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4일 (화)

가슴 열지 않고 회복도 빠른 TAVI⋯“나이 따라 더 따져봐야 하는 것들”

[삼성창원병원 TAVI] ② 건보 기준도 완화…60대, 70대도 ‘5%만 본인 부담’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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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에서 피를 온몸으로 내보내는 대동맥의 길목을 지키는 판막 기능이 퇴화하면 작은 움직임에도 숨이 차고, 자주 어지럽다. 가슴에 통증도 느낀다. 판막이 덜 열리면서 혈액 흐름이 나빠진 탓이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진단을 받은 환자와 가족이라면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이 있다. “가슴을 열지 않고 치료할 수 있나요?”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심장에서 온몸으로 피가 나가는 대동맥의 길목에 해당하는 판막이 좁아져서 생기는 병이다. 방치하면 심부전이나 급사 위험이 갑자기 높아질 수 있다.

중증으로 진행하면 약으로는 판막을 다시 정상 상태로 되돌리기는 어렵다. 결국은 좁아진 판막을 바꿔줘야 한다.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가슴을 열고 병든 판막을 제거한 뒤 인공판막을 넣는 외과적 대동맥판막치환술이다. 다른 하나는 허벅지 대퇴동맥 등 혈관을 통해 인공판막을 넣는 TAVI(Transcatheter Aortic Valve Implantation), 즉 ‘경피적 대동맥판막치환술’이다.

수술 견디기 어려운 환자라면 TAVI 먼저 떠오른다

TAVI는 가슴을 열지 않는다. 전신마취 부담도 상대적으로 적고, 회복도 빠른 편이다. 그래서 80세 이상 초고령 환자, 가슴을 여는 수술을 받기엔 위험이 너무 큰 환자들에 중요한 선택지가 됐다

심장 기능이 많이 떨어져 있거나, 폐·콩팥 기능이 좋지 않은 환자가 여기에 해당한다. 뇌경색, 심근경색, 천식, 만성폐질환, 투석, 심한 비만처럼 여러 동반 질환이 있으면 수술과 전신마취 자체가 큰 부담이다.

성균관대 삼성창원병원 심장혈관센터 박용환 센터장은 “가장 먼저 보는 것은 수술을 받기 힘든 환자인지 여부”라며 “나이가 많고 동반 질환이 많은 환자라면 외과적 수술이 어려운 만큼 TAVI를 더 적극적으로 검토하게 된다”고 했다.

심장에서 나오는 대동맥의 판막이 좁아진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는 판막 길을 넓혀줘야 한다. 수술로도 할 수 있지만, 카테터를 이용해 인공판막을 넣어주는 타비(TAVI) 시술도 주요 선택지다. 사진=삼성창원병원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는 대개 고령이다. 숨이 차고 기력이 떨어져도 “나이 들어 그런가 보다” 하며 지내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폐에 물이 차거나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가 돼서야 병원을 찾는다.

이런 환자에게 TAVI는 치료 부담을 낮추는 통로가 된다. 가슴을 열지 않고 혈관을 통해 인공판막을 넣기 때문에, 수술이 어려웠던 환자에게도 치료 가능성이 생긴다.

7월 6일 건강보험 기준 완화⋯80대 미만도 95% 급여 가능

최근 건강보험 급여 기준 변화는 특히 60, 70대 환자에게 중요하다. 예전에는 80세 미만 환자가 TAVI를 받으려면 수술 고위험군으로 인정받아야 하는 등 문턱이 높았다. 기준에 걸리지 않으면 본인부담률이 50% 또는 80%까지 올라갔다. 의학적으로는 TAVI가 도움이 될 수 있어도 비용 때문에 망설이는 경우가 많았던 것은 그런 때문.

올해 7월 6일부터 기준이 바뀌었다. 심장통합진료팀이 TAVI 필요성에 동의하면 80세 미만도 본인부담 5%로 치료받을 수 있는 기회가 커졌다.

박 센터장은 “70대라도 다학제 진료에서 TAVI가 좋겠다고 결론이 나면 5% 적용을 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기준이 바뀐 것”이라며 “비용 때문에 치료를 못 받던 환자들에게 희소식”이라 했다.

다만 이것이 “누구나 TAVI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심장통합진료팀의 판단이 더 중요해졌다는 의미에 가깝다. 수술을 견딜 수 있는지, TAVI가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나중에 다시 치료해야 할 때 어떤 선택지가 남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젊을수록 ‘판막 수명’, 재치료 가능성까지 봐야

그렇다고 모든 환자에게 TAVI가 정답인 것은 아니다. 박 센터장(순환기내과)도 “TAVI는 좋은 치료법이지만, 모든 환자에게 최선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했다.

먼저 봐야 할 것은 환자의 나이, 동반 질환, 수술위험도, 판막 구조, 혈관 상태,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시간이다. 그래서 비교적 젊고 수술 위험이 낮은, 즉 개흉 수술을 받을 수 있는 환자라면 판단은 달라진다. 이런 환자에겐 TAVI보다 수술이 더 나을 수 있다.

이유는 판막의 내구성(耐久性) 때문이다. 인공판막도 영구적으로 쓰는 물건은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기능이 떨어질 수 있고, 그러면 한번 더 치환술을 받아야 할 수 있다.

박 센터장은 “80세 환자와 60세 환자는 치료 목표가 다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80세 환자에게는 지금 안전하게 치료받고 빠르게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60대 환자는 10년, 20년 뒤를 함께 봐야 한다.

그는 이를 결혼에 비유했다. “처음에 좋아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결혼을 바로) 결정할 수 없지 않습니까? 20년, 30년을 같이 살아갈 수 있을지도 봐야 한다”는 것이다.

TAVI도 마찬가지다. 지금 당장 덜 힘든 치료를 선택하고 싶겠지만, 앞으로 다시 치료가 필요할 때 어떤 길이 남는지 함께 봐야 한다.

물론 TAVI 판막의 장기 데이터는 계속 쌓이고 있다. 해외에서는 적용 연령이 낮아지는 흐름도 있다. 그래도 젊은 환자에서는 첫 치료를 어떻게 할지 더 신중해야 한다. 수술을 먼저 하고 나중에 필요하면 TAVI를 할지, TAVI를 먼저 할지 등등. 처음부터 재치료 가능성까지 놓고 판단해야 한다.

그래서 “고령이면 TAVI, 젊으면 수술”이라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부족하다. 나이는 중요한 기준이지만, 유일한 기준은 아니다.

혈관 길 좁거나 판막 구조 불리하면 기준 달라진다

또 한 가지 중요한 판단 기준이 있다. TAVI는 혈관을 통해 심장 앞에까지 인공판막을 보내야 한다. 그래서 판막 자체만 봐서는 안 된다. 그 판막까지 가는 길도 봐야 한다.

TAVI CT를 찍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허벅지 쪽 대퇴동맥이 충분히 넓은지, 혈관벽에 석회가 심한지, 혈관이 많이 구불구불한지 확인해야 한다. 관상동맥 입구가 낮거나, 판막 주변 석회화가 심하거나, 대동맥 구조가 불리한 경우도 있다.

이런 변수는 치료법 선택을 바꾼다. 환자는 “시술이 간단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의료진은 판막 모양과 혈관 길, 관상동맥 위치, 동반 심장질환까지 함께 본다.

특히 관상동맥질환, 대동맥질환, 다른 판막병이 함께 있으면 수술이 더 유리할 수 있다. 수술은 대동맥판막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경우 다른 심장·혈관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TAVI가 좋은 치료인 이유와 조심해야 할 이유가 모두 여기에 있다. 덜 침습적인 치료이지만, 아무에게나 간단히 적용할 치료는 아니다.

TAVI 시술 가능한 병원의 특별 기준은?

TAVI는 병원이 원한다고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치료도 아니다. 보건복지부. 심평원 기준으로 TAVI 실시기관은 심장수술이 가능한 시설, 체외순환장비 또는 에크모(ECMO), 순환기내과·심장혈관흉부외과 전문 인력, 그리고 일정 수준 이상의 심장수술과 심혈관 시술 경험을 갖춰야 한다.

삼성창원병원(병원장 오주현)도 이런 보건복지부 ‘승인’ 기준을 충족해 TAVI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에드워즈(Edwards Lifesciences)나 메드트로닉(Medtronic) 같은 글로벌 인공판막 공급회사들로부터도 ‘독립 시술’ 자격을 인정받았다. 어떤 의미로는 “TAVI를 하는 병원이라면 최소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관문”(박용환 심장혈관센터장)이다.

그러나 환자와 보호자 입장에서는 그 기본 관문이 중요하다. 가슴을 열지 않는다고 해서 TAVI가 단순한 처치일 수는 없다. 정해진 기준과 팀 체계를 갖춘 병원에서만 이뤄져야 하는 고난도 치료이기 때문.

삼성창원병원이 TAVI를 시작한 것은 2023년이다. 하지만 갑자기 그런 것은 아니다. 박 센터장은 2014년 미국 시카고대병원 대동맥센터 연수 때 이미 TAVI를 접했다.

다만 당시 국내에서는 비용 부담이 컸고, 지역 환자가 수천만 원을 감수하며 선택하기에는 문턱이 높았다. 그는 “당시에도 환자는 계속 있었고, 이들에 TAVI라는 옵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었다”고 했다.

치료법 이름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남은 인생 전체’다

TAVI와 수술은 경쟁 관계만은 아니다. 둘 다 좁아진 대동맥판막을 해결하기 위한 치료다. 차이는 접근 방식과 환자에게 맞는 조건이다.

박 센터장은 치료법을 고를 때 “환자의 남은 인생 전체를 봐야 한다”고 했다. 지금 당장 덜 힘든 치료인지, 장기적으로 더 오래 안정적인 치료인지, 앞으로 다시 치료가 필요할 가능성은 어떤지 함께 봐야 한다는 뜻이다.

결국 질문은 단순하다. “가슴을 열지 않느냐, 여느냐”가 아니다. “이 환자에게 지금 가장 안전하고 오래 도움이 되는 길은 무엇인가”다.

[FAQ] 환자가 많이 묻는 질문들

고령이면 무조건 TAVI가 더 좋은가요?
고령 환자에게 TAVI가 유리한 경우가 많지만, 무조건은 아니다. 판막 구조, 혈관 상태, 동반 질환, 수술위험도까지 함께 봐야 한다.

60대, 70대도 TAVI를 5% 본인부담으로 받을 수 있나요?
가능성이 커졌다. 병원 심장통합진료팀이 TAVI 필요성에 동의하면 80세 미만도 본인부담 5%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최근 규정이 바뀌었다. 다만 모든 80세 미만 환자에게 자동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환자 상태와 급여 기준 적용 여부를 면밀히 확인해야 한다.

젊은 환자는 왜 수술을 먼저 검토하나요?
앞으로 살아갈 시간이 길기 때문이다. 인공판막은 시간이 지나면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젊은 환자는 10년, 20년 뒤 재치료 가능성까지 고려해 첫 치료법을 정해야 한다.

개흉 수술을 받은 뒤 나중에 다시 문제가 생긴다면?
가능한 경우가 있다. 수술로 넣은 조직판막이 오래돼 기능이 떨어졌을 때 그 안에 TAVI 판막을 넣는 ‘판막 내 판막’ 치료가 시행되기도 한다. 다만 모든 환자에게 가능한 것은 아니며, 처음 판막을 넣을 때부터 향후 재치료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한다.

도움말=삼성창원병원 심장혈관센터 박용환 교수(순환기내과). 동국대 의대를 나와 동아대에서 의학박사를 받았다. 삼성창원병원을 거쳐 삼성서울병원에서 수련을 받고 순환기내과 임상강사를 지냈다. 중재시술 인증의 자격을 갖추고 있다. 현재 성균관대 의대 내과학교실 교수, 삼성창원병원 내과 주임과장, 심장혈관센터장, 진료협력센터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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