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주간, 기분이 가라앉거나 우울하다고 느낀 적이 있습니까?”
국제적으로 널리 쓰이는 우울 선별 도구(PHQ 계열)에 포함된 핵심 질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도 노인 정신건강 평가에서 이를 활용하도록 권고한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이것을 ‘기본 체크리스트’에 그대로 넣었다. 프레일티 평가에 ‘우울감’이 필수라고 본 것이다.
일본은 우울 영역을 단 2문항으로 평가한다. “기분이 우울하다”, “전에 즐기던 일이 즐겁지 않다”. 이 2가지 중 하나라도 해당되면 ‘우울 프레일티(depression-related frailty)’ 위험군으로 분류했다.
우울 프레일티는 우울증과는 다르다. 단순한 기분 장애도 아니다. 우울감 때문에 활동량이 줄고, 식사를 거르고, 근육이 빠지고, 보행속도가 느려지는 악순환의 시작이다. 마음이 약해지면 몸도 함께 무너진다.
일본 고치현이 160명에 3개월 프로그램 돌려보니
일본 고치현 니요도가와초(仁淀川町)는 2022년부터 ‘프레일티 예방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기본 체크리스트에서 프레일티 위험군으로 분류된 92세부터 60대까지 160명이 참여했다.
프로그램은 주 2회, 3시간씩 3개월간. 함께 운동하고, 함께 식사하고, 함께 이야기하는 모임이었다. 특별한 치료는 없었다. 그저 사람들과 함께 움직였다.
3개월 후 결과는 놀라웠다. 160명 중 60%가 끝까지 참여했고, 보행 속도가 개선됐으며 전체 테스트 항목 능력이 향상됐다. 최고령 참가자는 97세였다. 그는 “혼자서는 1개월도 못 버텼을 것”이라 했다. 도쿄대 이이지마(飯島勝矢) 교수도 “함께 하는 ‘동료 효과’가 핵심”이라 했다.
반면,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은 고령자는 외출 빈도가 더욱 줄었다. 혼자 집에 갇히면 우울도 프레일티도 깊어진다. ‘함께’가 가장 강력한 예방이었다.
한국은 ‘우울증 약’ 먼저 준다
한국은 어떨까? 60, 70대가 “요즘 기분이 안 좋다”고 병원을 찾으면 대부분 항우울제를 처방받는다. 우울증 진단이 내려지고, 약물 치료가 시작된다.
하지만 ‘우울 프레일티’는 단순 우울증과 다르다. 약만으로는 부분적인 효과밖에 안 된다. 운동과 영양, 사회활동이 병행돼야 제대로 된 효과가 난다. 노인병 전문가들은 “우울과 신체 프레일티는 약간의 시차를 두고 함께 온다”고 했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아직은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가역적(可逆的, reversible)인 상태다. 경희대병원 원장원 교수팀도 한국노인노쇠코흐트(KFACS) 연구에서 노인 3000명을 분석한 결과, 프레일티 초기에서 적절히 개입하면 상당수가 정상으로 회복 가능하다는 점을 보였다.
‘나는 괜찮을까?’...당신도 30초면 알 수 있어요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지난 2주간, 기분이 가라앉거나 우울하다고 느낀 적이 있습니까?”
만약 ‘요즘 그렇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것이 바로 신호다. 일본 1200만 명이 이 질문으로 자신의 상태를 확인했다.
이제 당신 스스로에게 그 질문들을 던져보자. 우울감을 가늠할 2개를 확인해보는 것이다.

만약 그중 하나라도 ‘그렇다’고 한다면, 이제부터라도 우울 프레일티가 더 진행되지 않도록 '주의'하며 예방에 나서야 한다. 혼자 끙끙 앓지 말고, 사람을 만나야 한다. 함께가 치료다.
[Vital Again] pre-시리즈 ⑦에선 일본 ‘기본 체크리스트’의 일곱 번째 영역 ‘사회활동’을 다룬다. “혼자 밥 먹는 날이 며칠인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