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만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저녁식사와 취침 사이 공복 시간이 길수록 야간 혈당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기상 후 첫 식사까지 시간이 길수록 야간 혈당 지표는 개선됐지만, 저혈당 위험이 높아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일리노이대 시카고 캠퍼스 연구진은 식사 시간과 수면 시간의 간격이 혈당 조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한 결과를 최근 국제학술지 《뉴트리언트(Nutrients)》에 ‘Relationship Between Sleep and Meal Timing with Glycemia Parameters in Individuals with Obesity Participating in a Randomized Time-Restricted Eating Study’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연구진은 개인의 혈당 상태에 따라 식사 시간을 조정하는 맞춤형 시간 제한 식사(Time-Restricted Eating, TRE)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생체시계와 혈당 조절의 관계
우리 몸의 일주기 리듬은 수면과 각성, 호르몬 분비, 소화, 체온 등 다양한 생리 기능을 조절하는 내부 생체시계다. 수면 시간이나 식사 시간이 불규칙해 이 생체시계가 흐트러지면 혈당 대사 이상, 비만, 당뇨병, 심혈관질환 등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실제로 야간 근무자처럼 생활 패턴이 자연스러운 낮·밤 주기와 어긋난 사람들은 대사 기능 저하와 심장대사질환 위험이 높은 것으로 보고돼 있다. 또한 늦은 저녁식사나 야식으로 고열량을 섭취하면 혈당 조절 악화와 비만, 당뇨병 발생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만 성인 44명, 12주간 추적 관찰
연구진은 비만인 성인 44명을 대상으로 12주간 무작위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하루 8시간 이내에만 식사하는 시간 제한 식사군 △하루 총 열량을 15% 줄이는 칼로리 제한군 △평소 식습관을 유지하는 대조군 등 세 그룹으로 나뉘었다.
연구진은 식사 기록을 통해 식사 시간과 섭취량을 분석했고, 연속혈당측정기(CGM)로 혈당 변화를 측정했다. 수면 시간은 활동량 측정 장비를 활용해 평가했다.
특히 연구진은 기상 후 첫 식사까지의 시간과 마지막 식사 후 취침까지의 시간이 혈당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중점적으로 분석했다.
아침식사 늦을수록 야간 혈당 낮아지지만, 저혈당 위험 높아질 가능성도
분석 결과, 기상 후 첫 식사까지의 시간이 1시간 늘어날 때마다 새벽 시간대(오전 1~5시) 평균 혈당이 낮아졌다. 또한 혈당 변동성이 감소했고, 혈당이 180mg/dL를 초과하는 고혈당 상태에 머무는 시간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긍정적인 효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첫 식사가 늦어질수록 혈당이 70 mg/dL 미만으로 떨어지는 시간도 길어져, 저혈당 위험이 높아질 가능성도 확인됐다.
연구진은 식사 시간이 몸의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아침 식사를 늦추는 습관이 밤사이 혈당 조절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아침식사를 일찍 하는 것이 건강에 유리하다고 보고한 일부 기존 연구와는 상반되는 결과여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저녁식사와 취침 사이 간격 길수록 혈당 개선
이번 연구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결과는 저녁식사 시간과 취침 사이의 간격이었다. 마지막 식사 후 잠들기까지의 시간이 1시간 늘어날 때마다 야간 평균 혈당이 유의하게 낮아졌다. 특히 아침식사를 늦게 한 경우와 달리 저혈당 위험 증가는 관찰되지 않았다.
이 같은 결과는 늦은 식사가 혈당 조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기존 연구들과도 일치한다. 미국 국립건강영양조사(NHANES) 자료에 따르면 늦은 저녁식사는 복부비만 위험이 12%, 공복혈당 상승 위험이 65% 높아지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또한 늦은 시간 식사는 식후 혈당과 야간 혈당을 높이고, 밤 동안 지방 산화를 감소시키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혈당 관리 위해서는 저녁식사 시간 조정이 현실적인 전략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 비만 성인에서 아침과 저녁의 공복 시간이 혈당 지표와 서로 다른 양상으로 연관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기상 후 첫 식사까지의 시간이 길수록 야간 혈당 지표는 개선됐지만 저혈당 위험이 함께 증가했다. 반면 저녁 식사와 취침 사이의 시간 간격이 길수록 저혈당 위험 증가 없이 야간 혈당이 낮은 경향을 보였다.
이에 따라 시간 제한 식사를 실천하는 사람이라면 단순히 식사 시간을 제한하는 것뿐 아니라, 식사 시간을 언제로 설정할지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연구진은 조언했다. 특히 저혈당 위험이 있는 사람에게는 아침 식사를 지나치게 늦추기보다 저녁 식사를 조금 더 일찍 마치는 전략이 보다 현실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결과를 해석할 때 몇 가지 한계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 참가자들은 모두 당뇨병이 없는 비만 성인이었기 때문에 혈당 변동 폭 자체가 상대적으로 작았다. 따라서 당뇨병 환자에게도 동일한 결과가 나타날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또한 연구는 식사 시간과 혈당 변화의 연관성을 분석한 탐색적 연구로, 인과관계를 직접 입증한 것은 아니다. 또한 생체리듬 상태를 정밀하게 확인할 수 있는 측정 방법이 포함되지 않아 식사 시간 변화가 체내 생체시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못한 점도 한계로 지적됐다.
[자주 묻는 질문]
Q1. 저녁식사를 일찍 하면 혈당 관리에 도움이 되나요?
A. 이번 연구에서는 마지막 식사와 취침 사이 간격이 길수록 야간 혈당이 낮은 경향이 나타났다. 특히 저혈당 위험 증가 없이 혈당 개선과 연관된 것으로 확인돼 저녁식사를 너무 늦게 하지 않는 것이 도움이 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Q2. 아침식사를 늦게 하면 혈당이 더 좋아지나요?
A. 기상 후 첫 식사까지 시간이 길수록 야간 혈당 수치와 혈당 변동성은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다만 혈당이 70mg/dL 미만으로 떨어지는 시간도 늘어나 저혈당 위험이 높아질 가능성이 확인돼 주의가 필요하다.
Q3. 시간 제한 식사(TRE)를 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인가요?
A. 단순히 식사 시간을 줄이는 것뿐 아니라 식사 창(eating window)을 언제 설정할지도 중요하다. 연구진은 개인의 혈당 상태와 저혈당 위험을 고려해 식사 시간을 조정하는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