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경쟁 공식이 바뀌고 있다. 시장 규모가 작아 개발 우선순위에서 밀렸던 의약품이 바이오시밀러 개발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필요한 임상시험이 간소화되면서 개발 비용과 기간을 줄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형 제품 선점에 집중됐던 기존 경쟁이 중소형 품목까지 아우르는 다품종 경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10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산도즈는 투자자와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열린 ‘캐피탈 마켓 데이’에서 바이오시밀러 분야의 ‘황금기(golden decade)’를 맞아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Bio100’ 비전을 발표했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향후 10년 내 6000억달러(약 800조원)를 훨씬 넘는 의약품이 독점권 상실(LoE)을 맞을 전망이다. LoE는 특허나 규제상 독점권이 종료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가운데 제네릭 시장 기회는 3400억달러(약 454조원), 바이오시밀러 시장 기회는 3220억달러(약 43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산도즈는 현재 판매 중인 13개의 바이오시밀러를 2040년 100개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현재 개발중인 바이오시밀러 후보는 39개에 이른다.
산도즈가 노리는 시장은 기존 블록버스터에 국한되지 않는다. 회사는 향후 수년간 60개가 넘는 바이오의약품이 독점권을 상실하지만 이 가운데 많은 품목은 아직 후기 임상단계의 바이오시밀러가 없다며, 이를 ‘바이오시밀러 공백(biosimilar void)’으로 보고 있다. 규제 간소화로 개발비 부담이 낮아지면 과거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려웠던 상대적으로 작은 품목도 개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산도즈는 ‘바이오시밀러 공백’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품목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바이오시밀러 규제 간소화 정책이 있다. FDA는 지난해 비교분석자료와 사람 대상 약동학(PK) 유사성 시험, 면역원성 평가 등을 통해 바이오시밀러의 유사성을 충분히 입증할 수 있는 경우 환자 대상 비교효능시험(CES)을 생략할 수 있도록 하는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제시했다. FDA에 따르면 CES에는 평균 약 2400만달러가 들고 1~3년이 소요된다.
개발비가 낮아지면 바이오시밀러 사업의 손익분기점도 내려간다. 과거에는 높은 개발비 때문에 시장 규모가 큰 블록버스터에 개발이 집중됐지만, 규제 간소화로 상대적으로 작은 시장에서도 사업성을 확보할 여지가 커진 것이다.
레베카 건턴 산도즈 최고상업책임자(CCO)는 “현재는 독점권 상실(LoE) 시점 매출이 5억달러(약 6700억원)를 넘는 제품을 검토하고 있다”며 “규제 간소화가 그 기준을 이 수준까지 낮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처드 세이너 산도즈 CEO도 “5억~10억달러 규모의 제품에 경쟁사가 1~2곳 정도들어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시장 규모가 작더라도 경쟁자가 적으면 수익성 측면에서 매력적인 제품이 될 수 있다.
이 같은 변화는 한국 바이오시밀러 기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셀트리온은 현재 판매 중인 바이오시밀러 11개를 2030년 18개, 2038년 41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지난 3월 글로벌 규제 간소화와 관련해 “과거 높은 임상 비용 때문에 개발이 힘들었던 중소형 시장용 제품도 파이프라인에 추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산도즈의 ‘100개 바이오시밀러’ 전략은 바이오시밀러 산업의 경쟁 공식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는 얼마나 큰 오리지널을 복제하느냐뿐 아니라 수많은 독점권 상실 품목 가운데 경쟁이 적고 수익성이 높은 제품을 얼마나 많이 선별해 개발·공급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경쟁력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