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03일 (월)

사타구니 탈장 10년 방치한 60대男...음낭에 내장이 3.7m 쏟아진 사연

음낭(불알주머니), 수박만큼 커지고...맹장 터져 고환까지 썩어 죽을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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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이 사타구니를 두 손으로 감싸고 있다. 매년 환자가 많이 발생하는 서혜부 탈장을 오래 방치했다가 목숨을 잃을 뻔한 60대 남성의 사례가 학계에 보고됐다. 탈장은 제때 수술해야 한다는 값진 교훈을 남겼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60대 남성이 서혜부(사타구니) 탈장을 수술하지 않고 10년 동안 방치해오다가 목숨을 잃을 뻔한 사례가 학계에 보고됐다.

멕시코 테픽 시민병원 박사 연구팀에 의하면 이 60대 남성 환자는 장이 3.7m나 음낭으로 쏟아져 내리고 맹장까지 터지면서 음낭과 고환이 썩어 큰 위기를 맞았지만, 적절한 치료로 건강을 회복했다.   

이 환자는 10년 전 오른쪽 서혜부 탈장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수술에 대한 거부감으로 아무런 치료도 받지 않은 채 상태를 방치했다. 어느 날부터 환자의 오른쪽 사타구니와 음낭 부위가 크게 부풀어 오르고 검붉게 변하기 시작했다. 증상은 5일간 점점 더 심해졌다.

극심한 복통과 함께 변비·구토 증상이 나타났고, 음식을 삼킬 수 없게 됐다. 환자는 응급실로 실려갔다. 검사 결과 오른쪽 사타구니와 음낭 부위에 큰 덩어리(17×10cm 크기)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낭 피부는 짙은 자줏빛을 띠고 있었고 맨 아래쪽은 이미 까맣게 썩어 들어 죽는 괴사 상태였다.

연구팀은 응급 개복 수술을 했다. 그 결과 사뭇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했다. 십이지장과 공장이 만나는 부위(트라이츠 각)에서부터 음낭 안까지 370cm나 되는 소장과 맹장, 충수(막창자꼬리)가 쏟아져 들어가 있었다. 오랫동안 탈장 부위에 눌려 있던 맹장에는 직경 1cm의 구멍이 뚫려 복강과 음낭 안으로 대변 성분의 액체가 새나가고 있었다.

이로 인한 급성 세균 감염으로 생식기와 항문 사이인 회음부와 생식기 조직이 썩어 들어가는 치명적인 ‘다균성·괴사성 근막염’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른쪽 고환도 세균 감염과 혈류 차단으로 극심하게 손상돼 있었다.

연구팀은 감염원을 없애기 위해 맹장과 충수, 말단 소장 30cm를 절제하는 수술을 했다. 손상된 오른쪽 고환을 잘라내고, 썩은 음낭 조직을 긁어냈다. 복강과 음낭 내부를 멸균 식염수(5L 이상)로 씻은 뒤, 감염을 막기 위해 인공 성형막(메쉬) 대신 자가 조직을 연속 봉합해 탈장 부위를 막았다. 대변이 잘 빠져나가도록 배에 임시 인공항문을 만들어 붙였다.

환자는 입원 기간 동안 다섯 차례의 음낭 세척과 괴사 조직 제거술, 세심한 하이드로파이버 드레싱 처치 등을 받았다. 다행히 입원 33일 만에 건강하게 퇴원할 수 있었다. 퇴원 6개월 뒤에는 인공항문을 없애고 장 관을 다시 연결하는 복원 수술까지 성공적으로 마쳤다. 현재는 건강을 되찾아 외래 진료와 함께 추적 관찰을 받고 있다.

이 사례 연구 결과(Amyand's Hernia With Mixed Content, Cecal Perforation, and Fournier's Gangrene: A Case Report and Literature Review)는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실렸다.

탈장은 내장 등 장기가 본래 있어야 할 복강 내 공간을 벗어나 얇아진 복벽 틈을 타고 밖으로 밀려 나오는 병이다. 서혜부 탈장은 장이 사타구니 부위로 밀려 나오는 것으로 전체 탈장의 70~80%를 차지한다.

내장이 사타구니를 거쳐 음낭까지 흘러내리는 현상은 다음의 세 단계로 진행된다. 첫째, 배를 받쳐주는 근육과 단단한 막(복벽)에 틈이 생기면, 약해진 사타구니 부위로 장이 툭 튀어나오기 시작한다. 초기에는 눕거나 손으로 누르면 다시 배 안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둘째, 이를 치료하지 않고 오랫동안 내버려두면 배 내부의 압력으로 탈장 구멍이 점차 넓어진다. 장이 밀려 내려가는 사타구니 길(서혜관)도 따라서 확장된다. 셋째, 사타구니 아래쪽으로 연결된 음낭 내부 공간에까지 장이 계속 쏟아져 들어간다. 탄력성이 좋은 음낭 피부가 주머니처럼 끝없이 축 늘어나면서 작은 수박 한 덩이 크기로 부풀어 오르는 ‘서혜음낭 탈장’으로 악화한다.

이 환자처럼 길이 3.7m의 소장과 맹장이 음낭 속으로 밀려 내려가면 음낭을 포함한 전체 무게가 2~3kg 이상(최대 4kg 안팎)까지 늘어난다. 소장과 맹장 자체의 무게가 약 400~500g이고, 장 폐색으로 사흘 이상 갇힌 대변과 소화액이 약 1.5~2kg이며 여기에 염증으로 퉁퉁 부은 장벽과 고름 등 액체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이 정도의 엄청난 무게가 사타구니를 계속 짓누르고 극심한 통증과 패혈증을 일으키기 때문에, 환자는 혼자서 서거나 걸을 수조차 없게 된다.  

탈장 주머니 안에 충수가 들어있는 경우도 있다. 이는 전체 서혜부 탈장 환자의 1% 미만에서 나타난다. 충수나 맹장이 터지고 조직이 죽으면 사망률이 최대 20~30%나 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국내에서 서혜부 탈장 환자는 연간 약 5만 명 이상 발생한다. 환자의 대부분은 근력이 약해지는 60대 이상과 어린이다. 탈장을 단순한 불편함으로 여겨 방치해서는 안 된다.

서혜부 탈장의 가장 위험한 합병증은 튀어나온 장이 탈장 구멍에 꽉 끼어 들어가지 못하는 현상(감금)과, 피가 통하지 않아 장이 썩는 현상(교착)이다. 장이 죽는 괴사나 구멍이 뚫리는 천공이 발생하면 복막염·패혈증·괴저 등으로 생명을 위협받을 수 있다. 탈장은 약물이나 운동으로 해결할 수 없으며 수술이 유일한 치료법이다. 사타구니에 말랑한 덩어리가 만져진다면 즉시 외과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1. 서혜부 탈장은 약이나 운동으로 치료할 수 없나요?

A1. 탈장은 복벽이라는 물리적인 벽에 구멍이 생긴 병이기 때문에 약물 치료나 복근 운동으로는 구멍을 막을 수 없습니다. 강도 높은 운동을 하면 복압이 높아져 오히려 탈장이 더 많이 밀려 나올 수 있습니다. 외과적 수술로 탈장 구멍을 막아주는 것이 유일하고 확실한 치료법입니다.

Q2. 탈장 수복 수술 때 인공 성형망(메쉬)을 반드시 써야 하나요?

A2. 최근 대부분의 성인 탈장 수술은 재발률을 낮추고 통증을 줄이기 위해 인공 성형막을 사용하는 수술(무장력 수복술)로 진행합니다. 다만 이번 사례처럼 맹장이 터지거나 복강 내에 심한 세균 감염 및 염증이 있는 경우에는 인공 성형막 자체가 감염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자가 조직만으로 봉합하는 수술을 하기도 합니다.

Q3. 평소 서혜부 탈장을 예방하거나 이를 막을 수 있는 생활 습관은 없나요?

A3. 복부 내 압력이 급격히 올라가는 상황을 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만성 기침이 있다면 조기에 치료하고, 수분과 섬유질을 충분히 섭취해 변비를 예방해야 합니다. 또한 무거운 물건을 들 때는 허리만 굽히지 말고 무릎을 구부려 들어 올려야 합니다. 적정 체중을 유지해 복부 비만으로 인한 복압 상승을 막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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