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부터 1년에 외래진료를 300회 넘게 받으면 301회째 진료부터 본인부담률이 90%로 높아진다.
현재 365회인 기준을 300회로 65회 낮춘다. 다만 아동과 임산부, 중증·희귀질환자처럼 잦은 진료가 불가피한 환자는 지금처럼 적용 대상에서 빠진다.
올해 12월 24일부터는 의료진이 환자의 CT·MRI 이용내역을 진료 중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가동한다.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의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이 8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개정 시행령은 관보 게재를 거쳐 공포된다.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과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령도 함께 공포된다.
365회까지였던 기준 300회로⋯301회째부터 90% 부담
내년 1월 1일부터 한 해 외래진료가 300회를 넘으면 301회째부터 본인부담률 90%를 적용한다. 연간 300회는 일주일에 평균 약 6차례 의료기관을 찾는 수준이다.
현재는 연간 외래진료 365회까지 일반적인 본인부담률을 적용하고, 이를 넘긴 진료부터 환자가 요양급여비용의 90%를 부담한다. 내년부터 본인부담률이 올라가지 않고 진료받을 수 있는 최대 횟수가 365회에서 300회로 줄어드는 셈이다.
건강보험 적용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300회를 넘긴 뒤에는 환자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다만 치료 때문에 병원을 자주 찾아야 하는 환자는 예외다. 아동과 임산부를 비롯해 산정특례 대상 가운데 중증장애인, 중증·희귀·중증난치질환으로 해당 질환을 치료받는 환자 등은 대상에서 제외한다.
이 기준에 들지 않더라도 잦은 외래진료가 의학적으로 필요하다면 국민건강보험공단 과다의료이용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2026년 6월 30일 지급 기준으로 지난해 외래진료를 받은 약 4840만명 가운데 300회를 넘긴 사람은 7765명이었다. 이들은 한 사람당 평균 344.7회 외래진료를 받았다. 1년에 1775차례 병원을 찾은 사례도 있었다.
한국의 외래진료 이용 횟수는 다른 나라보다 많은 편이다. 2024년 국민 1인당 연간 외래진료 횟수는 17.9회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6.6회의 약 2.7배였다.
다른 병원서 찍은 CT·MRI, 진료할 때 확인
환자가 다른 의료기관에서 받은 검사·진료 내역을 의료진이 진료 중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도 생긴다.
지금은 환자가 여러 의료기관을 다녀도 한 병원에서 다른 병원의 진료내역을 바로 확인하기 어렵다. 이미 받은 검사나 비슷한 치료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복지부는 이를 줄이기 위해 ‘요양급여내역 확인시스템’을 구축한다. 의료기관이 건강보험 진료를 할 때 환자의 기존 급여 이용내역을 확인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다.
구축과 운영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맡는다. 어떤 항목을 어떤 방식으로 확인할지는 심평원에 설치되는 적정의료이용심의위원회가 심의해 정한다.
첫 대상은 컴퓨터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영상(MRI)이다. 관련 법이 시행되는 2026년 12월 24일부터 먼저 적용하고, 이후 다른 항목으로 넓혀갈 예정이다.
의료기관 전자의무기록(EMR)과도 연계한다. 의료진이 진료나 처방 과정에서 필요한 이용내역을 바로 확인해 같은 검사나 비슷한 진료가 반복되는 일을 줄이려는 취지다.

건보료 추가분 1만80원 이상이면 최대 12번 나눠 납부
직장가입자가 연말정산 등으로 건강보험료를 더 내게 됐을 때 분할납부를 신청할 수 있는 기준도 낮아진다.
현재는 추가로 내야 할 보험료 가운데 가입자 본인 부담액이 자신의 한 달치 보수월액보험료 본인 부담분 이상이어야 최대 12회로 나눠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매달 본인이 내는 건강보험료가 15만원인 직장가입자에게 정산 결과 14만원이 추가로 부과됐다고 하자. 지금은 14만원이 월 보험료 15만원보다 적어 분할납부를 신청할 수 없다.
10월 1일부터는 개인별 월 보험료가 아니라 전체 직장가입자에게 적용되는 보수월액보험료 하한액을 기준으로 삼는다. 올해 가입자 본인 부담분 기준으로는 1만80원이다.
앞선 사례의 14만원도 앞으로는 최대 12차례로 나눠 낼 수 있다. 같은 금액을 추가로 내더라도 월 보험료가 얼마냐에 따라 분할납부 가능 여부가 달라지던 문제가 줄어든다.
다만 10월 1일 전에 건보공단이 이미 보험료를 다시 산정한 건에는 종전 기준을 적용한다.
회사 건보료 신고기한 3월 10일→31일
사업장이 건강보험료 연말정산에 필요한 보수총액 등을 건보공단에 알리는 기한도 매년 3월 10일에서 3월 31일로 늦춘다.
건보공단은 2025년부터 국세청 근로소득 간이지급명세서를 직장가입자 보험료 연말정산에 활용하고 있다.
2025년 정산 대상자 1656만명 가운데 약 630만명은 국세청 자료를 연계해 정산했다. 나머지 약 1026만명은 사업장이 직접 자료를 냈다.
그런데 사업장이 직접 신고한 1026만명 가운데 713만명은 국세청 자료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신고기한이 3월 10일로 이르다 보니 사업장이 국세청 자료를 기다리지 못하고 따로 보수총액을 신고한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 복지부 설명이다.
신고기한이 3월 31일까지 늘어나면 국세청 자료를 먼저 반영한 뒤 사업장이 필요한 내용만 확인하고 보완할 수 있다. 4월 보험료 정산 일정은 그대로 유지된다.
의료기술 달라지면 급여·비급여 다시 판단
건강보험 급여·비급여 관리 기준도 손본다.
이미 급여나 비급여로 정해진 의료행위와 치료재료라도 이후 안전성·유효성이나 경제성, 급여 적정성이 달라지면 다시 판단할 수 있도록 근거를 분명히 했다. 재분류가 필요하거나 경제성·급여 적정성이 달라진 경우가 대상이다.
신의료기술 재평가에서 안전성 우려가 확인되거나 임상적 유효성 평가가 바뀐 경우에도 복지부 장관이 급여 여부 등을 다시 조정할 수 있다.
품목허가나 신고를 받은 의약품 가운데 건강보험 급여 대상으로 결정되지 않은 약은 비급여라는 점도 법령에 명시한다. 기존 급여 의약품을 새로 비급여로 돌리거나 급여범위를 줄이려는 조치는 아니다. 비급여 진료비용을 보고하고 공개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법령 해석의 혼선을 줄이려는 정비다.
유주헌 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은 “의학적으로 필요한 진료는 충분히 보장하면서 반복·과다 의료이용에 따른 환자 안전 위험은 줄이고, 국민이 보다 적정하게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