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자를 먼저 떠나보낸 남성은 치매와 사망 위험이 높아지고 우울증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반면, 여성은 단기적인 슬픔을 지나면 오히려 삶의 만족도와 행복감이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보스턴대 공중보건대학원(BUSPH)과 일본 지바대 공동 연구팀은 일본 노인평가연구에 참여한 약 2만6000명의 데이터를 토대로, 이 가운데 실제로 배우자 사별을 경험한 1076명을 추려 분석했다. 2013년, 2016년, 2019년 세 차례에 걸쳐 치매·사망률·우울증·행복감 등 37가지 건강 지표를 추적하고, 성별과 사별 경과 기간에 따른 차이를 비교했다.
해당 연구는 학술지 《정서 장애 저널(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에 최근 발표됐다.
남성, 사별 후 전방위적 건강 악화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배우자를 잃은 남성은 그렇지 않은 남성에 비해 치매 발병률과 사망률이 높았고, 일상생활 기능도 눈에 띄게 저하됐다. 정신건강 측면에서도 우울증 유발률이 증가했고 행복감과 사회적 지지가 동시에 감소했다.
알코올 섭취량이 늘어나는 등 건강하지 못한 행동도 함께 나타났다. 이러한 증상들은 특히 사별 후 첫 1년에 두드러지게 나타났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완화됐다.
연구 책임자인 시바 코이치로 보스턴대 역학 조교수 박사는 "일본을 비롯한 많은 문화권에서 남성의 삶은 직장 중심으로 구성되는 경향이 있고, 정서적·실질적 지원을 배우자에게 크게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 결과 남성들은 사회적 관계에 투자할 기회가 적어, 배우자를 잃었을 때 극심한 고립감을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여성, 단기 슬픔 이후 행복감 높아져
여성의 경우는 달랐다. 남편을 잃은 직후에는 행복감이 일시적으로 떨어졌지만, 이후 우울 증상이 악화되거나 신체 건강이 나빠지는 경향은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삶의 만족도와 행복감이 높아졌고, 이러한 효과는 수년간 지속되는 경우도 많았다.
시바 박사는 여성은 배우자를 돌보는 주된 역할을 맡아온 경우가 많아, 사별이 오랜 간병 부담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부 여성들에게 사별은 그러한 부담으로부터의 해방감을 줄 수 있으며, 이것이 행복감 향상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사별 남성, 첫 1년간 주변의 적극적 지지 필요
흥미로운 점은 사별 후 사회 활동 증가는 남녀 모두에서 나타났지만, 사회적 지지 감소는 남성에게서만 확인됐다는 것이다. 사회 활동이 늘었음에도 정서적 유대감은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이는 남성의 경우 사별 이후 사회 활동이 실질적인 정서적 지지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배우자 상실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정확히 파악하려면 관계의 질, 간병 강도, 개인별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성별에 따른 사회적 역할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이 사별 이후 나타나는 부정적 결과를 줄이는 데 핵심적인 과제라고 강조했다.
시바 박사는 "사별 후 첫 1년은 남성에게 특히 위험한 시기인 만큼, 가족과 친구, 의료진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며 "외로움과 음주량 증가 같은 건강하지 못한 대처 행동을 주의 깊게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