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4일 (화)

60대 엄마의 걱정… “40세 우리 딸, 지방에서 분만 가능할까?”

[김용의 헬스앤]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늦은 임신으로 고위험 산모들이 늘고 있지만, 분만 의사들이 줄고 있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딸이 곧 40세인데 첫 출산을 앞두고 있어요. 고령 산모라 걱정이 많아요”…

요즘 고위험 임신부가 늘고 있다. 40세 언저리에 첫 임신한 사람들이다. 한동안 난임으로 마음 고생하다 시험관 시술을 통해 힘겹게 임신에 성공한 사람도 있다. 무사히 아기가 태어날 때까지 몸 조리에 바짝 신경을 쓴다. 이를 지켜 보는 60대 엄마의 마음은 초조하다. 쌍둥이를 임신한 딸이 지방에서 살고 있어 분만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예정일이 다가오면 서울의 큰 병원 근처에서 거주할 생각도 한다.

동네 산부인과 "분만은 사절"... 왜?

요즘 산부인과 의원을 찾기 어렵다. 동네에 있더라도 분만은 사절이다. 임신부를 보는 곳도 '여성 건강' 등 다른 분야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분만 가능 병의원은 갈수록 줄고 있다. 한국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전국 산부인과 병의원 10곳 중 8~9곳은 분만 진료를 하지 않는다. 2025년 진료비 청구실적 기준, 분만 진료를 하는 전국의 병의원은 436곳에 불과하다. 2015년 대비 29.7% 감소했다. 특히 지방은 더욱 심각하다. 산부인과 병의원 1571곳 중 실제 분만 가능한 곳은 고작 260개이다.

분만 병원을 찾기 어렵다 보니 임신부와 보호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의존하거나 의료기관에 일일이 문의해야 하는 불편을 겪는다. "그 병원, 분만 가능해요" 질문부터 해야 한다. 40세 언저리의 쌍둥이 임신부라고 밝히면 이내 '거절' 통보가 온다. 고위험 임신부를 볼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것이다. 분만 의사도 부족하고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긴급 상황에 대처할 소아청소년과 의사 등 전문 의료진이 없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의료사고의 위험이 높으니 다른 병원으로 가라는 통보나 다름없다.

평생 고강도 스트레스 받는 분만 의사보다는..."마음 편하게 살고 싶어요"

분만 의사가 자꾸 사라지는 이유는 이제 많이 알려져 있다. 나도 이 칼럼을 통해 몇 번 지적했다. 산부인과 전문의 면허가 있어도 분만은 사절이다. 젊은 의사들이 산부인과 전문의를 기피하는 풍조는 오래됐다. 산부인과를 전공하더라도 평생 욕 먹고 스트레스 받는 분만 전문의보다는 마음 편하게 '여성 건강'만 진료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분만을 열심히 할수록 형사 처벌 위험이 높아지는데, 어떤 젊은 의사가 감옥 갈 위험을 무릅쓰고 이 길을 선택하겠습니까?"

최근 열린 대한산부인과학회 포럼에선 분만 의사들이 맞닥뜨린 가혹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줬다. 아기가 사망하면 분만 이전의 태아의 건강 상태를 살피지 않고 의료사고 수사부터 받아야 하는 현실이 참담하다고 했다. 당시 신생아를 살리기 위해 사력을 다했던 의사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사표를 냈다. 지방, 특히 호남 지역의 분만 및 신생아 의료 인프라가 한계점을 넘어 사실상 붕괴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현장 의료진들의 주장도 쏟아졌다.

20년 전부터 나온 위기론...평생 집에서 대기하는 의사의 현실은?

분만을 할수록 병원의 적자가 쌓이고 의료 사고 위험성 때문에 분만 의사가 떠난다는 얘기는 이미 20년 전부터 나왔다. 아기를 받는다는 사명감 하나로 혼자 분만실을 지키던 동네 병원들이 거의 무너졌다. 종합병원들조차 분만실 문을 닫고 있다. 분만 의사는 큰 종합병원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만성 적자 부서에다 의료사고 재판을 받는 의사들이 많아 병원장에겐 늘 고민거리다. 형식적으로 분만실을 운영할 뿐 의사들을 충원하지 않는다. 결국 몇 명 안 남은 의사는 집에서도 대기하다 응급 상황이면 달려가야 한다. 젊은 의사들이 이 장면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현재 50대, 60대 의사들이 힘들게 버티더라도 후배들이 충원되지 않으면 산과의 붕괴를 막을 수 없다. 경제적 보상도 중요하지만 현장 의사들을 존중하던 예전의 분위기가 사라져 너무 아쉽다. 의료사고 발생 시 과정을 세밀히 따지지 않고 범죄자 취급부터 받는다는 것이다. 분만 의사가 없어 구급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려 더 큰 병원에 가더라도 "고위험 산모는 받을 수 없다"는 답이 돌아온다. 임신부는 장기간 검진을 통해 축적된 데이터가 있어야 안전한 분만이 가능하다. 병이 있을지도 모르는 낯선 임신부를 덜컥 받았다가 의료사고가 나면 담당 의사가 덤터기를 쓸 수 있다.

분만실의 의사를 존중해야... "우리 아기가 안전하게 태어날 수 있다"

저출산 현상이 나아지고 있는데, 분만 의사가 자꾸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 앞의 60대 엄마처럼 속만 태워야 할까? 맞벌이가 대세가 되면서 고령의 고위험 산모가 갈수록 늘고 있다. 나이 들어 임신하니 여러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다. 아기를 받는다는 사명감 하나로 분만실을 지키는 의사들을 존중해야 한다. 정부, 지방자치단체가 힘을 모아 젊은 의사들이 분만 분야를 지망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아울러 우리 아기를 받는 의사들을 존중하는 태도도 중요하다. 분만실의 의사를 존중해야 우리 아기가 안전하게 태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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