이는 시기에 나만 불행하다고 느끼는 고립감이 우울을 더 크게 만든다”며, 우울할수록 다른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