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탄수화물이 비만과 당뇨 등 현대인 건강 문제의 주범으로 지목받는 가운데,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빵이나 쌀보다 가공식품에 첨가되는 '가공된 전분류'가 훨씬 더 위험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최근 해외 의료진들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가공된 전분류를 '가장 위험한 탄수화물'로 꼽으며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오바이두르 라흐만 정형외과 전문의는 "익숙한 주식인 빵과 쌀보다 공장을 거쳐 식품에 첨가되는 전분 성분들을 훨씬 더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가공 성분들은 체내에서 짧은 시간 안에 혈당을 급격히 끌어올리며, 반복적으로 섭취할 경우 인슐린 저항성을 비롯해 제2형 당뇨병, 지방간, 장 건강 악화, 그리고 각종 염증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가공된 전분이란?
오바이두르 라흐만 전문의가 지목한 가공된 전분은 옥수수, 감자, 밀 등 식물성 원료에서 전분 성분을 추출한 뒤 여러 공정을 거쳐 만든 식품 원료를 뜻한다. 대표적으로 말토덱스트린, 옥수수 전분, 고과당 옥수수시럽(HFCS), 덱스트로스, 변성 전분, 포도당 시럽, 타피오카 전분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 성분은 단 맛을 내는 감미료, 소스 등의 점도를 맞추는 증점제, 안정제 등의 용도로 사용되며 과자와 제과·제빵류, 소스, 즉석식품 등 다양한 가공식품에 자주 들어간다.
문제는 이 같은 가공 전분이 식이섬유와 비타민, 미네랄 등 유익한 영양소는 없고 빈 열량만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정제도가 높아 체내에서는 빠르게 소화·흡수돼 혈당을 급격히 끌어올리기 쉽다. 이 같은 음식을 자주 먹게되면 혈당 조절에 부담을 주고, 장기적으로는 비만과 인슐린 저항성, 지방간 등 대사 건강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장 건강과 관련한 우려도 제기된다.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대표적 가공 전분 성분인 말토덱스트린이 크론병과 관련된 특정 대장균의 장내 부착을 강화해 장내 미생물 환경의 불균형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가공 전분이 단순히 열량 문제를 넘어 장내 환경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음을 뜻한다.
최근에는 밀가루를 피하려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타피오카 전분이 대체제처럼 사용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타피오카 전분은 고도로 정제된 전분인 만큼 밀가루보다 혈당을 더 빠르게 올리는 경우가 많다.
음료류에 흔히 들어가는 액상과당도 주의해야 할 성분으로 꼽힌다. 액상과당은 포도당과 과당이 분리된 상태로 섞여 있어 설탕보다 체내 흡수가 더 빠르다. 이 때문에 혈당을 급격히 올리고 대사 부담이 높다.
‘가공된 전분’이라고 모두 나쁜 성분은 아니야
다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가공된 전분류 전체를 무조건 나쁜 성분으로 보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라주 바이샤 정형외과 전문의는 "말토덱스트린이나 포도당 시럽 등은 자연식품 속 탄수화물보다 소화가 빨라 혈당을 훨씬 높게 올리는 것이 사실이지만, 일부 변성 전분이나 저항성 전분은 오히려 소화 속도를 늦춰 식후 혈당 상승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결국 문제는 특정 전분 첨가물 하나의 유해성이라기보다, 이를 다량 함유한 초가공식품에 있다. 가공된 전분류는 고도로 가공된 초가공식품을 만드는데 자주 활용된다. 우리가 흔히 보는 과자, 포장된 빵, 진열된 음료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초가공식품 중심의 식단이 체중 증가, 대사 건강 악화, 염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학계에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실제로 에티오피아 곤다르대 연구에 따르면 초가공식품을 자주 먹는 청소년은 과체중이나 비만 위험이 1.6배나 높았다.
그렇다면 일상에서 이런 성분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제품 포장지 뒷면의 원재료명을 확인하는 습관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포장지에 ‘건강식', '고단백', '저지방' 등을 내세운 제품이라도 원재료 목록에 말토덱스트린, 변성 전분, 옥수수시럽 고형분 등의 정제 전분이나 당류 첨가물이 가득하다면 피하는 것이 좋다. 또는 성분명에 알아보기 힘든 생소한 단어가 지나치게 많은 가공식품도 건강에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다이어트에 탄수화물이 걱정된다고 해서 무조건 섭취를 끊는 극단적인 식단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통곡물이나 삶은 감자 등 가공도가 낮고 영양소가 풍부한 탄수화물을 중심으로 식단의 질을 높이는 것이 건강한 방법이다. 다이어트를 할 때에는 닭가슴살과 계란 등 질 좋은 단백질과 통곡물과 콩류, 신선한 과일과 채소처럼 식이섬유와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한 자연식품을 충분히 섭취하고, 초가공 간편식이나 소스류의 비중은 줄이는 방향이 권장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