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27일 (월)

아파서 쉬었을 뿐인데…몇 달 뒤 계단 오르기도 겁난다

[로코모티브 신드롬] ③ 2~3주만 활동 줄어도 하체 근육 약해져…통증이 부르는 ‘걷기 악순환’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아파서 쉬었을 뿐인데…몇 달 뒤 계단 오르기도 겁난다
부부가 산책하고 있다. 나이 들어 몸이 아프면, 일단 걷는 것부터 싫어진다. 하지만 걷지 않으면 근육이 줄고, 이는 다시 몸 전체의 기능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으로 연결된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일본 정형외과 분야에서는 뼈·관절·근육·신경이 약해져 이동 능력이 떨어지는 상태를 ‘로코모티브 신드롬’으로 정의하고, 노쇠와 장기요양을 앞서 읽는 건강 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코메디닷컴은 국내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양말 신기, 계단 오르기, 횡단보도 건너기처럼 일상에서 먼저 드러나는 몸의 신호를 6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무릎이 아프면 걷는 시간을 줄인다. 허리가 아프면 외출을 미룬다. 처음엔 당연한 선택처럼 보인다. 아프니까 쉬는 것이다. 그런데 몇 달 뒤 계단은 더 힘들어지고, 장보기도 버거워진다. “쉬었는데 왜 더 약해졌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노년기 통증은 단순히 아픈 부위의 문제가 아니다. 통증은 활동량을 줄이고, 활동량 감소는 근력 저하로 이어진다. 근력이 줄면 균형감각이 떨어지고, 균형이 흔들리면 낙상 위험이 커진다. 이 악순환이 ‘로코모티브 신드롬’(Locomotive Syndrome)을 키운다.

뼈, 관절, 척추, 근육, 신경 기능이 함께 떨어져 걷고 움직이는 힘이 약해지는 상태다. 특히 무릎 관절염, 척추관협착증, 골다공증, 근감소증이 겹치는 고령층에서는 한 가지 문제가 다른 문제까지 끌고 가는 경우도 많다.

유준일 인하대병원 교수(정형외과)는 “아파서 쉬는 건 처음엔 당연한 반응이지만 문제는 그 기간이 길어질 때”라며 “2~3주만 활동이 줄어도 하체 근육이 눈에 띄게 약해진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통증 때문에 덜 걷다 보면 걸을 수 있는 능력 자체가 떨어지는 악순환이 시작된다”고 지적했다.

악순환은 어디서 시작되고, 어디서 끊어야 하나

이 악순환은 막연한 경험담이 아니다. 대한노인병학회 제77차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로코모티브 신드롬 개념도’(박현태 동아대 교수·디지털헬스케어연구실)를 보면, 통증(Pain)과 뻣뻣함(Stiffness), 근력 저하(Muscle weakness), 균형 저하(Reduced balance)는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는다.

네 가지가 서로 맞물려 서로를 키우는 ‘상호작용’ 구조다. 그 결과가 일어서기 어려움과 걷기 어려움이고, 여기서 더 진행하면 일상생활 제한과 삶의 질 저하, 장기요양 필요로까지 이어진다.

자료=박현태 동아대 교수

동아대 박현태 교수는 이 흐름을 다섯 단계로 나눈다. 건강하고 활동적인 1단계에서 시작해, 활동이 줄고 위험이 커지는 2단계, 통증과 뻣뻣함 같은 초기 증상이 나타나는 3단계, 서고 걷는 기능이 눈에 띄게 떨어지는 4단계, 일상생활이 크게 제한되는 5단계로 진행한다는 것이다.

그는  2단계에서 3단계로 넘어가는 구간을 ‘가장 좋은 예방 시점’(best prevention window)으로 짚었다. 아직 증상이 뚜렷하지 않을 때, 활동량이 막 줄기 시작했을 때가 악순환을 끊기 가장 쉬운 시점이라는 뜻이다.

자료=박현태 동아대 교수

다시 말해 “쉬었는데 왜 더 약해졌을까”라는 질문이 떠오르는 바로 그 시점이, 이미 악순환의 초입에 들어섰다는 신호일 수 있다. 통증 때문에 덜 걷는 시기를 그냥 흘려보내지 말고, 그때가 개입할 때라는 것이다.

통증은 걸음 줄이고, 줄어든 걸음은 근육 줄여

무릎 골관절염이 있으면 걸을 때마다 통증이 생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걷는 거리를 줄인다. 척추관협착증이 있으면 오래 걸을수록 다리가 저리고 무거워져 자꾸 쉬게 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하루 활동량이 줄어든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활동량이 줄면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이 빠진다. 이 근육들은 의자에서 일어서고, 계단을 오르고, 넘어질 때 몸을 붙잡는 핵심 근육이다.

근육이 줄면 같은 통증에도 더 불안정하게 걷는다. 보폭은 짧아지고, 발끝은 바닥에 자주 걸린다.

골다공증이 함께 있으면 위험은 더 커진다. 균형을 잃고 넘어졌을 때 손목, 척추, 고관절 골절로 이어질 수 있다. 한 번의 골절은 다시 활동량을 줄이고, 근육을 더 약하게 만든다.

참는 것도, 무작정 운동하는 것도 답은 아냐

통증이 있는데 참고 버티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그렇다고 “운동해야 한다”는 말만 듣고 무작정 걷거나 스쿼트를 시작하는 것도 위험할 수 있다.

무릎 통증이 심한데 계단운동을 반복하면 통증이 악화될 수 있다. 또는 허리 협착이 있는데 무리하게 걷기만 하면 다리 저림이 더 심해진다.

내 걸음을 막는 원인부터 찾아야 한다. 통증이 주된 문제인지, 근력 저하가 큰지, 골다공증으로 골절 위험이 높은지, 신경성 파행이 있는지 구분해야 운동도 안전하게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약물치료, 주사치료, 물리치료는 운동을 대신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통증을 낮춰 다시 움직일 수 있게 만드는 다리 역할을 한다. 치료의 목표는 통증 점수를 낮추는 데만 있지 않다. 다시 걷고, 일어서고, 생활반경을 회복하는 것이다.

인하대 유준일 교수는 “통증 치료를 받고 나서 ‘이제 나았다’고 생각하고 가만히 있으면 효과가 오래가지 않는다”며 “주사를 맞거나 약을 먹는 이유는 통증을 잡아 다시 걸을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라 했다. 치료 이후 움직임을 되찾는 것, 그게 진짜 다음 단계여야 한다는 얘기다.

다시 움직이게 하는 치료가 필요하다

통증을 다스린 뒤 근력운동을 함께 병행하면 회복 속도가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국에서 진행된 4주 중재치료 연구에서는, 전기근육자극(EMS)과 저항운동을 결합한 그룹이 저항운동만 한 그룹, 아무 중재치료도 받지 않은 그룹보다 근력, 보행 속도, 기립 시간에서 더 뚜렷한 개선효과를 보았다. 통증을 가라앉히는 치료만으로 끝내지 않고, 그 뒤에 근력을 회복하는 운동을 붙였을 때 악순환이 실제로 끊어졌다는 뜻이다.

그런 악순환을 끊는 데서 로코모티브 신드롬 관리가 시작된다. 통증을 조절하고, 근력을 회복하고, 균형을 되찾고, 낙상과 골절을 막는다. 그러자면 관절, 척추, 근육, 뼈 상태를 함께 보는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아파서 덜 걷는 것'은 처음엔 몸을 보호하는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상태가 길어지면 몸은 더 빨리 약해진다. 그래서 통증 치료의 목표는 쉬게 만드는 데서 그쳐선 안 된다. 다시 걷게 만드는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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