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혈병 치료제의 효과가 시간이 지나면서 뚝 떨어지는 이유를 밝혀내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럿거스대 의대 연구팀은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 세포가 특정 단백질을 이용해 약물의 작용을 회피한다는 것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단백질을 억제하는 실험용 화합물을 쓰면 기존 약물의 치료 효과를 되살릴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백혈병 치료제인 ‘베네토클락스(Venetoclax)’가 처음에는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죽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의 환자에서 약효가 뚝 떨어지는 현상에 주목했다. 그 원인을 추적한 결과, 백혈병 세포가 세포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미토콘드리아의 구조를 바꾸는 방식으로 약물의 작용을 교묘히 피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속 에너지 공장’으로 통한다.
이 구조 변화는 미토콘드리아 내부의 주름을 더 조밀하게 함으로써 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분자의 방출을 가로막는다. 연구팀은 이 과정을 조절하는 단백질을 억제하는 실험용 약물을 개발해, 베네토클락스와 함께 투여했다. 그 결과, 인간 백혈병 세포를 이식한 생쥐 모델에서 생존 기간이 두 배 이상 늘어나는 효과를 보였다. 특히 기존 치료제에 잘 반응하지 않던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세포까지 치료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 억제제는 세포 사멸의 경로를 복원함은 물론 백혈병 세포를 특정 영양소에 의존하게 하고, 또 다른 형태의 세포 사멸에 취약하게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상적인 혈액 세포 생성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는 앞으로 진행될 임상시험의 안전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신호로 풀이된다.
이 연구 결과(Small-molecule OPA1 inhibitors reverse mitochondrial adaptations to overcome therapy resistance in acute myeloid leukemia)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실렸고 미국과학진흥회 포털 ‘유레카얼럿’이 소개했다.
이번 연구는 백혈병 치료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약물 저항성’의 원인을 세포 내부 구조의 변화에서 찾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백혈병은 성인에게 가장 흔한 급성 혈액암이다. 5년 생존율이 30%에 그친다. 베네토클락스는 이 병을 치료하는 대표적인 약물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의 환자에게서 효과가 떨어진다.
종전에는 약물 저항성을 유전자 돌연변이나 약물 대사 경로의 변화 때문으로 여겼지만, 이번 연구에선 세포가 스스로 구조를 바꿔 약물의 작용을 교묘하게 회피하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미꾸라지가 손아귀를 빠져나가듯, 백혈병 세포는 약물이 작동하는 경로를 차단해 살아남는 것으로 드러났다.
세포가 자신을 스스로 보호하는 방식은 매우 정교하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의 에너지를 생산하며, 동시에 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베네토클락스는 이 신호를 유도해 암세포를 죽이는 방식으로 작동하지만, 세포가 미토콘드리아의 구조를 바꾸면 이 신호가 차단된다. 연구팀은 이 구조 변화를 유도하는 단백질을 억제해, 세포 사멸이 다시 일어나도록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백혈병뿐 아니라 다른 암 치료에도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해당 단백질은 유방암·폐암 등에서도 과도하게 발현되며, 치료 저항성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 단백질을 겨냥한 치료법은 향후 다양한 암종에서 기존 치료제의 효과를 높이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연구팀이 이번에 사용한 억제제는 아직 실험용 화합물 단계다. 인체 적용을 위해서는 약물의 용해도와 전달 효율 등을 개선해주는 차세대 물질도 개발해야 한다. 연구팀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준비 중이다.
연구를 이끈 크리스티나 글리초우 박사는 “세포가 약물의 작용을 피하기 위해 구조를 바꾸는 방식은 매우 놀라운 전략”이라며 “이를 막는 새로운 치료법은 기존 약물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미꾸라지처럼 이리저리 잘 빠져나가던 백혈병 세포를 곧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주 묻는 질문]
Q1. 백혈병 치료제가 잘 듣다가 나중엔 왜 효과가 떨어지나요?
A1. 급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는 처음엔 암세포를 잘 죽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세포가 약물에 적응해 살아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백혈병 세포는 스스로 미토콘드리아 구조를 바꿔 약물이 작동하지 못하게 막는 정교한 방식으로 저항성을 갖게 됩니다. 이 때문에 치료 효과가 점점 떨어지죠.
Q2. 백혈병 환자의 치료 저항성, 즉 약을 투여해도 잘 낫지 않을 수 있는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없나요?
A2. 최근 미국 럿거스대 의대 연구팀은 그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실마리를 알아냈습니다. 백혈병 세포가 약물의 작용을 피하는 방식이 단순한 유전자 돌연변이 때문이 아니라, 세포 내부 구조를 바꾸는 정교한 전략이라는 점이 밝혀졌습니다. 연구팀은 이 구조 변화를 막는 실험용 약물을 개발했고, 기존 치료제와 함께 사용했을 때 효과가 되살아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사람에게 적용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Q3. 백혈병의 치료 저항성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미국 럿거스대 연구 결과는 백혈병 외 다른 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나요?
A3. 네, 그럴 수 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 주목한 단백질은 백혈병뿐 아니라 유방암, 폐암 등 여러 암에서도 과도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단백질은 암세포가 약물의 작용을 피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를 억제하는 방식은 각종 암에서 치료 저항성을 낮추는 데 활용될 수 있습니다.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향후 다른 암 치료에도 적용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연구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