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이 분노에 휩싸였다. 연이은 논란에 대중들은 화를 풀 방법을 찾아 헤맨다.
몇 달간 사회적으로 연이은 논란이 터졌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자사 이벤트를 진행하는 와중 사용한 ‘탱크데이’라는 문구가 5·18 민주화운동을 비하했다는 의혹을 받으며 불매운동을 당했다.
이어서 배재고가 지난달 29일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중 광주제일고를 향해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 등의 응원문구를 사용했다. 지역 비하와 민주화운동 폄훼 논란을 일으키며 국민과 광주제일고 등에 사과를 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졸전 끝에 조기 탈락이라는 성적을 거둔 홍명보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과 대한축구협회 역시 분노의 화살을 피하기는 어려웠다. 홍 전 감독 선임 과정에서의 불공정 논란, 의문스러운 선수 기용, 축협 내부의 구조적 불공정성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에는 걸그룹 리센느의 멤버 원이가 유튜브 콘텐츠에 출연해 사용한 사투리가 일베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거제 출신인 원이가 “무섭노”라는 발언을 한 것을 두고 ‘적절치 않은 어미 사용’이라며 일베(일간베스트) 등 극우 커뮤니티가 사용하는 혐오성 표현의 영향을 받았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이 사태에 경상도 토박이들이 “20년 전부터 사용한 용법”이라고 반박에 나서며 갈등은 지역 감정으로 번지기도 했다.
분노의 대한민국, 이러면 화가 풀릴까
일련의 사태에는 공통점이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유튜브 뉴스 댓글창,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사람들의 분노가 모였다는 점이다.
스타벅스코리아의 논란을 다룬 유튜브 영상 댓글창, 배재고 야구부 선수들의 SNS, 축협 홈페이지 등에는 어마어마한 수의 댓글이 이어졌다. 물론 이유 없는 분노는 아니다. 변화를 촉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분명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한 연구 결과들을 살펴보면 화를 마음껏 낸다고 해서 분노가 해소되지 않는다. 오히려 우울·불안 등 정신건강을 해치는 증상을 유발할 수 있고, 분노가 길어지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
“분노를 터뜨리는 것, 화를 다스리는 데 오히려 안 좋아”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연구팀은 2024년 3월 분노 해소와 관련된 연구 154편을 검토해 참가자 1만189명이 어떻게 화를 다스리는지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의 전략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눴다. 먼저 흥분 수준을 낮추는 활동에는 명상·요가·심호흡·천천히 숫자 세기·휴식 등이 포함됐다. 반대로 소리 지르기·달리기·발차기·샌드백 치기 등은 흥분을 높이는 활동으로 분류됐다.
그 결과 흥분을 낮추는 활동은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분노 조절 효과를 보였다. 특히 명상의 효과가 가장 컸다. 명상을 한 사람들의 평균 분노 수준은 대조군(흥분을 높이는 활동을 한 사람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낮았다. 명상 그룹의 평균치보다 낮은 분노 수준을 보인 대조군 참가자는 전체의 6%에 불과했다.
반대로 달리기나 소리 지르기는 분노 수준을 오히려 키우는 효과를 보였다. 속 시원하게 화를 내면 화가 풀린다는 ‘카타르시스 이론’이 전혀 적용되지 않은 셈이다.

온라인에서는 분노가 커지기 쉽다
미국 스탠퍼드대·MIT 공동 연구팀이 2024년 11월 발표한 연구 결과도 흥미롭다.
연구팀은 287명의 참가자에게 하루 20분씩 자유롭게 인터넷을 이용한 뒤 방문한 웹페이지 기록을 제출하도록 했다. 이후 해당 페이지의 모든 문장을 추출한 뒤, 데이터 분석을 통해 긍정·부정·분노·슬픔·공포·기쁨 등의 감정을 분류했다.
그 결과 부정적인 웹페이지를 많이 보는 사람일수록 우울과 불안, 사회적 위축을 많이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간 이 실험을 반복하자, 악순환이 나타났다. 기분이 나쁜 사람은 더 부정적인 정보를 찾으면서 전반적인 정신건강이 악화된 것이다. 연구팀이 총 4차례에 걸쳐 1145명을 대상으로 같은 실험을 반복했을 때도 결과는 비슷했다.
연구팀은 이같은 현상을 ‘반추(Rumination)’라는 개념을 통해 설명했다. 뇌는 현재 감정과 비슷한 정보를 우선적으로 찾으려는 경향이 있다. 기분이 안 좋은 사람은 자연스레 더 부정적인 뉴스에 눈이 간다. 특히 온라인에서는 이런 악순환이 더 빨라지게 된다.
수도권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코메디닷컴과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누리꾼들이 사용하는 단어 중 캔슬 캔슬 컬처(Cancel Culture)라는 개념이 있어요. 논란이 될 만한 발언을 한 유명인을 단체로 비난하는 문화죠. 요즘 말로는 ‘나락 보낸다’는 말로 의역할 수 있겠네요. 복잡한 사회 현상을 이분법적 구조로 단순화한 뒤 오락거리로 즐기는 것이예요. 이게 옳고 그른지를 떠나서, 이것이 과연 모두의 정신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 볼 시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