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음을 하거나 술을 3~5일간 연거푸 마시면 간세포가 손상되면서 간 수치가 정상 범위를 벗어나는 게 일반적이다. 특히 습관적인 음주가 2주 이상 이어지면 대부분 사람의 간 수치, 즉 ‘혈중 알라닌 아미노전이효소(ALT)’ 수치가 크게 높아지며 간의 해독 능력이 뚝 떨어지게 마련이다.
술을 26일간 계속 많이 마셨는데도 간 수치가 뜻밖에 정상으로 유지된 60대 남성의 이색적인 사례가 최근 학계에 보고됐다. 대만 타이베이에서 개인 사업을 하는 62세 남성 A 씨는 비만 환자로 대사기능장애와 관련된 지방간염을 앓고 있었다.
대만 치야이 기독교 병원 연구팀은 이 환자의 체중 감량과 간 수치 개선을 위해 최근 비만 치료제로 각광받는 티르제파타이드(제품명 마운자로) 5mg을 매주 1회 주사로 투여하는 치료를 시작했다. 치료를 시작할 당시 이 환자의 체중은 92kg이었고, 간 수치가 정상 범위를 훌쩍 벗어나 있었다.
치료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하지만 이 환자는 중요한 비즈니스 접대와 연말 모임이 겹치면서 26일 동안이나 매일 술을 마셔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위스키, 맥주 등 알코올을 상당히 많이 마셨다. 그러면서도 매주 정해진 요일에 비만 치료 주사를 거르지 않고 맞았다. 이 환자는 예전과 달리 피로감이 덜하고 컨디션이 좋다고 느꼈다.
힘겨운 음주 기간이 끝난 뒤 병원을 찾은 이 환자의 검사 결과는 의료진을 깜짝 놀라게 했다. 한 달 가까이 술을 계속 마셨는데도 그의 간 수치는 치료 전보다 오히려 낮아져 정상 범위 안에 머물렀다. 몸무게도 치료 시작 전보다 4.5kg 가벼운 87.5kg으로 줄었다.
연구팀은 특별한 입원 치료 없이 외래 진료로 이 환자의 상태를 면밀히 추적 관찰했다. 또한 초음파 검사로 간 내 지방 축적 정도가 음주 전에 비해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 환자는 이후 3개월간 진행된 추적 관찰에서도 간 기능의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했고, 지방간염 증상도 약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 결과(Alcohol Consumption for Consecutive TwentySix Days in a Patient with Metabolic Dysfunction– Associated Steatohepatitis under Tirzepatide Treatment: Alanine Aminotransferase Levels Remained Normal)는 최근 국제 학술지 《사례 보고 연보(Annals of Case Reports)》에 실렸다.
비만 치료와 간 염증 억제 동시 겨냥... ‘오프라벨’ 처방 사례에서 뜻밖의 효과
이번 사례는 일단 특정 환자에게서 나타난 매우 이례적이고 흥미로운 사례로 봐야 한다. 다만 비만 치료제 티르제파타이드의 다각적인 효과를 보여주는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한다,
티르제파타이드는 당뇨병 치료제와 비만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간 내 지방 대사를 활성화하고 항염 작용을 하는 메커니즘 덕분에 지방간염 치료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약은 FDA의 지방간염 치료제 승인 절차를 밟고 있는 단계에 있다.
의료 현장에서는 비만과 간 염증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오프라벨 처방(적응증 외 처방)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 환자가 티르제파타이드 주사제를 처방받아 치료를 받은 까닭이다. 이 사례는 매주 한 번씩 맞는 티르제파타이드 주사가 알코올로 인한 급성 독성으로부터 간세포를 보호하는 방어막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티르제파타이드의 새로운 적응증(치료 효과) 가능성을 엿볼 수는 있지만, 이 주사제를 맞는다고 해서 술을 멋대로 마시면 안 된다고 경고한다. 알코올의 독성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간 수치가 정상이라도 췌장이나 심혈관 등 다른 장기에는 치명적인 손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사 치료 중 음주는 심한 구토나 복통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니 반드시 금주해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1. 비만 치료 주사를 맞은 환자의 간 수치(ALT 수치)가 어떻게 정상으로 유지될 수 있었을까요?
A1. 간 수치가 높다는 것은 간세포 속에 기름이 끼고 염증이 생겨 세포가 파괴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티르제파타이드는 간에 쌓인 지방을 제거하고 염증을 가라앉히는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 사례에서는 주사제의 이런 메커니즘이 알코올로 인한 급성 독성으로부터 간세포가 파괴되는 것을 막아주는 방어막 역할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Q2. 아직 지방간염 치료제로 승인되지 않았는데 주사를 맞아도 안전한가요?
A2. 티르제파타이드는 이미 비만과 당뇨 치료제로 안전성이 검증된 약물입니다. 의사는 오프라벨(적응증 외 처방) 개념에 따라, 환자의 상태를 보고 승인된 용도 외에도 효과가 있다고 판단해 약을 처방할 수 있습니다. 대규모 임상연구로 지방간염 개선 효과가 입증되고 있으며, 공식 치료제로 등록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의료 현장에서는 치료 옵션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Q3. 이 사례와 비슷한 환자가 같은 치료를 받다가 술을 마시면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나요?
A3. 이 주사제는 위장 운동을 늦추는 효과가 있어 알코올과 함께 투여되면 심한 구토, 메스꺼움, 복통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특히 과도한 음주는 췌장에 큰 무리를 주어 급성 췌장염과 같은 치명적인 병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습니다. 간 수치가 정상이라고 해서 안심하면 안 됩니다. 약물의 정상적인 효과와 안전을 위해 치료 중에는 반드시 금주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