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년에 나타나는 특정 우울 증상이 수십 년 뒤 치매 발병 위험과 연관돼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이번 분석을 통해 기억력 저하나 혼란 같은 전형적인 증상이 나타나기 훨씬 이전 단계에서 치매 위험군을 가려낼 수 있는 가능성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고위험군에 생활습관 교정 등 조기 개입을 통해 질환 진행을 늦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UCL) 연구팀은 45~69세 성인 5811명을 평균 23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중년에 몇 가지 우울 증상을 함께 보인 사람은 이후 치매에 걸릴 위험이 유의하게 높았다고 밝혔다.
연구진이 주목한 경고 신호는 △불안이 점점 심해짐 △집중하기 어려움 △문제를 직면하거나 해결하지 못한다고 느낌 △타인에 대한 따뜻함이나 애정 감소 △자신감 상실 △일상적인 과제가 수행되는 방식에 대한 지속적인 불만 등 총 6가지였다.
분석에 따르면, 이 가운데 5가지 이상 증상을 동시에 경험한 이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치매 발병 위험이 27% 높았다.
증상별로 살펴보면 중년에 자신감을 잃었다고 답한 사람은 이후 치매 위험이 51% 높았으며, ‘문제를 직면할 수 없다’고 느낀 경우 위험은 49% 높았다. 타인에 대한 애정이나 온기가 줄었다고 보고한 경우는 44%, 긴장이나 불안이 높아진 경우는 34% 위험 증가가 나타났다. 또한 일 처리 방식에 대한 불만은 33%, 집중력 저하는 29% 높은 치매 위험과 연관을 보였다.
치매 환자에게서 우울증이 흔히 나타난다는 점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전반적인 우울증 자체가 아닌, 우울증을 구성하는 개별 증상을 장기간 추적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를 이끈 필립 프랭크 박사는 “이번 연구는 치매 위험이 우울증 자체가 아니라, 특정 증상들과 연관이 있음을 보여준다”며 “중년에 흔히 겪는 일상적인 정신적 변화가 장기적인 뇌 건강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증상들이 이미 진행 중인 신경퇴행성 변화의 초기 신호일 가능성도 제기했다. 기억력 저하나 혼란 같은 전형적인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훨씬 이전 단계에서 고위험군을 가려낼 수 있는 단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영국 비영리 단체 알츠하이머협회(Alzheimer’s Society)의 리처드 오클리 박사는 논평을 통해 “치매와 우울증의 관계는 매우 복잡하다”며 “이번 연구는 두 질환의 연결고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지만, 이러한 결과가 여성이나 다양한 인종 집단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울증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치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치매 환자 모두가 우울증을 겪는 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과학자들은 치매 환자의 약 45%는 생활습관 개선 등을 통해 예방이 가능하거나 발병 시기를 늦출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년기 정신 건강 변화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함께 신체활동, 사회적 교류, 심혈관 건강 관리 등 조기 개입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 12월 15일, 국제학술지 《랜싯 정신의학(The Lancet Psychiatry)》에 ‘Specific midlife depressive symptoms and long-term dementia risk: a 23-year UK prospective cohort study’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자주 묻는 질문]
Q1. 중년에 우울 증상이 있으면 모두 치매로 이어지나요?
A. 그렇지는 않습니다. 연구진도 우울 증상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치매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이번 연구는 특정 우울 증상이 장기간에 걸쳐 치매 위험과 연관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며, 개인의 발병 여부를 단정하는 기준은 아닙니다.
Q2. 연구에서 말한 ‘우울 증상 6가지’는 어떤 특징이 있나요?
A. 불안 증가, 집중력 저하, 문제를 직면하기 어려움, 타인에 대한 애정 감소, 자신감 상실, 일상적인 일 처리 방식에 대한 불만 등으로, 일상에서 비교적 흔히 경험할 수 있는 정신적 변화라는 점이 특징입니다.
Q3. 중년기에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어떻게 대응하는 게 좋을까요?
A. 증상이 반복되거나 여러 가지가 동시에 나타난다면 정신건강 전문의 상담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전문가들은 신체 활동, 사회적 교류 유지, 심혈관 건강 관리, 우울 증상 조기 관리 등이 장기적인 뇌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