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19일 (수)

몸 나이 재는 '후성유전학적 시계', 표준조차 없다

'역노화' 열풍 타고 검사비만 수십만원⋯전문가들 고개 젓기 일쑤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역노화’ 열풍과 함께 신체 나이 측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실제 나이는 50대, 신체 나이는 30대.’

평소 건강 관리에 철저한 연예인들에게 종종 붙는 수식어다.

최근 가수 겸 배우 엄정화(56)도 방송에서 “피검사와 신체검사를 받을 때마다 신체 나이가 점점 젊어져 30대 초반까지 내려갔다”며 자신만의 건강 비법을 공개하기도 했다. 

젊음을 유지하고자 하는 바람과 ‘역노화’ 열풍에 힘입어 연예인은 물론 일반인 사이에서도 신체 나이 측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흔히 말하는 ‘신체 나이’는 검사 종류에 따라 측정 및 산출 방식이 다르다. 한국에선 건강검진 수치나 체형, 대사 및 심폐 기능·혈관 상태 등을 종합해 같은 연령대의 통계적 평균이나 질병 위험 수준과 비교한 뒤 신체 상태를 연령으로 환산한 지표가 ‘신체 나이’나 ‘건강 나이’, ‘생체 나이’ 등의 이름으로 사용돼 왔다.

최근에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DNA 등 생물학적 정보를 분석해 노화 정도를 추정하는 검사까지 등장했다.  

미국, '생물학적 나이’ 검사 확산…“같은 사람도 결과 달라질 수 있어”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4월 한 기고문을 통해 “수십 개 업체가 약 30달러에서 1000달러가 넘는 가격에 생물학적 나이를 알려주는 서비스를 판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화를 측정하려는 시도가 연구 영역을 넘어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시장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얻은 수치를 ‘내 몸의 진짜 나이’라고 믿어도 될까. 

노화를 연구하는 펜실베니아주립대 이단 샬레브 교수와 일리노이대 애브너 앱슬리 연구원은 WP 기고에서 “시중의 후성유전학적 나이 검사 결과를 개인의 건강 판단에 활용하기엔 아직 과학적 한계가 크다”고 지적했다. 

최근 주목받는 생물학적 나이 측정법 중 하나는 DNA의 메틸화를 이용한 ‘후성유전학적 시계(epigenetic clock)’다.

사람의 DNA 염기서열 자체가 바뀌지 않더라도 나이가 들고 여러 환경에 노출되면서 DNA 특정 부위에 ‘메틸기’라는 작은 화학물질이 붙거나 떨어지는 변화가 나타난다. 이를 DNA 메틸화라고 한다. 이 같은 변화는 유전자의 작동 방식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일부 부위에서는 나이가 들수록 일정한 패턴을 보인다.

연구자들은 DNA 메틸화 패턴과 연령 등의 관계를 분석해 노화 정도를 추정하는 여러 종류의 후성유전학적 시계를 개발해왔다. 실제 나이가 같더라도 생활습관이나 스트레스, 환경 노출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노화와 관련된 생물학적 특징에 차이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후성유전학적 시계가 노화 연구에 유용한 도구가 될 순 있어도 개인의 건강 상태를 측정하는 의료 검사로 사용하기엔 아직 역부족이라고 설명한다. 

우선 ‘생물학적 나이’를 측정하는 하나의 표준화된 시계가 있는 것이 아니다. 후성유전학적 시계는 어떤 DNA 부위를 분석하는지, 어떤 집단의 데이터를 이용해 알고리즘을 만들었는지, 무엇을 예측하도록 설계했는지 등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다. 실제 연령을 추정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 있는가 하면, 노화 속도나 사망 위험 등을 예측하기 위해 개발된 것도 있다. 이 때문에 같은 사람에게 서로 다른 후성유전학적 시계를 적용하면 결과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검사 시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식생활이나 질병, 환경 노출, 하루 중 검사 시간 등에 따른 단기적 변화 때문에 추정치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혈액과 타액 등 어떤 검체를 사용하는지, 어떤 기술로 DNA 메틸화를 측정하는지에 따라서도 결과가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노화’라는 삶의 과정은 하나의 숫자로 표현하기 어렵다. 노화 연구자들은 후성유전학적 시계에는 생활 환경뿐 아니라 어린 시절의 역경이나 트라우마, 사회경제적 조건 등 개인이 통제하기 어려운 삶의 경험도 반영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국도 DNA·텔로미어 검사 상용화…‘신체 나이’와 구분해야

한국에서도 DNA 메틸화를 분석해 생물학적 나이를 추정하는 검사가 이미 상용화돼 있다. 한 유전체 분석기업은 혈액 DNA를 이용해 후성유전학적 표지자의 메틸화를 분석하고 생체나이를 추정한다. 

그 외에도 세포의 염색체 끝부분에 있는 텔로미어의 길이를 측정해 신체 나이를 추정하는 검사도 있다. 국내 일부 병원과 건강 검진센터에선 혈액 등을 이용한 텔로미어 검사를 별도의 선택 검사로 운영하고 있다.  

비만·체형 나이와 심장·간·췌장·신장 등의 장기 나이를 종합해 연령으로 표현하거나 건강 지표를 토대로 암 발생 위험도 등을 분석하는 생체나이 검사는 3~10만 원선, 후성유전학적 검사나 텔로미어 검사는 검사 방식과 기관에 따라 수십 만 원이 들기도 한다.

비싼 비용을 들여 신체 나이를 측정하는 것보다 평소 식생활 습관부터 관리하는 것도 젊음을 유지하기 위한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특정 영양제나 항노화 요법에 의존하기보다 채소·과일·통곡물·콩류 등 식물성 식품을 충분히 섭취하고, 가공식품과 당류·과도한 음주는 줄이는 식습관을 권한다. 이와 함께 규칙적인 유산소·근력 운동, 충분한 수면, 금연, 적정 체중 유지와 스트레스 관리도 함께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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