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9시 이전에 자면 치매 위험?

중국인 1982명 대상 수면 시간과 치매의 상관성 조사

너무 일찍 잠들면 치매에 걸릴 수 있다는 연구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충분한 수면은 건강 유지의 방법이지만 너무 일찍 잠들면 치매에 걸릴 위험이 있을 수 있다.

‘미국 노인학회지’는 지난달 평균 나이 70세인 중국인 1982명을 대상으로 수면에 드는 시간, 수면 지속 시간과 치매와의 상관성을 연구한 논문을 게재했다. 연구 참여자는 처음에 치매 증상이 없었다. 평균 3.7년 뒤 이들 중 97명(5%)이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매뉴얼 제4판(DSM-IV) 기준에 따라 치매 진단을 받았다. 논문은 이들의 수면 패턴을 분석했다.

건강 의료 매체 ‘헬스라인’은 최근 이 연구를 소개하면서 “너무 오래 자거나 너무 일찍 자는 것과 치매 발병 위험 사이에 상관이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잠자리에 누워있는 시간(TIB, time in bed)이 8시간 이상인 사람들은 인지 장애 측정 검사 MMSE(Mini Mental State Examination)에서 인지 기능 저하를 보였다. 또 밤 9시 이전에 자는 사람들은 치매 위험이 25% 증가했다. 특히 60~74세 참여자가 가장 큰 영향을 받았고 남성들이 더 심했다.

이는 이전 연구와 모순된다. 멘로파크 정신의학과 수면 의학 및 ‘브레인푸드’ 설립자 알렉스 디미트리우(Alex Dimitriu) 박사는 “대부분 연구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치매에 걸릴 위험이 두 배 더 크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 연구에서 TIB가 8시간 이상일 때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수면 전문가이자 임상 심리학자인 마이클 브레우스(Michael Breus) 박사는 “나이가 들면 침대에 있는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나이가 들면 어릴 때처럼 비렘수면 깊은 수면 단계인 3-4단계에서 신체가 회복하지 못한다. 디미트리우 박사는 “수면의 질이 떨어졌기에 이를 보충하려고 더 많은 수면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컬럼비아대 외과대학 신경학 교수인 케이틀린 타이넌 도일(Caitlin Tynan Doyle) 박사는 “우울증은 수면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심장 질환약이나 당뇨약 들이 피곤하게 하고 수면량을 늘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밤 9시 이전 조기 취침에 대해 연구자들은 “손상된 일주기 리듬이 취침 시간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경과학자이자 정신과 의사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웨어러블 기기인 ‘아폴로 뉴로’의 공동 설립자 데이비드 라빈(David Rabin) 박사는 “뇌에서 수면을 관리하는 부분은 나이가 들면서 변해 일주기 리듬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는 “밤에 화장실을 더 자주 가는 등 다른 나이 관련 요인 역시 깊은 숙면을 방해하고, 누적된 수면 부족은 일주기를 조절하는 뇌 구조의 변화를 초래한다”고 덧붙였다. 디미트리우 박사는 “치매 초기 단계일 때는 낮에 뇌가 더 일찍 피로해져 더 일찍 자고 싶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TIB가 반드시 수면 시간을 뜻하지는 않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브레우스 박사는 “불면증이 있는 사람은 TIB가 길 수 있는데, 불면증 때문에 인지 저하가 올 수 있다”고 언급했다. 최근 캐나다의 한 연구는 불면증이 있는 사람들은 기억상실 위험이 크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인지 및 치매에서 중요하게 간주하는 수면의 질을 고려하지 않았다. 깊은 수면을 충분히 취하지 않으면 기억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어 수면의 질은 중요하다.

 

    김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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