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의 불볕 더위를 싫어하는 사람이 참 많다. 하지만 한국의 여름철은 비타민 D를 충분히 합성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계절이다. 한국은 위도 상 북위 33도에서 38도 사이에 있는 중위도 국가다. 계절에 따라 태양의 고도가 크게 변한다.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위도에서는 가을과 겨울에 태양 고도가 크게 낮아져 비타민 D 합성에 필요한 자외선 B(UVB)가 지표면에 거의 도달하지 않는다. 이에 비해 6월에서 8월 사이의 여름에는 태양이 가장 높이 떠오르며 대기 중 산란과 흡수로 손실되는 UVB의 비율이 크게 줄어든다. 이 때문에 햇빛을 짧게 쬐어도 비타민 D를 충분히 만들 수 있다.
국제 피부과학회에 의하면 여름철 정오 무렵에 팔과 다리를 드러내 놓고 10~15분 정도 햇빛을 받으면 하루 권장량을 훌쩍 넘는 1000~2000 IU의 비타민 D를 합성할 수 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 사이가 비타민 D 합성에 가장 효율적인 시간대다. 다만 여름철 정오 무렵에는 자외선 지수(UVI)가 매우 높아 피부 손상 위험이 커지므로, 얼굴과 팔·다리를 10~15분 정도만 노출해 햇빛을 받은 뒤에는 선크림을 바르는 것이 안전하다.
성인의 하루 비타민 D 필요량은 600 IU다. 같은 시간에 얼굴만 노출하면 합성량이 크게 줄어들지만 얼굴 외에 팔과 다리까지 노출하면 비타민 D의 합성 효율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여름철에는 강한 햇빛을 짧게 쬐어도 UVB가 충분히 제공되기 때문에, 일상적인 외출만으로도 비타민 D를 많이 확보할 수 있다.
반면 한국의 가을과 겨울에는 태양 고도가 낮아지고 UVB가 대기에서 대부분 소멸된다. 연세대 의대의 UVB 실측 연구에서도 11월부터 2월까지는 서울에서 비타민 D 합성이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수준’으로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계절적 한계 때문에 여름철에 충분한 비타민 D를 확보해 두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대한내분비학회와 한국영양학회가 발표한 연구 결과를 보면 여름철의 비타민 D 합성량이 가을과 겨울의 혈중 비타민 D 농도 유지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름철은 비타민 D를 자연적으로 얻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때다. 이 시기를 놓치면 나머지 계절에는 비타민 D를 섭취하기 위해 보충제나 음식 섭취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비타민 D 합성에 관한 한, 북위 30도 이상인 지역에서는 겨울철에 자연적인 혜택을 기대하기가 매우 어렵다. 미국 보스턴대 의대 마이클 홀릭 교수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북위 35도 이상에서는 겨울철에 피부에서 비타민 D 합성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 대부분의 국가와 캐나다, 북미 북부 지역, 도쿄와 베이징 등은 모두 이 범위에 속하며, 겨울철 햇빛만으로 비타민 D를 섭취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국 역시 이 범위에 포함되기 때문에, 여름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으면 기본적으로 비타민 D 부족을 피하기가 쉽지 않다.
최근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실린 이탈리아 우르비노대, 바스크지방대 공동 연구 결과(2026년 2월)를 보면 비타민 D 결핍을 막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야외에서 햇빛을 받으며 운동을 하는 것이다. 비타민 D 보충제를 섭취하면 혈중 농도는 올라가지만, 야외에서 운동하는 달리기 선수들은 보충제를 먹지 않아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햇빛 노출과 신체 활동 덕분이다. 보충제는 면역 기능에는 도움이 되지만, 운동 능력을 높여주는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비타민 D는 물에 녹지 않고 기름에 잘 녹는 지용성 비타민이다. 쓰고 남은 비타민 D는 소변으로 배출되지 않고 간과 온몸의 지방세포에 저장된다. 이후 햇빛이 부족해져 혈중 비타민 D 농도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지방 조직에 쌓여 있는 비타민 D가 혈액 속으로 서서히 방출되면서 급격한 결핍을 막아주는 완충 작용을 한다.
몸속에 저장된 비타민 D는 얼마나 오래 유지될까? 체내에서 물질이 소모돼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간을 반감기라고 한다. 핏속을 도는 비타민 D의 반감기는 2~3주 수준이지만, 간과 지방 조직에 비축된 비타민 D는 반감기가 1~2개월이며 안정적이다. 8월 말까지 몸속 지방 세포에 비타민 D를 가득 충전해 두면, 추가 공급이 없더라도 대략 5~6개월(이듬해 1~2월까지) 동안 몸속에서 조금씩 소모하며 충분히 버틸 수 있다. 모든 연령대의 혈중 비타민 D 농도는 여름철 합성을 통해 8~9월에 최고점을 찍은 뒤, 겨울철 내내 완만하게 떨어지다가 비축분이 완전히 고갈되는 이듬해 2~3월에 연중 최저점에 이른다.
[자주 묻는 질문]
Q1. 왜 한국에서는 가을과 겨울에 비타민 D 합성이 거의 일어나지 않나요?
A1. 한국은 북위 33~38도에 위치해 있습니다.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이 위도대에서는 가을부터 태양 고도가 급격히 낮아져 UVB가 지표면에 거의 도달하지 않습니다. 특히 11월부터 2월까지는 햇빛만으로 비타민 D를 합성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Q2. 제주도처럼 남쪽 지역은 겨울에도 비타민 D 합성이 가능한가요?
A2. 미국 보스턴대 의대 연구팀은 북위 35도 이상에서는 겨울철 비타민 D 합성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제주도에서도 겨울에는 비타민 D 합성이 거의 가능하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남쪽이지만 북위 33도여서, 겨울철 태양 고도가 충분히 높지 않기 때문입니다. 국내 실측 연구에서도 제주를 포함한 한국의 전 지역에서 겨울철 비타민 D 합성이 ‘의미 있는 수준’으로 거의 일어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Q3. 여름철에 비타민 D를 충분히 합성해 두면 어떤 이점이 있나요?
A3. 대한내분비학회와 한국영양학회에 의하면 여름철 비타민 D 합성량이 가을·겨울의 혈중 농도 유지에 결정적으로 중요합니다. 여름에는 팔과 다리를 노출하고 10~15분만 햇빛을 받아도 1000~2000 IU를 만들 수 있어, 하루 필요량을 쉽게 충족할 수 있습니다. 여름에 충분히 확보하지 않으면 나머지 계절에는 보충제나 식품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