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음파 검사대 위. 화면을 보던 의사가 "여기 혹이 하나 보이네요"라고 말한다. 그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혹시 암은 아닐까, 조직검사를 해야 하나, 차라리 빨리 떼어내는 게 속 편하지 않을까?
그런데 혹이 보였다고 모두 검사하고 떼어내는 건 아니다. 한국유방암학회와 대한유방갑상선외과의사회도 최근 '진료권고안'에서 "조직검사에서 양성으로 확인되고 영상과 병리 결과가 일치하는 병변은 추적 관찰이 원칙"이라고 명시했다.
악성 가능성 2% 미만이면 '6개월 뒤 다시'
혹이 보였다고 곧바로 조직검사로 넘어가지도 않는다. 그 전에 초음파로 혹의 모양과 경계, 방향, 내부 구조를 살펴 악성 가능성부터 따진다.
동래봉생병원 외과 김병형 과장은 "전형적인 단순 낭종이나 섬유선종처럼 명백한 양성으로 보이는 혹은 먼저 지켜본다"고 전했다. 이어 "타원형에 경계가 매끈하고 피부와 평행하게 놓인 고형 종괴나 일부 복잡 낭종은 악성 가능성이 2% 미만이라, 6개월 뒤 초음파로 다시 확인한다"고 밝혔다.

조직검사로 넘어가는 건 의심 신호가 보일 때다. 김 과장은 "혹의 모양과 방향, 경계, 구조 왜곡, 미세석회화 등을 종합해 악성이 의심되면 조직검사를 한다"며 "혹이 빠르게 자라거나, 유두에서 피 섞인 분비물이 나오거나, 피부가 안으로 당겨 들어간 경우에도 조직검사를 시행한다"고 설명했다.
추적관찰 기간에 환자 스스로 살펴야 할 변화도 있다. 혹이 커지거나 단단해질 때, 유두나 피부 모양이 달라질 때, 평소와 다른 분비물이 나올 때, 겨드랑이에 새 멍울이 잡힐 때다. 이런 변화가 보이면 다시 진료를 받는 게 좋다.
양성이라도 ‘떼는’ 경우는 따로 있다
조직검사에서 양성이 나오고 영상 소견과도 맞는다면 대부분은 떼지 않고 지켜본다.
반면, 제거를 고려하는 건 몇 가지 경우다. 통증이나 불편감이 있을 때, 만져지는 혹 때문에 일상이 신경 쓰일 때, 미용상 문제가 될 때, 크기가 눈에 띄게 커질 때다.
의료진에게 충분한 설명을 들은 뒤에도 환자가 제거를 강하게 원한다면 그것도 선택지가 된다. 이때, 진짜 따져야 할 건 혹이 있느냐보다 어떤 혹이냐다.
맘모톰, 문제는 '순서'
흔히 '맘모톰'으로 불리는 진공보조절제술(Vacuum-Assisted Excision, VAE)은 초음파로 병변 위치를 보면서 굵은 바늘과 진공장치로 혹을 떼어내는 최소침습 시술. 이번 권고안이 짚은 것도 시술 자체보다 순서다. "혹이 있으니 일단 떼고 보자"는 식의 접근에 제동을 건 것이다.
원칙은 중심침생검(Core Needle Biopsy, CNB)이나 진공보조생검(Vacuum-Assisted Biopsy, VAB)으로 혹의 정체를 먼저 확인하고, 그 결과를 보고 제거 여부를 정하는 것이다. 조직검사 없이 바로 VAE를 고려하는 건 영상에서 전형적인 양성으로 보이는 제한된 경우뿐이다.
실제 진료에서 VAE가 맞는 경우도 따로 있다. 같은 병원 이상민 과장(외과)은 "조직검사에서 양성으로 확인된 작은 병변을 완전히 떼어내 추가 수술을 피하려는 경우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권하는 크기도 있다. 이 과장은 "혹이 1.5~2cm일 때 더 커지기 전에 VAE를 권하는 편"이라며 "그보다 작거나 커도 시술은 가능하고, 의사 판단과 환자 성향을 함께 따져 정하는 게 좋다"고 전했다.
하지만, 악성이 의심되는 혹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권고안은 이런 경우 확진과 치료계획을 위해 수술적 절제를 먼저 고려하고, 치료 목적의 VAE는 권하지 않는다. 이미 유방암으로 진단됐다면 VAE로 표준 수술을 대신하는 것도 엄격히 제한된다.
관련기사: 유방암학회 “유방 혹 발견됐다고 무조건 맘모톰 시술 받는 건 안 돼”(코메디닷컴 2026년 8월 21일자. https://kormedi.com/2850271/)
조직검사는 당일, 제거는 결과를 본 후
혹이 발견된 환자에게 가장 급한 건 "그래서 다음엔 뭘 해야 하나"에 대한 답이다.
동래봉생병원 같은 경우, 유방 진료 당일 유방 전문의가 진찰과 유방촬영, 초음파검사를 함께 진행한다. 전문의가 진료하면서 직접 초음파를 보고 결과까지 설명하는 것.
이어서 조직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중심침생검까지 당일 시행한다. 낭종에 찬 물을 빼는 낭종 흡인 같이 간단한 시술은 초음파 검사 도중에 함께 하기도 한다.
하지만, VAE는 경우가 나뉜다. 이 과장은 “초음파상 분명한 양성 혹이라면 국소마취 후 당일 시술도 가능하다"면서도 "조직검사를 한 경우엔 결과가 일주일쯤 뒤에 나와 대부분 시술 날짜를 따로 잡는다"고 밝혔다.
같은 날, 같은 크기의 혹을 발견한 두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한 사람은 6개월 뒤 초음파 예약을 잡고 집으로 가고, 다른 한 사람은 그 자리에서 조직검사를 받는다. 두 사람의 길을 가르는 건 혹이 있다는 사실이 아니다. 초음파 화면 속, 그 혹의 모양이다.
[FAQ] 유방 검사 뒤 가장 많이 묻는 질문
치밀유방이면 유방초음파를 꼭 해야 하나요?
치밀유방 자체는 질병이 아닙니다. 다만 유방촬영에서 병변이 가려질 수 있어, 개인의 위험도와 영상 소견에 따라 초음파를 추가하기도 합니다.
가슴에 멍울이 만져지면 유방촬영과 초음파 중 무엇을 먼저 하나요?
나이와 증상, 병변 위치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두 검사는 서로 보완하는 관계라 함께 시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방초음파에서 혹이 나오면 모두 조직검사를 하나요?
아닙니다. 악성 가능성이 낮은 병변은 일정 기간 추적관찰할 수 있습니다. 영상에서 의심 소견이 보이거나 변화가 생기면 조직검사를 고려합니다.
양성 혹도 커지면 떼어내야 하나요?
크기만으로 정하지 않습니다. 얼마나 빨리 커졌는지, 통증이나 불편감이 있는지, 영상 소견이 달라졌는지 등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맘모톰과 조직검사는 같은 건가요?
다릅니다. 중심침생검과 진공보조생검은 조직을 떼어내 병변의 정체를 확인하는 검사입니다. 진공보조절제술(VAE)은 선택된 병변을 제거하는 시술입니다. 같은 진공보조 장비를 쓰더라도 목적이 다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