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대유행은 끝났지만, 바이러스가 남긴 상처는 심각하다.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완치 후에도 뇌에 영구적인 물리적 변화가 생겨 장기적으로 기억력과 집중력을 뚝 떨어뜨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호주 그리피스대 연구팀은 첨단 MRI(자기공명영상) 기술을 활용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치료 후에도 뇌에 구조적인 변화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에 감염된 적이 있으나 현재는 증상이 없고 완치 판정을 받은 사람들의 뇌 조직에 상당한 큰 변형이 남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뇌에서 기억력과 인지, 전반적인 뇌 건강을 담당하는 회백질 및 백질 영역에서 모두 뚜렷한 구조적 차이가 발견됐다. 바이러스가 훑고 지나간 자리에 남은 ‘상흔’이 인지기능을 지속적으로 갉아먹는다는 뜻이다.
이 연구 결과(Altered brain tissue microstructure and neurochemical profiles in long COVID and recovered COVID-19 individuals: A multimodal MRI study)는 국제 학술지 《뇌, 행동 및 면역-건강(Brain, Behavior, and Immunity-Health)》 12월호에 실렸다.
충격적인 점은 롱코비드(코로나19 후유증) 환자뿐만 아니라 ‘건강하게 완치됐다’고 믿는 사람들에게서도 뇌 신경화학 물질과 조직 구조의 변화가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이는 겉으로 별다른 증상이 없어도 뇌 내부는 이전과 다른 상태로 확 바뀌었음을 시사한다. 감염 수개월 뒤 찾아오는 기억력 감퇴와 머리가 멍해지는 뇌 안개(브레인 포그)는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니라, 뇌의 기질적 변화 때문이다.
코로나19 외에도 뇌에 침투하거나 염증을 일으켜 신경계를 교란하는 ‘신경향성 바이러스’(Neurotropic Virus)는 몇 가지 더 있다. 뇌 건강을 위협하는 5대 바이러스에는 코로나19·인플루엔자·헤르페스(단순포진·대상포진)·홍역 등 바이러스와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가 포함된다. 신경향성 바이러스는 신경계(뇌, 척수, 말초신경)에 친화성을 지닌 바이러스를 뜻한다.
흔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도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다. 독감 바이러스는 심한 경우 혈류를 타고 뇌혈관 장벽(BBB)을 약화시키거나 신경 염증을 일으킨다. 스페인 독감 유행 이후 파킨슨병 환자가 급증했던 사례나, 독감에 걸린 생쥐의 기억력이 뚝 떨어졌다는 실험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독감 후 “머리가 멍하다”는 호소는 단순 피로가 아닐 수 있다.
입술에 물집을 만드는 헤르페스 바이러스(1형)는 더 집요하다. 평생 신경절에 잠복하다 면역력이 떨어지면 활성화된다. 최근 학계는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 물질인 베타 아밀로이드가 뇌에 침투한 헤르페스 바이러스를 막기 위한 방어막의 잔해일 수 있다는 가설을 제기한다. 반복적인 재활성화는 뇌세포 사멸과 염증을 부른다.
HIV는 치료제로 생명 연장은 가능해졌지만, 바이러스가 미세아교세포를 자극해 만성 염증(HAND)을 일으키는 탓에 환자들의 인지기능 저하 위험이 높다. 홍역 바이러스는 회복 수년 뒤 ‘아급성 경화성 범뇌염(SSPE)’이라는 치명적 뇌 손상을 유발해 심각한 인지 퇴행을 가져오기도 한다.
이들 바이러스가 뇌에 상흔을 남기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다. 바이러스가 신경이나 혈액을 타고 뇌로 직접 침투하거나, 면역 체계가 싸우는 과정에서 뿜어낸 염증 물질(사이토카인)이 뇌세포를 공격하는 경우다. 이번 그리피스대 연구는 코로나19가 후자의 메커니즘을 통해 뇌 구조에 영구적 변형을 초래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통계적으로도 연관성은 뚜렷하다. 덴마크와 미국의 대규모 데이터 분석에서 심한 독감이나 폐렴을 앓은 노년층은 감염 후 5~10년 내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 진단 확률이 유의미하게 높았다. 감염증이 뇌 노화를 앞당기는 촉매제가 된 셈이다.
바이러스 감염은 ‘음성 판정’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예방 접종은 기본이며, 감염 후에는 충분한 휴식으로 뇌로 가는 염증 부하를 최소화해야 한다. 완치 후에도 기억력 저하가 지속된다면 단순 후유증으로 방치하지 말고 신경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뇌에 새겨진 상흔은 보이지 않지만, 우리의 기억을 지워나가는 가장 집요한 족쇄가 될 수 있다.
[자주 묻는 질문]
Q1. 코로나19를 가볍게 앓고 지나갔거나 이미 완치 판정을 받았는데도 뇌에 손상이 남을 수 있나요?
A1. 네, 안타깝게도 그렇습니다. 호주 그리피스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롱코비드(코로나19 후유증)를 겪는 환자뿐만 아니라 ‘건강하게 완치됐다’고 믿는 사람들의 뇌에서도 조직 구조의 변형이 발견됐습니다. 증상이 없더라도 바이러스 감염 자체가 뇌의 회백질과 백질 영역에 미세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으며, 이것이 훗날 기억력 감퇴나 브레인 포그(멍한 증상)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Q2. 독감이나 헤르페스(입술 포진)처럼 흔한 바이러스도 치매나 파킨슨병 같은 뇌 질환과 관련이 있나요?
A2. 네,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연구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독감(인플루엔자)을 심하게 앓은 노년층은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 진단 확률이 높다는 통계가 있으며, 생쥐 실험에서도 독감 바이러스가 기억 형성을 방해하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입술에 물집을 만드는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뇌에 침투할 경우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 물질인 '베타 아밀로이드' 축적을 유도한다는 가설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Q3. 바이러스 감염 후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은데, 뇌 건강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3. 감염 직후에는 충분한 휴식과 영양 섭취로 몸의 염증 반응을 최소화해 뇌로 가는 부담을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하지만 완치 후에도 건망증이 심해지거나 집중력이 떨어지는 증상이 장기간 지속된다면, 이를 단순한 피로 탓으로 돌리지 말고 신경과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바이러스가 남긴 뇌의 '상흔'은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할수록 인지기능 저하를 늦출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