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순한 장염으로 여겨졌던 증상 이후 불과 4일 만에 사망한 열 살 소년의 사연이 전해졌다.
영국 서머셋주 크루커른에 거주하던 베일리 슈림프턴(10)은 10월 23일 학교에서 복통을 호소했고, 귀가한 그날 밤부터 구토 증상을 보였다. 가족은 흔한 바이러스성 장염으로 생각해 수분 보충을 도우며 지켜봤다. 하지만 상태는 빠르게 악화됐고, 4일이 지난 10월 27일 병원에서 뇌기능이 정지된 채 가족의 품에서 세상을 떠났다.
영국 일간 더선 등이 가족의 진술을 토대로 보도한 바에 따르면 베일리는 초기에는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는 구토를 반복하면서도 친구들과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 영상을 시청할 정도로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가족은 “그냥 지나가는 장염이라 생각했고, 충분히 수분을 섭취시켰다”고 말했다. 이튿날에도 증상이 지속되자, 가족은 영국의 응급상담 전화인 NHS 111에 연락했고, 의사의 권고에 따라 예오빌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 혈액검사 결과 염증 수치가 높게 나타났지만, 의료진은 ‘바이러스성 감염’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귀가를 권유했다.
이후 베일리는 잠시 호전되는 듯 보였지만, 26일 새벽부터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다. 가족은 “피부가 얼룩지고 푸르게 변했으며, 곧 ‘몸이 느껴지지 않는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남긴 후 경련을 일으키고 호흡이 멎었다”고 전했다. 구급대의 심폐소생술(CPR)로 일시적으로 맥박이 돌아왔으나, 헬리콥터로 이송된 사우샘프턴 병원에서는 뇌파가 정지되고 장기 기능이 멈춘 상태로 확인됐다. 의료진은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고, 가족은 아이의 손을 잡은 채 마지막 작별을 고했다.
베일리의 가족은 장례비 지원을 위해 고펀드미(GoFundMe)모금페이지를 열고, “의료진이 원인을 규명해 다른 가족들이 같은 고통을 겪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현재 가족은 감염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 부검 및 추가 조사를 요청한 상태다. 의료 전문가들은 베일리의 증상 경과로 미루어볼 때 패혈증이나 급성 장감염으로 인한 전신 염증 반응, 혹은 희귀 세균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단순 장염으로 착각하기 쉬운 ‘패혈증’…피부 창백해지거나 몸 차가우면 의심
패혈증은 세균이나 바이러스, 드물게는 진균 감염이 혈류를 타고 퍼지며 전신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치명적 질환이다. 감염이 국소 부위에 머물지 않고 혈관 속으로 침투하면 면역계가 이를 억제하기 위해 과도한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데, 이 과정에서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고 여러 장기의 기능이 동시에 저하된다. 이를 ‘전신 염증 반응 증후군(Systemic Inflammatory Response Syndrome, SIRS)’이라고 부르며, 조기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다발성 장기부전과 패혈성 쇼크로 이어질 수 있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는 매년 약 25만 명의 패혈증 환자가 발생하고, 이 중 약 4만 명이 사망한다고 보고한다. 특히 소아의 경우 성인에 비해 면역 반응이 급격하고 체내 수분 손실이 빠르기 때문에 증상이 짧은 시간 내에 악화될 수 있다. 또한 어린이는 자신의 증상을 명확히 표현하기 어렵고, 구토나 복통 같은 비특이적 증상만 보이기 때문에 단순한 장염이나 감기로 오인되기 쉽다.
전문의들은 패혈증을 조기에 의심해야 하는 경고 신호로 △피부색 변화(푸르스름하거나 얼룩짐) △손발의 차가움 △호흡의 급격한 증가 △의식 저하 △극심한 피로감을 꼽는다. 이런 증상이 동반될 경우, 단순 탈수나 소화기 바이러스 감염으로 판단하지 말고 즉시 응급실을 방문해야 한다.
국제소아감염학회(ESPID) 역시 “패혈증은 초기에는 열과 구토, 식욕부진 등 흔한 감염성 증상으로 시작하지만, 수 시간 내에 전신 상태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어 부모나 보호자의 빠른 인지가 생명을 좌우한다”고 강조한다. 조기 항생제 투여와 수액 치료는 생존율을 크게 높이는 핵심 치료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