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의 혈압이 높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영국의 대규모 연구에서 고혈압 기준에 해당하는 사람 10명 중 6명 가까이가 진단받은 적 없이 지내고 있었다. 혈압약을 먹는 사람도 절반은 혈압이 충분히 낮아지지 않았다.
영국 옥스퍼드대 인구보건학부 의학통계학자 원위 류 연구원팀은 잉글랜드 성인 약 140만 명의 혈압과 고혈압 진단·치료 현황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BMJ 공중보건(BMJ Public Health)》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2022~2025년 영국의 대규모 건강 연구 프로그램 ‘아워 퓨처 헬스(Our Future Health)’에 등록한 참가자들의 진료소 혈압 측정값을 살폈다.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따라 수축기 혈압이 140mm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90mmHg 이상인 사람, 또는 혈압강하제를 복용하는 사람을 고혈압으로 분류했다. 여기에 건강 생활습관 설문 자료를 대조해 기존 진단 여부와 약물치료 여부, 혈압 조절 상태를 확인했다.
분석 결과, 전체 참가자의 37%가 고혈압 기준에 해당했다. 연령별 비율은 18~39세에서 15%, 80세 이상에서 71%로 나이가 많을수록 높았다. 연령 차이를 보정한 유병률은 남성 42%, 여성 29%로 남성이 여성보다 약 50% 높았다.
고혈압으로 분류된 참가자의 59%는 진단받은 적이 없고 혈압약도 복용하지 않았다. 이미 치료받는 사람들의 혈압 관리에도 빈틈이 있었다. 혈압약을 한 가지 이상 복용하는 참가자 중 50%는 측정 당시에도 혈압이 고혈압 기준 이상이었다.
연구진은 잉글랜드의 고혈압 인지율과 치료율, 조절률이 최근 수십 년 동안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진단 확정을 위해 여러 차례 혈압을 측정하고 일부에서는 약물치료에 앞서 생활습관 개선을 권고하는 현행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 지침이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류 연구원은 “이 문제는 특정 집단에 국한되지 않고 우리가 살펴본 거의 모든 인구집단에서 상당한 수준으로 나타났다”며 “현재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건강검진 대상이 아닌 젊은 성인에서도 15% 이상이 고혈압이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은 사람을 치료하는 동시에 전체 인구를 대상으로 고혈압 예방과 조기 발견을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동저자인 이언 턴불 옥스퍼드대 인구보건학부 임상연구원 겸 아워 퓨처 헬스 부최고의료책임자는 혈압 수치와 함께 예측된 심혈관질환 위험을 고려해 치료 시작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연구가 한 차례 방문에서 측정한 혈압을 사용했다는 점도 짚었다. 실제 진료에서는 여러 시점에 혈압을 측정해 진단하므로, 연구에서 기준을 넘은 모든 참가자가 임상적으로 고혈압을 확진받는다고 볼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국내에서도 고혈압 기준에 해당하지만 진단받지 않은 사람이 적지 않았다. 대한고혈압학회의 ‘고혈압 팩트시트 2025’에 따르면, 2023년 국내 20세 이상 고혈압 유병자의 인지율은 78.6%였다. 연구진은 수축기 혈압이 140mm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90mmHg 이상인 사람, 또는 혈압 조절을 위해 약을 복용하는 사람을 고혈압 유병자로 분류했다. 이 가운데 의사에게 고혈압 진단을 받았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을 ‘인지율’로 계산했다. 나머지 21.4%는 조사상 고혈압 기준에 해당하면서도 의사에게 진단받은 적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