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뇌는 아주 복잡한 기관이다. 전혀 연관이 없을 것 같은 장기도 뇌와 영향을 주고받는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만성 변비 치료제가 우울증 증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흔히 우울증 환자들은 힘이 없고 무기력한 증상만 겪을 것이라고 오해하기 쉽다.
사실 우울증은 그 증상이 다양하다. 두통, 소화불량, 가슴의 답답함, 식욕 감소, 목과 어깨 결림, 수면 부족 등을 겪을 수 있다.
특히 스트레스 호르몬이 뇌를 위축시키면 일시적으로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환자도 많다. 집중력 저하, 건망증, 판단력 부족 등이 나타난다. 마치 머리 속이 안개 낀 것처럼 멍하기 때문에 이런 증상을 ‘브레인 포그’라고 부르기도 한다.
변비약, 우울증과 무슨 관계?
최근 영국 버밍엄대·옥스퍼드대 연구팀은 특정 종류의 변비약이 우울증 환자들의 브레인 포그를 완화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세로토닌 수용체에 작용하는 변비약에 주목했다.
세로토닌은 감정을 조절하는 호르몬이다. 주로 마음에 안정과 행복감을 주기 때문에 ‘행복 호르몬’이라 불린다.
세로토닌 수치가 떨어지거나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우울증으로 이어진다. 이에 우울증 치료에는 세로토닌 농도를 높이는 약물이 널리 쓰인다.
그런데 세로토닌은 장의 운동을 빠르게 만드는 효과도 있다. 위장관에 있는 제4형 세로토닌 수용체가 세로토닌과 결합하면 위장관의 수축·이완이 빠르게 일어나면서 설사를 유발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랫배가 아픈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 생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부 치료제는 이같은 효과를 역이용해 변비 치료에 쓴다.
프루칼로프라이드가 대표적이다. 이 약물은 대장 근육의 수축과 이완을 돕고 배변 활동에 걸리는 시간을 줄여준다. 주로 다른 변비약(완화제)에 효과가 없는 만성 변비 환자에게 처방된다.
임상 시험서 인지 능력 상승 효과
연구팀은 브레인 포그 증상을 겪은 적 있는 우울증 환자 50명을 모집했다.
실험군 25명은 7~10일간 하루에 2mg의 프루칼로프라이드를 복용했다. 일반적인 만성 변비 환자에게 처방되는 용량이다. 나머지 25명은 대조군으로, 같은 기간 가짜 약을 처방받았다.
모든 참가자는 약 복용 전후 단기·장기 기억 검사와 인지 능력 평가를 위한 시험을 치렀다.
그 결과, 프루칼로프라이드를 복용한 참가자들은 대조군에 비해 시험 점수가 평균 22%p 가량 더 높았다. 반응 속도는 약 25%p의 차이가 났다.
연구팀은 “열흘 만에 나타난 효과임을 감안하면 임상적으로도 상당히 의미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중요한 것은 임상 시험 기간 중 참가자들이 장 불편함을 겪지 않았다는 점이다. 설사 등 부작용 걱정 없이 유의미한 인지 개선이 이뤄졌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향후 프루칼로프라이드를 우울증에도 활용할 수 있을지 검토하기 위해 대규모 후속 임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