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구계 최대 대회인 월드컵이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은퇴한 축구선수들의 뇌 건강에 변화가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머리로 공을 헤딩하는 동작이 잦은 축구 특성상 선수들은 반복적인 머리 충격에 노출된다. 이 때문에 의료계에선 축구선수들이 은퇴 후 뇌 손상이나 신경퇴행성 질환을 겪을 위험이 크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병원 연구팀이 아마추어 축구선수 302명을 분석한 결과, 헤딩을 한 선수들은 경기 직후 뇌 신경세포의 스트레스나 손상과 관련된 혈액 지표가 상승했다. 헤딩 횟수가 많고 충격이 클수록 변화가 컸지만, 관련 지표는 24~48시간 안에 원래 수준으로 돌아왔다. 장기적인 뇌 손상으로 이어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더해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연구팀은 은퇴한 프로축구선수들의 일부 뇌 부위에서 회백질 부피가 대조군보다 낮게 나타났다고 12일(현지시간) 밝혔다. 연구 결과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알츠하이머협회 국제콘퍼런스(AAIC 2026)에서 발표됐다.
뇌 회백질 적은 전 축구선수들…무슨 의미?
연구팀은 은퇴한 프로축구선수 142명과 반복적인 머리 충격 경험이 없는 동년배 56명을 비교했다. 선수 집단에는 최소 3년 이상 프로 계약을 맺고 경기에 뛴 남성 선수 126명과 영국 여자 프로리그 1·2부에서 활약한 여성 선수 16명이 포함됐다. 조사 대상자의 나이는 30~60세였다.
이 가운데 뇌 자기공명영상(MRI) 분석에는 선수 124명이 포함됐다. 분석 결과, 은퇴 선수 집단은 대조군보다 전두엽과 대상회, 시상 등 뇌의 여러 부위에서 회백질 부피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선수 124명 모두에게 뇌 위축이 확인됐다는 뜻은 아니다. 124명은 MRI 분석에 포함된 선수 숫자이다.
회백질은 신경세포체가 모여 있는 뇌 조직이다. 기억과 주의력, 판단, 의사결정, 감정 조절 등 여러 기능에 관여한다. 전두엽과 대상회, 시상은 기억과 주의력, 의사결정, 감정 조절 등에 관여하는 부위다.
연구팀은 이들 부위의 회백질 부피 차이가 반복적인 머리 충격과 관련됐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다만 이번 연구만으로 헤딩이 회백질 감소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우울·불안 증상 많았지만 인지검사는 차이 없어
정신건강 조사에서는 은퇴 선수의 31%가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우울 증상 범위에 해당했다. 대조군에서는 이 비율이 9%였다. 불안 증상도 은퇴 선수의 42%가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수준을 보인 데 비해 대조군은 25%였다.
은퇴 선수들은 계획을 세우거나 집중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일상 업무를 처리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고 더 많이 답했다. 그러나 객관적인 기억력과 사고력 검사에서는 선수 집단과 대조군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뇌 영상을 전문의가 개별적으로 검토한 결과, 전체 MRI 가운데 약 2%에서 신경퇴행을 의심할 만한 임상적으로 유의한 뇌 위축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 결과의 의미를 파악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토마스 D. 파커 박사는 "참가자들을 장기간 추적해 반복적인 머리 충격이 장기적인 뇌 건강과 신경퇴행성 질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결과는 학술지의 동료평가를 거친 논문이 아니라 학회에서 공개된 중간 분석이다. 연구진은 현재 결과만으로 헤딩이 뇌 위축이나 치매를 일으킨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