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멈춘 사망자 간 이식 국내 첫 성공
서울대 서경석 교수팀…환자들에게 숨통
심장이 멈춘 사망자의 간 이식이 국내 최초로 성공, 간을 이식받아야 하는 환자들이
장기 부족으로 애간장을 태우는 현실에 다소나마 숨통이 트이게 됐다.
서울대병원은 18일 외과 서경석 교수(사진)가 이끄는 간이식팀이 최근 심장사(心臟死,
통상의 사망)한 사람의 간을 떼어내 이식하는 수술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 간 이식팀은 지난 7월 22일 심장이 멈춘 40대 여성의 간을 떼어내
간경변증으로 사경을 헤매던 홍 모 환자(여, 56)에게 이식했다. 이후 환자는 특별한
합병증 없이 순조롭게 회복돼 이달 16일 퇴원했다.
간 공여자는 7월 16일 뇌출혈로 응급수술을 받았으나 뇌사로 진행돼 21일 서울대병원
중환자실로 이송됐다. 이후 혈압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심장 박동이 느려져 약물치료,
전기충격, 심폐소생술 등의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같은 날 오후 10시경 심장이 멈춰
사망했다. 이식팀은 사망자의 보호자에게 장기기증 동의를 받고 이튿날 오전 1~8시
수술을 진행했다.
홍씨는 아들의 간 일부를 이식 받기 위해 검사를 받았지만 부적합 판정을 받아
1주일 이내에 숨질 것으로 추정된 위급상황이었다.
간 이식수술은 혈액을 지속적으로 공급하지 않으면 실패하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심장이 박동하고 있는 뇌사자의 간을 이식하거나(뇌사자 간이식) 건강한 사람의 간
일부를 떼어내 이식하는 경우(생체 간이식)만 가능했다.
따라서 이번 수술 성공은 의학적으로 큰 의미를 가지며 특히 장기의 부족으로
인해 이식 차례가 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리는 환자들로서는 이식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서경석 교수는 “장기 기증자가 이식 대기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서 모자라는
장기를 대체할 수 있는 방안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도 심장이 멈추면 혈액순환 정지로 인한 산소공급 중단으로 장기가
손상되고 담도협착을 비롯한 합병증 우려는 있지만 이번 사례와 같이 생명이 경각에
달린 환자에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대병원은 1988년 국내 첫 간 이식에 성공했고 1998년 1명의 뇌사자에게서
떼어낸 간을 2명의 환자에게 이식하는 분할 간 이식, 2001년 환자 간의 일부만 절제하고
그 자리에 타인의 간 일부를 붙이는 새로운 간 이식에 성공했으며 6월에는 생후 60일된
영아에게 아버지의 간 일부를 이식하는 최연소 간 이식에 성공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